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평범한 날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봐 실패했지? 그 계획대로라면 힘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니까"
"..상황이 안 좋았던 거 뿐이에요. 선생님의 계획도 문제점 투성이잖아요!"
이렇게 늘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우고, 제가 화를 내는 날이 많더라도
그렇게 사이가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뭐 친한 친구사이라도 싸우긴 마련이잖아요.
...오히려 다르게 생각하고 있던건 저 였겠지요.
밥을 먹고 있더라도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리고 방안에 잠에 들기전까지도
요즘따라 그의 얼굴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밤을 설친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이건 일종의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고 잠이라도 청하면
나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꿈에서도 나타나서 화가 조금 났습니다.
'...아닐거야 그럴리가'
이런 게 연정이라고 해야하나요.
그 사람이 신경쓰여서 아무 일도 못할 정도만큼 생각나는 일
나는 절대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라고
계속 부정하고 부정해도, 생각을 떨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다 그게 긍정으로 넘어가 나는 그를 좋아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뭐 먼저 말해준다면 사귀어줄 수는 있겠죠♪'
이런 생각을 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그러다보니 그와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지고는 혼자 웃는 상상을 하게 될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와 같은 집에서 살면서, 서로 싸우기는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그런 미래말이죠.
아 물론 저는 저희 아이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딸이면 질투할 거 같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샬레의 당번으로 선생님의 보조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라면 아무런 감정없이 서류 정리라도 할텐데
왜 제가 서류 정리를 하면서 손을 떨고 있을까요.
"저..아코 괜찮아?"
"네..넷!?"
하..그가 저를 부르자마자 혀를 깨물었습니다.
창피하기 그지없네요.
그래도 이 순간은 조금 행복할지 모르겠네요.
선생님과의 공동작업...아, 아니 일을 해야지 지금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죠?
저는 급하게 그 모습을 숨길려고 커피를 가져온다하고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오고 우연히 바라본 그의 옆 얼굴
선생님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응? 아 이따가 데이트하러 가거든"
"그렇군요...네?"
데이트? 혹시라도 선생님이 누군가랑..
아니 이 사람은 장난이 심하니까 미팅을 데이트라고 하는걸 수도 있어요.
"하아..장난은 그만두세요. 선생님"
"응? 진짠데.."
"그래요 그래. 그래서 상대는 누군데요? 그 데이트 상대"
뭐 가끔 그의 장난에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그의 말을 대충 순응해보기로 합니다.
"히나인데.. 사귄지 별로 안되서인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저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립니다.
그 떨어뜨린 커피잔은 조각조각 깨져버리고, 안의 내용물과 함께 섞였습니다.
"아, 아코?! 다치지 않았어!?"
"괘, 괜찮아요. 죄송해요."
왜 당신의 입에서 위원장의 이름이 나오는 걸까요.
장난이죠? 아닐 거 에요. 그럴리가 없어요.
"방금 그 말은 농담인거죠?"
"응? 무슨 말?"
"그.. 사귄다는 말.."
"..진짜라니까. 믿어주면 안 될까"
다른 때였으면, 티격태격하면서 그의 행실을 꼬집었을텐데
왜 저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걸까요.
평소처럼 그를 탓하고
평소처럼 그의 행동을 교정하고 그러면 될텐데 왜
"그렇군요.."
"아하하..미안해 너에겐 말해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깨진 커피잔을 치우고, 저는 지금 표정을 가다듬었습니다.
지금 저 사람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에
"그래도 오래가진 않겠네요! 선생님에겐 저희 위원장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야..말을 해도 하하.."
조금이라도 이 말을 하면서, 평소에 저를 보여줬습니다.
억지로라도 허세를 부리면서 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못 버텼을테니까요.
그렇게 당번일이 끝나고, 저는 부실로 돌아가고 있었을 때 쯤일겁니다.
아무래도 위원장은 아직 일을 하시겠지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평소라면 기뻐하면서 그녀 옆을 지켜야할텐데 왜 지금은 그러기가 싫을까요.
부실로 가까워질 때 쯤 문 틈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선생님 여기서 이러면.."
"조금만 이러고 있자."
"정말.."
문틈 사이로 지켜 본 눈은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위원장을 자신의 품에 안고는 쓰다듬어주면서 웃고있고,
위원장은 싫은 말을 하지만 제가 여태 보지못한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라면 그녀의 행복을 응원해주고, 기뻐해야하고 축복 해 줘야하는데
그대로 저는 부실 문 앞에서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게 선생님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분함인지
아니면 위원장이 그와 함께 있고, 내 옆엔 없다는거에 슬퍼하고 있는건지
알 턱이나 없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열려있던 문틈을 닫고 뒤로 돌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 분명히 익숙한 하루였을텐데
오늘따라 더 외로운 기분이 드는건 무엇일까요?
그러다 제 뺨 위로 뜨거운 감촉이 흘러 내려왔습니다.
"아..내가 왜.."
그 감촉은 멈추지 않고, 점점 더 내려와
제 마음을 더욱 더 서글프게 만들었습니다.
"끄윽....아니야. 이건 아니야.."
한 방울 씩 뚝뚝 떨어지던 눈물이 비가 되어
계속 흐르며, 그렇게 한 참을 울었습니다. 이러면 얼굴이 엉망이 될텐데
그러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 바보같았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좋아해줄리가 없었을텐데
그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위원장만 아니더라도 많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조금만 더 상냥하게, 친절하게 대해드렸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그러다보니까 처음으로 좋아하는 위원장을 미워하는 감정이 피어 올랐습니다.
당신만 아니었다면 그 사람이 나를 택해주지 않을까란 어리석은 생각까지
하지만 정말 바보같은 생각입니다.
위원장은 잘 못이 없어요. 선택을 한 건 선생님이고, 위원장은 그저...
아무래도 이건 아무도 잘 못이 없다는 게 억울해서
나에게만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응어림이겠지요.
..그래요 제가 그저 헛된 연정을 품고 있는 게 제일 문제니까요.
..그래도 한 번만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좋아해요.. 말하지 못했지만...사랑했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이 말이 들리지도 않겠죠.
그렇게 제 첫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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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간 아코 글이 너무 맛있어보이길래 한번 써 봤는데
문제가 되면 삭제처리 하겠음
정말 써오다니... 고맙다.
얀데레화ㅇㄷ
정말 써오다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