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사람은 생존본능의 의해서 도망치는 일이 생긴다.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던가, 무언가 큰일이 생겨서 바로 도망가고 싶다던가
그런거 말이다.
"선생님의 근무일정 말인데요. 쉬는 날이 없는데요..?"
"아냐 괜찮아. 나 요새 일을 열심히 하고싶어졌거든!"
"..헛소리하지 마시고, 쉴 땐 쉬어주세요."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기쁜 말이
왜 지금은 소름끼치는 말이 되어가는 걸까
"제발 그대로 해줘 나는 일을 안하면 죽는 병에 걸렸다고!!"
"그런 병은 없으니까. 쉬는 날 제대로 넣어드렸어요."
"아 제발!!!"
내가 이러는 이유엔 따로 이유가 있다.
그건 어제 아내가 집에서 했던 말로 시작한다.
"당신 이번 주말 쉬시는 거죠?"
"그렇지. 아 간만에 쉬는날이라니!"
"그러면..."
그녀는 내 넥타이를 풀어주면서 나를 바라봤다.
..왜 갑자기 친절을 베푸는거지?
전에는 이런거 싫어한다고 혼자하라 했던 거 같은데
평소에 내가 너무 괴롭혀서 그런지 얘가 정신줄을 놔버렸는지 생각도 하긴 했다.
"내일 퇴근하고 기다릴게요..♥"
그 순간 식은 땀이 폭포수마냥 흐르기 시작했다.
평소엔 잘 보여주지 않았던 요염한 미소를 띄우면서
잠깐의 보디터치가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기 시작했고,
나는 최대한 주말부터 시작해서 모든 휴일 일정을 근무 일정으로 바꿀려고 했다.
물론 실패했지만,
"...하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나는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애타는 속을 달래고 있다. 아무도 이 감정을 몰라줄거다.
차라리 그냥 다른 데에서 자고 들어갈까?
아냐 그러다간 괘씸죄로 주말 전체가 날아갈 거야
"오늘따라 담배가 꽤나 맛있네.."
그러면서 평소보다 담배를 오래 태우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고 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아 마저 담배를 피우고나서
사무실로 돌아갔는데
"선생님. 여기 서류양식이 틀렸다고 수정요청이 들어왔는데요."
"아 그래..?"
양식이 틀려서 수정을 해달라니 내일이 쉬는 날인 사람에게..
아 잠깐
"그거 제출 기한이 언제까지야?"
"적어도 다음주 월요일까지라네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차라리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주말을 빼야한다면?
아코도 그걸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알았어~♪"
'..저 선생님이 왜 기분이 좋아보이지? 평소엔 싫어했으면서'
어쩔 수 없었어. 일때문에 집에 못들어간건 그럴 수 밖에 없을테니까
나도 집에 들어가고 싶었어!
[2시간 후]
"으흐흐..."
그런데 왜 이렇게도 웃음이 나오는걸까
드디어 미쳐서 웃는건지, 아니면 진짜로 행복해서 웃는건지
나는 모르겠지만 일단 웃음이 나왔다.
뭐 사실 수정요청은 1시간 전에 끝내놨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나중에 대비할 서류들을 작성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뭐 사실 이건 굳이 안해도 되는 일이지만,
그거빼면 할 일이 없으니까
그러다가 메신저로 통해서 연락이 한 통이 왔다.
..발신자는 아코
퇴근시간이 다 되었는데 왜 돌아오지 않냐는 말이 왔는데
최대한 나는 둘러대면서 송신했다.
[잔업할 게 생겨서 오늘은 못 들어갈 거 같아]
틀린 말은 아니니까..나는 죄 없어 아무렴..
그렇게 송신을 하고나서 나는 커피를 채울려고 자리를 비웠다.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
(끼이이익)
"...헤에 잔업을 한다더니"
[휴게실]
밤 중에 휴게실에서 쉰다는 게 이렇게나 달콤할 때가 있는지
나는 지금 처음 알았다. 예전에는 잠깐 눈을 붙이는 곳이었는데
나만의 도피처가 되어주는 상황이 오다니
그렇게 쿠션에 몸을 맡기고는 폰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지이이잉!)
"아이씨 한참 이기는 중인데 누구...어"
메신저로 연락이 한 통 왔고,
발신자는 아까와 같은 아코에게서 왔다.
[많이 힘드실텐데 그만 돌아오는 편이 좋지않아요?]
글쎄. 아코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고 지금 매우 편안한데 굳이 내가 돌아가야할까
하지만 그렇게 보냈다간 내가 지옥을 볼테니까
최대한 상냥하게 메세지를 작성했다.
[괜찮아. 해야하는 일인데 뭐!]
"그래그래 내가 왜 돌아가 아하하"
(띠링!!)
"...?"
메세지를 보내자마자 알림음이 가까운데서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아코가 왜 여기에 있겠어
그 애는 지금 집에 있을텐데 그치..잘 못 들은 거..
"바쁘다고 안하셨어요?"
"아아아아아!!!!!"
나는 여태 봤던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뒷 편에서 아코가 서있었고, 나는 들고있던 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렇게 쉬고 있는게 잔업인줄 저는 잘 몰랐네요~?"
"아, 아니 지금은 잠깐 쉬는 타임..."
"헤에 그런가요~? 아까 컴퓨터를 보니까 일은 다 끝났던데"
..언제 얘가 사무실로 들어온거지?
아니 그나저나 컴퓨터까지 살펴봤다고?
"걱정마세요. 제가 당신의 휴식을 방해할리가 없잖아요?"
"그, 그렇지..아하하"
"방금까지 일을 하셨던 파일들은 이미 전송해서 끝내놨다고 해놨어요. 퇴근하라는 메세지까지 받았구요."
"...아, 아니 잠깐만"
나는 최대한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나가는 문쪽에는 아코가 대놓고 막고있어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저도 당신과 쉬는 타임을 같이 즐겨도 괜찮겠죠 그쵸?"
"자, 잠깐 우리 대화로 풀어보..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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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봤던 아코짤이 너무 짜릿하길래 써봤는데
이건 만화로 봐야 짜릿한거 같네
그려줄 금손 찾습니다
나 섰어 서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