아코는 조금 특이한 타입이다.
자신감 과잉을 넘쳐서 조금 부담스러운 타입인데
어쩌다보니 이런 얘기가 서로 오가고 말았다.
"선생님이랑 같이 사는건 쉬운 일이죠. 제가 다 관리해드리겠어요."
"헤에 너가 날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럼 해보죠."
어쩌다 이런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귀기 직전에 이런 얘기를 하고서 우린 동거부터 시작했다.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주방에 갔는데
조금 이상한걸 보고 말았다.
"아코..여기에 카레를 어떻게 할 건데? 아무리 봐도 고기볶음이잖아."
냄비 가득 쌓여있는 고기와 양파를 보고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저기에 어떻게 카레를 넣으려고 저러는걸까
"저도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뭐 어떻게든 되겠죠."
"아니 어디에 카레를 넣게?!"
"괜찮아요. 어떻게든 집어넣으면 되겠죠."
그렇게 아코는 카레를 어떻게든 만들었지만,
분명 우린 2명뿐인데 냄비 가득한 카레를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아코 이게 2인분이야?"
"2인분이에요."
조금이라도 당황할 줄 알았는데
아코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함에 내가 당황했다.
"이정도면 급식이다.."
"뭔 급식이에요. 음식갖고 장난치지마요!!"
국자 갖고 냄비를 치고있는걸 보고 아코가 화를 냈다.
"선생님과 저는 기준이 다른거에요. 저게 2인분이에요."
"아니 기준이 문제가 있는거야"
"기준이 다른 거 뿐이에요."
..아니 다른 애들도 이정도가 2인분이라고 생각하는걸까?
식욕이 왕성한 건 알겠는데 이건 아무리봐도..
그렇게 요리가 끝나고 서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휴대폰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게 버릇이기에 지금도 그럴려고 했는데
"핸드폰 보면서 식사하지 마세요!"
"우웁!? 너무 싱거운데?!"
"그냥 먹어요! 짠건 안 좋으니까!"
아니 이런거까지 관리한다는 말은 못 들은 거 같은데
그래도 밥상머리에서 핸드폰 보는 건 좀 그렇긴 하지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나는 침대로 직행했다.
"선!생!님! 일어나서 빨리 치워요!"
"에에?! 만든사람이 치우는 거 아니야!?"
"선생님이 먹은건 스스로 치워요!!"
"싫어!! 아코가 치워!"
"당신이 처 먹은건 당신이 치우라고!!!"
그렇게 티격태격을 하면서 원래 조용했던 집안이
떠들썩하게 변하고 말았다. 내 평화는 과연 어디에 있는거지?
"주방은 제가 청소할테니 선생님은 베란다를 청소해주세요."
"..대신 해주면 안될까요.. 너무 추운데"
"학생에게 그런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는 반박하지 않았으나
수단을 바꾸기로 했다.
"5장을 줄테니까 해주세요 아코님..."
손가락을 다 펴서 마지막 수단을 사용했다.
그랬더니 아코는
"50만?"
"푸훕..다, 다섯장..."
"500만??"
분명 5만이라고 했는데 점점 가격대가 높아지는걸 보고
결국엔 어쩔 수 없이 내가 베란다를 청소하고 말았다.
더 했다간 5억이라고 부를까봐 겁이 났다.
그 때는 이런 애랑 사귀고 결혼까지 갈리가 했는데
"..뭐에요. 왜 갑자기 바라봐요."
사람인생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냥 이뻐서"
"당연한 말을 결혼해준거에 감사하세요."
"그래그래"
그래도 행복하면 된 거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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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이야기는 재밌어
히나 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