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주인공은 작품이 끝날 때 까지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한 남자임. 그는 한때 관청에서 근무하던 말단 공무원이었으나 먼 친척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것을 계기로 지하실에 틀어박히고 맘. 즉 속된 말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20년간 지속한 사나이인거지. 소설은 그 이전, 그러니까 아직 가난한 주인공이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을 주로 다룸.
그의 졸렬함은 작품 내에서 여실없이 드러남. 그가 한 장교의 길을 무심코 가로막은 적이 있었는데, 그 장교는 마치 물건을 치우듯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옆으로 밀어버림. 그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에 분개한 주인공은 어떻게든 그에게 복수하려고 마음을 먹음.
다만 그 복수라는게.....다음 번엔 길을 비켜주지 않고 그 장교의 어깨를 쳐버리겠다는 것임.
그를 꾸준히 미행하여 그가 어떤 때에 어떤 장소를 지나치는가를 알아낸 주인공은 결국 계획을 실행에 옮김. 남루한 옷차림 때문에 무시당할까 신경쓰여 빚까지 내어 좋은 옷을 사면서까지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획한 주인공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장교에게 길을 터주지 않고 그대로 걸어가 어깨를 치는데에 성공함.
장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나 주인공은 이로 인해 매우 기뻐함.
그의 졸렬함은 이 뿐만이 아님. 그는 자신의 친구의 집에 놀러가는데, 학교 동창이었던 장교 즈베르코프의 송별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됨.
그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사이임에도 억지를 부려 겨우 참가하게 되었으나, 원래 절친한 친구들끼리 할 예정이었던 연회에 그가 참가하자 나머지 친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함. 어찌되었든 간에 빚까지 내어 겨우 회비를 마련하여 이튿날 식당에서 함께 모이게됨.
그러나 주인공은 시종일관 불만과 응어리를 내뱉어내며 송별회의 분위기에 제대로 물을 끼얹었고, 당연히 제대로 어울리지 못함. 나머지 친구들이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눌 때에도 장장 세시간을 옆에서 왔다갔다 서성일 뿐이었음.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주인공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튿날에는 결투를 신청하기에 이르.....지는 않았고 그냥 상상만 하며 않은 자리에서 술이나 홀짝이고 있었음.
여기 짧은 인용문으로 그거 어떻게 분위기를 망쳐놓았는지 엿보아보자.
(중략)
나는 취기로 흐릿해진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나의 존재 같은 건 잊고 있는 듯싶었다. 그들은 흥겹게 떠들어댔다. 이야기는 주로 즈베르코프가 했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즈베르코프는 꽃처럼 아름다운 어느 여성의 얘기를 하고있었다. 그는 마침내 이 여성으로 하여금 자기에게 사랑을 고백하도록 만들었는데(물론 이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이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그를 도운 것은 3천 명의 농노를 가진 공작으로, 그의 친구인 콜랴라는 경기병 장교였다는 것이다.
"그럼 그 삼천 명의 농노를 가진 콜랴라는 자네 친구는 왜 오늘 여기 오지 않았나? 자네을 위한 송별회가 아닌가?" 나는 불쑥 끼어들었다. 모두들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자넨 벌써 취했나보군." 트루돌류보프가 곁눈으로 나를 흘겨보며, 이제서야 마지못해 내 존재를 인정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즈베르코프는 무슨 벌레 새끼라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말없이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중략)
이런 식이다. 마침내 친구들이 식사를 마치고 유곽으로 장소를 옮기려 하자, 당장 하인에게 지불할 월급이 없던 주인공은 친구 중 한명에게 더없이 비굴하게 돈을 꾸어줄 것을 간청하고, 거의 "이거 먹고 떨어져라" 식으로 받아내는 데 성공함.
이윽고 친구들은 떠나가고,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격노가 끓어오른 주인공은 유곽까지 쫓아가 즈베르코프의 뺨을 때려주겠노라고 다짐함. 그렇게 유곽에 도착하였으나 친구들은 각자 흩어져 방에 들어간 뒤였음. 이 때 주인공의 선택은.....자기도 마음에 드는 매춘부를 사는 것이었음.
사실 주인공의 졸렬함은 차마 이 글에 다 담기 힘들 정도로 많으니,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자.
유게이 일기인데 왜 이걸 돈주고 읽음 집에 하나쯤 있지않나
유게이 일기인데 왜 이걸 돈주고 읽음 집에 하나쯤 있지않나
굴러들어오는 여친 복 차는 남자.
근데 매춘부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