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티켓이요?”
“응. 2인 동반인데 마침 생긴 거 아코한테 주려고.”
“안 가본지 꽤 오래되긴 했습니다만...
기왕 주신 거니까 받아야겠죠.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선생님. 이거 2인 동반이잖아요?”
“같이 갈 사람을 따로 구하기도 뭐하고,
이렇게 된 거 선생님이 함께 가주시면...”
“아, 그건 안 돼. 그 티켓은 학생 전용이거든.”
“네!? 그게 무슨... 정말이잖아!?”
“쓸 수만 있다면 나도 가고 싶지만 이건 안 되겠더라고.”
“그, 그럼 따로 같이 갈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건데...”
“그래야겠지. 시간 맞는 사람 찾아봐. 선도부원들이라든지.”
“아뇨, 선도부원들은 좀...
부장님은 바쁘시고, 다른 부원들도 윗사람이랑 같이 놀러가기는...”
“음. 그러려나. 그럼 다른 친구들은?”
“친... 구라... 갑자기 말씀하셔도.
사람마다 스케줄이라는 게 있는 법이잖아요.”
“... 아코, 혹시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거야?”
“읏... 누가 친구 하나 없는 사람이란 건가요!”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는데!”
“선도부 행정관이 얼마나 바쁜 일인지 아세요!?
저는 단지 너무 바쁜 나머지
다른 곳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에요!
맘만 먹으면 교우관계 정도는 얼마든지 쌓을 수 있다고요!”
“두고 보세요!
당장 이번 주말에 친구랑 같이 신나게 놀고
인증사진을 찍어 보낼 테니까!”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그냥 잘 놀다만 와.”
.
.
.
.
.
...라고 큰소리치긴 했지만.
막상 누구를 부르려고 하니...
절대 부를 사람이 없는 건 아니라고요?!
오히려 연락처에 쌓인 번호는 많지만!
다 선도부원들이나, 비상연락망,
그냥 같은 반이라 저장해뒀거나...
대부분 등록해놓고 한 번도 통화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고...
심지어 만마전 너구리들 번호까지...
하아, 이건 업무 때문만 아니면 당장 지워버리고 싶네요.
거기다 저는 평소에 업무 이외의 연락은 차단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먼저 연락할 리도 없고...
제 쪽에서 먼저 연락하는 것도 이상하고...
애초에 지금 같은 때 부를 수 있는 친구 관계란 뭐죠...
그냥 반 친구라면 얼마든지 있어요.
아무리 바쁠지라도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 맞춰주는 관계일 뿐.
선도부원들과도 대부분 그냥 업무상 관계.
이오리랑 치나츠는 그나마 편한 관계지만...
친구보다는 후배니까요.
그리고 부장님은... 아아!
제가 감히 히나 부장의 친구라고 주장할 수만 있다면!
부장님이 저를 친구라고 불러주시고 신뢰해주신다면!
그야 말로 생에 다시없을 영광!
부장님의 발이라도 핥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핥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겠죠...
부장님은 제가 감히 친구라 부를 수 있는 분이 아니니까요.
아아! 이게 다 게헨나 학원의 이 분위기 때문이에요!
여긴 멀쩡히 사귈 수 있을 만한 친구가 없다니까요!
제대로 등교를 하는 사람도 없고, 출석을 하는 사람도 없고!
비상적인 짓만 일삼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친구하자고 한다면 제가 사양이에요!
미식연구회? 같이 다녀봤자 맛집 투어나 가겠죠.
재료 다 거덜 내고, 그러다 맘에 안 들면 폭파시키고.
온천개발부는 말할 것도 없어요. 부부장은 게헨나 최고의 바보고.
그나마 대화가 가능한 부장이란 사람은 온천에 정신이 나간 비상식의 극치...
“이런 학교에서 대체 무슨 친구를 사귀란 거예요!
여긴 죄다 바보 멍청이들뿐인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코 행정관.”
“후에훙!?
세, 아니, 응급의학부 부장님!
선도부실에는 무슨 일로!?”
“중요한 서류를 받으러 잠시 들렀다가 탕비실에서 소리가 들리길래... 놀라게 했나 보군요. 실례했습니다.”
“아뇨, 오신 줄 알았다면 제가 먼저 응대를 했어야 했는데.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그만...”
“괜찮습니다만, 특이한 일이군요.
행정관이 업무를 잊을 정도라니.”
“혹시 손에 쥐고 있는 그 티켓 때문입니까?”
“어, 아니, 그게, 맞긴 합니다만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업무를 등한시하려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게... 그러니까!! 대충 이러쿵저러쿵해서!!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그렇군요. 그런 일이었습니까.”
“모처럼 티켓이 생겼는데 2인 동반이라 쓰기 곤란하다.
확실히 고민이 될 만한 문제로군요.”
“네, 뭐 그렇죠. 그런 거예요.”
대충 둘러대기는 했지만 딱히 거짓말은 안 했으니까요.
이제 스리슬쩍 넘어가기만 하면...
“행정관은 언제가 휴일인가요?”
“아. 한동안은 바빴지만 밀린 연차가 좀 있어서요.
아마 이번 주말에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잘 됐군요. 마침 저도 비슷한 상황인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시겠습니까?”
“네? 어디를요?”
“놀이공원을요.”
“어...... 어어!? 괘, 괜찮으신가요?
이렇게 갑자기?”
“네. 저도 놀이공원은 오랜만이라 기대되는 군요.”
이미 같이 가는 건 확정!? 결정이 너무 빠르잖아요!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요?
“괘, 괜히 저를 배려해주신다고 시간 쓰실 필요는 없는데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도 가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친구랑 가는 거니까요.”
“......”
.
.
.
.
.
정말로... 진짜로 와버렸네요.
놀이공원.
그것도 응급의학부 부장님이랑.
제가 먼저 말해놓고 거절하기도 뭐하고,
어쨌든 티켓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달까.
기다리는 시간이 어색하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세나 부장이랑...
“안녕하십니까, 아코 행정관.”
“아, 안녕하세요. 세나 부장님.
시간에 딱 맞춰서 오셨네요.”
“좀 더 일찍 오고 싶었는데 버스가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보다......”
“뭔가 신경 쓰이시는 거라도?”
“신선하군요.
행정관이 사복을 입은 모습,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네? 아아, 그야 뭐... 학교 외에선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도 처음 보네요. 세나 부장님 사복.”
“모처럼 신선한 차림으로 만났는데
아예 평소랑 다르게 행동해보는 것도 좋겠군요.
데이트란 그런 거니까요.”
“데, 데이트!?
확실히 연인끼리 놀러가는 것만을
데이트라 칭하지는 않지만,
세나 부장님은 그렇게 인식하시는 거군요.”
“혹시 불편하다면 평소처럼 행동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아뇨, 모처럼 같이 와주셨는데. 그 정도는 상관없답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우선, 셀카라도 한 장 찍으시겠습니까?”
“셀카요? 네, 뭐... 좋습니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세나 부장님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혹시 그 호칭도 바꿔보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학교가 아니고, 업무상 만남도 아니니까.”
“아. 그러면... 세나 씨? 이렇게 부르면 될까요?”
“괜찮을 거 같군요, 아코. 그럼 사진을 찍을까요.
아직 입장은 안 했지만, 이런 건 과정을 즐기는 거라니까요.
피스 해보시겠습니까?”
“피스까지요? 뭐, 상관은 없지만.”
“요새는 이렇게 손목을 꺾어서 피스하는 것을
갸루피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기, 이런 건 어디서 듣고 오신 건가요?”
“응급의학부 부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최근에는 재미있는 문화들이 유행 중이더군요.”
“아, 네...”
“손가락 하트도 해보시겠습니까?
셀카는 다양하게 많이 찍는 것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많이도 조사해 오셨네요.”
“또 제가 반쪽짜리 하트를 만들면 아코가 엄지를 치켜드는 것도...”
저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신난 거고.
표정이 변하질 않는데 신난 거 맞긴 한 거죠?
“생각보다 기다리는 줄이 길군요.
이래서야 입장한 뒤에도 계속 기다려야겠습니다.”
“주말에 놀이공원이니 어쩔 수 없죠.
인기 있는 어트랙션은 세 시간 이상 줄을 서야 된다더라고요.”
“햇볕도 따가운데 그 시간 동안 서 있으면
일사병에 주의해야 합니다.
자, 받으십시오.”
“아, 음료수. 감사합니다.
역시 준비가 철저하시네요.”
“휴대용 선풍기도 있는데 사용하시겠습니까?”
“잠깐. 이 디자인은 뭐죠?”
“모모프렌즈 선풍기입니다.
페로로 버전과 웨이브캣 버전이 있죠.”
“괴악... 아니, 독특한 디자인의 그 새 말이군요.
어딜 가나 보이던데...
이 굿즈를 정말로 쓰는 사람을 보게 됐네요...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둘 중에 하나를 골라보십시오.”
......기껏 준비해온 건데 여기서 거절하는 건 매너가 아니겠죠.
그렇다고 저 침 흘리는 새를 쓰는 건 절대 싫고.
그나마 고양이는 좀 무난하니까 저걸로 해야겠네요.
“네, 그럼 이쪽으로 받아가겠습니다.”
“......그쪽이군요.”
뭐, 뭐죠?
방금 전 침묵이랑 저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은!?
왜, 무엇 때문에!?
저 새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요?
그럼 가져오지를 마시던가! 아니면 그건가요?
이 고양이 쪽이 더 좋았다!?
왜 괜히 저한테 선택권을 넘겨놓고 그러는 건데요!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던가!
알아듣기 힘들게시리! 노려보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아, 진짜!
이 사람이랑 여기 오는 거 아니었어!!
두근두근 놀이공원 입장 편은 다음 화에 계속.
난 세나랑 아코가 같이 있으면 재밌을 거 같더라.
게임에선 둘이 나오는 적이 없긴 한데
돌직구 꽂는 애랑 괜히 돌려 말하는 애라서
성격이 정반대라 웃길 거 같음.
그래서 선생 사이에 두고
아코가 질투 팍팍 하는 것도 저번에 썼는데
오늘 이거 쓰다 보니까 둘이 백합으로 엮는 것도 좋을 거 같아졌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쓸 생각은 없으니까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함.
아 근데 이번 편은 내가 그림 못 그리는 게 진짜 아쉬웠다.
둘이 진짜 사복 입히고, 갸루 피스에 손가락 하트 하는 거 보고 싶은데.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투샷일 거 같음.
어쩔 수 없이 내 머릿속에서만 봐야겠다.
그 시각 히나 역시 선생님이랑 놀이공원에 왔는데...
피카츄 아저씨 여깁니다! 여기 노예 하나 잡아가면 될 거 같아요!!!
수라장이잖아.
히나 마침내 1승
진짜 한 번 잡혀가고 싶긴 하다 ㅋㅋㅋ
공식이 안 해주면 내가 만들어야 한다. 오타쿠도 부지런해야 함.
그 시각 히나 역시 선생님이랑 놀이공원에 왔는데...
수라장이잖아.
배니시드
히나 마침내 1승
와 그렇게 되면 존경하는 사람에게 질투심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 배신감을 동시에 느끼는건데크으으으으긋
피카츄 아저씨 여깁니다! 여기 노예 하나 잡아가면 될 거 같아요!!!
진짜 한 번 잡혀가고 싶긴 하다 ㅋㅋㅋ
아코추
히나: 선생님 다음은 저걸....아코?
근데 히나랑 선생 쪽이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없는 거 아?닐까?
또 들키는게 묘미지. 자기랑은 안갔으면서 히나랑은 같이간거 들키면 선생이랑 히나 둘다 질투하면서도
평생 볼 일 없을 귀한 조합이네 ㅊㅊ
공식이 안 해주면 내가 만들어야 한다. 오타쿠도 부지런해야 함.
히나랑 안가니까 카요코일까... 했는데 아코세나라 신선한 맛인데 달아
카요코 소재 좋긴 한데 왠지 떡밥이 안 풀린 애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못 건드리겠더라. 아코랑 세나는 오히려 뭐가 없어서 내가 상상할 여유가 생기는 거 같음.
이거 볼 때마다 사실 선생은 욕받이 해주느라 얼굴 썩어있을 거 같음 ㅋㅋㅋ
세나도 선생이 친구없는걸 걱정해서 주말에 같이 놀 친구정도는 있다고 인증샷 찍어오겠다고 한거 아닐까
세나는 아코보다는 친구 있을 거 같음 ㅋㅋ
세나는 히나 친구니까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느낌으로 이제 히나도 아코 친구네!(아님)
정말 오랜만에 보는 시리즈네요 아코에 빠지게된 팬픽이었죠 재밌는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