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좋은 이전 글 : 말딸) [괴문서] 거짓말을 해버린 트레이너 씨 | 유머 게시판 (ruliweb.com)
평온했던 하루였다.
별다를 것 없이 담당 우마무스메들의 트레이닝을 봐주고, 개인 연구 시간도 가지고, 저녁 식사 이후, 서류 작업과 씨름하며 보내던 날이었다.
그렇게 오후 일곱 시가 되기 십여 분 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쪽에 있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그리고 찬장에서 찻잎을 꺼내고 냉장고에서 과일 주스를 꺼내어 맞은편 소파 앞, 유리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곤 이내 찬장에서 작은 쿠키 몇 개를 꺼내어 음료 옆에 세팅해 둔다.
그의 매일의 일과 중의 하나다. 조금 있으면 그의 소중한 담당 우마무스메들이자 사고뭉치들이자 그의 일을 방해하는 꼬맹이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싱크대의 위쪽 선반에서 머그컵 네 개를 꺼낸다. 오늘 찾아올 담당 우마무스메들의 숫자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다.
평소라면 여섯 개를 꺼냈겠지만, 메지로 맥퀸과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보충 수업의 늪에 빠졌다. 그러니 오늘은 이거면 충분하리라.
꺼낸 머그컵을 유리 탁자 위에 일렬로 주르르 올려놓는다. 누군가 언뜻 본다면 대충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에게는 항상 놓는 순서가 있다.
맨 오른쪽에는 심볼리 루돌프의 컵, 다음에는 메지로 아르당의, 그리고 토카이 테이오와 메지로 맥퀸의 컵, 이어서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컵을 놓고, 맨 왼쪽에는 키타산 블랙의 컵을 놓는다. 오늘은 두 명분이 빠지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재배열한다.
왜 이렇게 두는지는 그도 모른다. 그냥, 이 저녁의 티타임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 순서로 놓았고, 그 전통 아닌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담당 우마무스메들도 알고 있다. 사무실에 찾아와, 항상 자연스럽게 자신의 머그컵을 집어 든다.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해오는 루틴이다.
커피포트의 물이 끓자, 그는 준비해 둔 찻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조금 식혀 둔 커피포트의 물을 넣는다. 그리고 그 찻주전자를 유리 탁자 위, 쿠키 옆에 올려놓는다. 3~5분 정도 차가 우러나면, 딱 적당하게 마실 수 있으리라.
이 티타임을 준비하는 십여 분이, 그에게는 잠깐의 휴식과도 같았다. 그리고 준비가 끝나자, 이내 언제 티타임을 준비했냐는 듯이 다시 서류 업무로 복귀한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처리해야 할 서류들, 그리고 써야 할 연구비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새벽까지 일하는 것은 확정이리라.
그가 자리에 앉자, 문 너머에서 또각거리는 발소리가 들린다. 오후 일곱 시가 되자 어김없이 담당 우마무스메가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내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사무실에 들어가도 되는지를 정중하게 묻는다.
메지로 아르당이다. 오늘의 일착 아가씨에게 들어오라고 출입의 허가를 내어 준다.
“안녕하세요, 트레이너 씨.”
“어서 와, 아르당.”
평범하게 인사를 나누고, 메지로 아르당은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른쪽 두 번째 머그컵을 집어 들고, 찻주전자 안의 차를 천천히 머그컵에 따른다.
녹차의 푸른 향기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우고, 메지로 아르당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찻주전자를 내려놓는다.
그리곤 머그컵을 입으로 가져가, 호록, 한 모금 천천히 차를 마신다.
“트레이너 씨가 우린 차는, 언제나 맛있네요.”
“찻잎이 좋아서 그런 거야. 고향에서는 나름대로 명차 취급이라서.”
“트레이너 씨의 고향…한번 가 보고 싶네요.”
“굳이?”
담당 우마무스메가 담당 트레이너의 고향을 갈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여행이라면 그러려니 할 테지만,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아무래도 여행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후후, 트레이너 씨의 고향이니까요.”
“……그러니.”
어딘지 알기는 할까,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원체 자기 신상정보를 이야기하고 다니는 타입이 아닌지라, 아마 담당 우마무스메들도 그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모를 것이다. 그의 신상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사장이나, 이사장의 비서 하야카와 타즈나 정도만 알고 있으리라.
“게다가 트레이너 씨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기도 하고요.”
“우리가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
“제, 트레이너 씨잖아요?”
“아르당.”
눈을 빛내며 말하는 메지로 아르당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타이른다. 아무리 그래도 선을 넘진 말라는 뜻이다. 메지로 아르당은 총명하기에, 그가 의도하는 바를 금세 알아차린다.
하지만 알아차리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머그컵을 내려놓고 우―, 볼을 살짝 부풀리며 투덜거리듯이 말한다.
“저는 트레이너 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걸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저는…트레이너 씨에게 여자친구분이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알게 되었고요.”
“…….”
그녀의 말에 트레이너 씨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메지로 아르당의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난주 이때쯤 해서, 메지로 아르당에게 작은 거짓말을 하나 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있다.
그런 거짓말을 한 이유는, 담당 우마무스메인 메지로 아르당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괜스레 한때의 사제 간의 정을, 이상한 감정으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작은 거짓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메지로 아르당의 기억에서 그 명제가 사라지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리라.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이 작은 거짓말을 이어가야만 하는 것이 트레이너의 의무이겠지.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내 사생활이잖아.”
“하지만 트레이너 씨와 제 사이잖아요.”
“우마무스메와 담당 트레이너 사이지.”
“그렇네요. 그것만큼 가까운 사이가 중앙 트레센에 또 있을까요?”
“…….”
한 마디를 지려 하지 않는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던가, 메지로 아르당은. 청초하고 다소곳했던 그녀의 모습을 잠시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서 어째 중전차 같은 막무가내 아가씨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 타즈나 씨나 다른 아이들이 오기 전에, 트레이너 씨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을까요?”
허락을 구하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메지로 아르당의 눈빛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서민을 배려하지 않는, 아가씨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것이 조금 배알이 꼴려서였을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마디, 툭 내뱉는다.
“내가 안 된다고 말하면, 그만둘 거니?”
“물론, 아니죠♪”
“…….”
그래, 그렇겠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다른 아이도 아니고, 메지로 아르당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세심한 케어가 필요한 아이다. 그녀의 작은 소망 정도는 들어주는 것이 좋으리라.
“그래…뭘 알고 싶니?”
“그렇네요. 트레이너 씨의 연애 이야기…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런 아저씨의 연애 이야기 들어서 뭐 하려고.”
“트레이너 씨는 아저씨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궁금하잖아요, 연애 이야기.”
메지로 아르당의 말에 그는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하기야, 조금 성숙해 보이는 외모의 메지로 아르당이지만, 결국에는 고등부인 아이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에 흥미를 갖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다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거짓말일뿐더러, 특별하게 연인과 할 법한 행동들이 그의 머릿속에 확 튀어나올 리가 없다. 아무렴, 연애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는 위기에 강한 사람이다.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나 꾸며내고야 만다. 그리고 잠시, 메지로 아르당의 눈치를 살피다가 슬그머니 입을 연다.
“사적인 이야기인데.”
“괜찮잖아요, 저와 트레이너 씨 사이에.”
“…….”
괜찮을 리가 없잖아,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다. 그래, 이건 전부 메지로 아르당의 멘탈 관리를 위해서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거다. 그러니 가능하면 들키지 않도록, 완벽한 거짓말을 하리라.
“뭐, 좋아. 그런데 딱히 할만한 이야기는 없어서…무슨 이야기를 해 줘야 할지 잘 모르겠네.”
“그렇네요. 여자친구분과 방문한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 이야기부터…어떨까요?”
왼쪽 뺨에 양손을 모으고 어머~하고 웃는 메지로 아르당에게서 형언할 수 없는 묘한 오라가 보이는 것 같았지만, 그는 기 따윈 믿지 않는 생물학의 선봉에 서 있는 자다. 등골이 살짝 오싹해지는 것을 가까스로 모른 체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맨틱…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카사이 임해 공원에 같이 다녀오긴 했었지. 조경이 굉장히 잘 가꾸어져 있는 공원이라, 같이 손을 잡고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어.”
“후후,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그리고 같이 대관람차를 탔는데, 디즈니랜드랑 후지산이 바로 보이더라고. 경치가 너무 좋아서 사진도 몇 장 찍었네.”
“사진…그래요, 사진을 조금 봐도 괜찮을까요?”
“…….”
메지로 아르당의 요구에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야 당연하지, 여자친구가 없는데 사진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휴대폰을 뒤져보면 옛 담당 우마무스메와 카사이 임해 공원에서 찍었던 사진이 몇 장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어린 시절의 토키노 미노루라 해도, 얼굴을 보면 그녀가 하야카와 타즈나인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그가 조금 한심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게, 여자친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나한테는 지금 없어.”
“여자친구분이 안 보내 주셨나요?”
“보정 좀 하고 보내 준다고 해서.”
솔직히 그가 생각해도 조금 어색한 변명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더 좋은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메지로 아르당이 이걸로 넘어가 주기를 속으로 빌었다.
“그런가요.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
그리고 다행히도, 메지로 아르당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그의 말에 납득 한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긴 했지만, 토키노 미노루도 그렇고, 여자애들은 다른 것이리라. 물론 그는 이해하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이내 그 의문을 머릿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혔다.
“트레이너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한번 가 보고 싶네요. 그리고 또, 어떤 데이트 장소가 좋으셨나요?”
“그렇네. 아사쿠사에 있던 토끼 카페도 좋았고, 레인보우 브릿지에서 산책한 것도 좋았고, 클래식하게 도쿄 타워에 갔던 것도 좋았어.”
“바쁘신 와중에도 여기저기 많이 가셨네요.”
“그, 그래…뭐, 연애하다 보니까…….”
메지로 아르당의 말에 그는 등골이 오싹한 이유를 대강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 그녀는, 자신들에게 더 시간을 할애해 주지 않고 여자친구와 연애하는 데에 시간을 더 쏟은 것에 대해 질책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메지로의 아가씨이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살며시 돌려 말하는 것이겠지. 조금 더, 담당 우마무스메들에게 집중해 달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연애 이야기로 인해 메지로 아르당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그에게 있어서 메지로 아르당은 담당 우마무스메들 가운데 한 명이지만, 메지로 아르당에게 있어서 그는 유일한 트레이너이기 때문이다.
조금 엄격하게 생각해보면, 그는 메지로 아르당의 청춘, 그리고 그녀의 인생 일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이, 담당 우마무스메들에게 신경을 더 써야 할 시간에 밖에서 연애를 즐기고 있으면…아무래도 아르당으로서는 불안해지는 것이겠지.
하지만 일단은 해 버린 거짓말이기 때문에, 오늘은 어쨌건 그의 거짓말을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메지로 아르당의 저 흔들리는 눈동자를 안정시켜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럼, 혹시 두 분이 방문했던 곳 중에,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메지로 아르당의 말에 그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몇 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장소라면, 큰 고민 없이 바로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옛 담당 우마무스메와의 추억을 살그머니 팔아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토키노 미노루가 안다면 다시 한번 그를 놀리겠지만, 지난번처럼 하야카와 타즈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이 두 번 일어나지는 않으리라.
“특별하게 기억에 남았던 건…그래, 하코네에 온천을 즐기러 같이 갔을 때가 좋았지. 세츠게츠카 료칸에서 작은 온천 하나를 대절해서 말이야. 아, 혼욕은 안 했어.”
“……헤에, 온천 료칸. 그렇군요, 온천.”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니, 아르당?”
노려보듯이 가늘게 눈을 뜨며 자신을 보는 메지로 아르당의 모습에, 그는 슬그머니 아르당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하지만 메지로 아르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전차다운 당당함으로 그녀의 요구사항을 통보한다.
“저도…트레이너 씨와 온천 료칸, 갈래요.”
“아니, 아니지. 그건 아니지. 안 돼.”
“어째서인가요? 온천 여행권은 제가 준비해 두었는데요.”
“담당 우마무스메와 온천 여행이라니, 안 될 일이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정론이지만, 그런 정론을 부수는 것이야말로 메지로의 중전차다. 그리고 그녀가 하는 말은 부탁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것을 트레이너는 다시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레이너 씨, 여자친구분과는 가셨잖아요.”
“그거야, 여자친구니까.”
“저는 트레이너 씨의 담당 우마무스메, 트레이너 씨의 애마니까요.”
“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잖니.”
청초하고 총명한 메지로의 아가씨가, 갑자기 왜 이러실까.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호시탐탐 그의 인감을 노리는 사토노의 아가씨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메지로 아르당이다. 그가 가장 섬세하게 케어하는 담당 우마무스메요, 가장 신뢰하는 담당 우마무스메다. 터무니없는 요구는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이미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 것 같지만…때로는 모른 척이 상책일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곧이어 나온 메지로 아르당의 말은, 그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트레이너 씨, 예전 담당 우마무스메 분과는 둘이서 온천 여행, 가셨죠?”
“…….”
“함구하셔도 소용없어요. 메지로의 정보망을 너무 얕보시면 안 된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는 아르당이었기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인정한다.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그러시다면 저와 온천 여행을 가는 것도―”
“하지만 그때는 나도, 그리고 내 담당 우마무스메도 너무 어렸어. 단둘이서 온천 여행은 가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언젠간 생각이 바뀌실 거라 믿어요.”
“그럴까? 잘 모르겠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메지로 아르당의 말을 흘려보낸다. 그녀는 조금 화가 날 법도 했지만, 그런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머그컵을 내려놓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건 천천히 생각하도록 하고요…일단, 트레이너 씨의 대답들로 저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어요.”
“결론? 무슨 결론?”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는 메지로 아르당에게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는 왼손을 주머니의 스턴 건으로 향했다. 그런데도 전원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지 않은 것은, 다른 아이도 아니고 메지로 아르당이기 때문이리라.
“지난번에는 충격이 컸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나중에 돌아가서 고심해 보니, 트레이너 씨의 말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몰라,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메지로 아르당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을 보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평일에는 매일같이 야근하시고, 열 시 전에 퇴근하신 적이 없으신 트레이너 씨인데.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서 업무를 처리하시는 트레이너 씨인데. 그런데 트레이너 씨가 언제…어느 시간에 여자친구분과 시간을 보내셨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등골이 오싹해졌다. 메지로 아르당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기 위해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그, 그거야 아무튼 나도 사적인 시간은―”
“해서, 일주일 동안 트레이너 씨가 사무실에 언제 오시는지, 그리고 언제 퇴근하시는지를 지켜보았어요.”
“아르당…그건 나쁜 짓이잖아.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될 일은, 트레이너 씨가 먼저 하셨잖아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메지로 아르당이, 그의 책상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 그에게 살그머니 얼굴을 들이댄다.
주머니의 스턴 건을 사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이내 스턴 건에서 손가락을 뗀다. 눈빛은 차갑고 이마에는 작은 실핏줄이 보이지만, 그래도 메지로 아르당이다. 선을 넘을 아이는 결코 아님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하듯, 메지로 아르당은 이내, 하아, 작은 한숨을 한번 내쉬곤 다시 몸을 일으킨다.
“아무튼, 저는 확신했어요. 트레이너 씨가 중앙 트레센 외부에서 연애에 할애할 시간은, 없다고. 단언컨대 없다고요.”
“아르당, 나는―”
“왜, 거짓말을 하셨나요, 트레이너 씨?”
“…….”
그가 변명조차 하지 못하도록, 그녀는 그녀답지 않을 정도로 직설적인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 안에 담긴 것은 약간의 분노와, 그에 대한 조금의 실망, 그리고 작은 원망이었다.
그것을 마주하자,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메지로 아르당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거짓말을 한 것인데, 그것이 잘못이었다. 오히려 솔직함으로 담당 우마무스메를 대하는 편이 좋았으리라.
그러나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담당 우마무스메의 한 마디를, 솔직하게 답해 주는 것 이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교활한 뱀 같은 사람이며, 동시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어른이라는 입장을 이용해서, 그리고 메지로 아르당은 아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별것 아닌 진실조차 말하려 하지 않는다.
“조금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내가 말했던 것들은 분명히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들이야. 그걸 거짓말이라고 하진 말아줬으면 좋겠어.”
입가는 능글맞게 웃고 있었지만, 말투만큼은 단호히, 그렇게 말한다. 일부러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교묘하게, 그가 말했던 일들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가 겪었던 일들은 모두 사실이니까. 그리고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메지로 아르당은, 그런 트레이너 씨의 간계에 쉽게 걸려들 것이다. 그야, 그녀가 아무리 총명하다 한들 아직 고등부 아이이며, 동시에 그녀의 총명함만큼이나 순수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실이겠죠, 트레이너 씨의 추억들은.”
“……?”
하지만 트레이너 씨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으니, 메지로 아르당은 그녀가 알아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확인하고 여기에 왔다는 사실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모든 패를 내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연히, 트레이너 씨가 메지로 아르당이 가진 패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제아무리 중앙 트레센의 베테랑 트레이너라 해도, 혼자서 메지로라는 가문을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메지로 아르당이 천천히 걸어온다. 책상을 지나, 트레이너 씨가 앉아 있는 의자에 도달한다. 그리곤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트레이너 씨를 응시한다.
그러더니 이내, 트레이너 씨에게 손을 뻗어 그의 목에 팔을 두른다. 갑작스러운 메지로 아르당의 포옹에, 그는 대 우마무스메용 진정제를 찔러야 하나 잠시 고민하지만, 이내 아르당이니까…하고 속으로 되뇌며 한 번 더 참는다.
아니, 오히려 안겨 오는 메지로 아르당의 등을 토닥여 준다. 원체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이기도 하니, 괜스레 밀어내지 않는 것이다.
그런 트레이너 씨의 귓가에, 메지로 아르당은 조용히 속삭인다.
“토키노 미노루.”
“……!?”
아르당이 속삭인 그 이름에, 트레이너 씨는 아르당의 등을 토닥여 주던 손을 멈춘다. 그의 옛 담당 우마무스메의 이름을 아르당이 아는 것은 이상하진 않지만, 이 상황에서 그 이름을 말할 이유가 없다.
아니,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아르당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아르당의 숨결이 귀에서 느껴지는 지금, 아르당의 서늘한 손가락이 그의 목을 살며시 쓰다듬는 지금, 그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너 씨의 첫 담당 우마무스메, 10전 10승의 신마. 트레이너 씨와 함께했던 3년간 쌓아왔던 이런저런 추억들.”
“…….”
“트레이너 씨가 말씀하셨던 모든 것들, 교묘하게 진실을 섞은 거짓말들 전부, 전부 과거의 담당 우마무스메와 함께했던 추억들인걸, 제가 영원히 모를 것 같았나요?”
메지로 아르당의 한기 서린 말투에,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그녀는 말하고 있다, 메지로 아르당은 알고 있다고. 트레이너 씨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고,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물론, 토키노 미노루 씨가 트레이너 씨의 여자친구…일 가능성도 있었겠지만요. 제가 아는 트레이너 씨라면 절대, 담당 우마무스메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
그리고 그의 생각보다, 메지로 아르당은 그의 거짓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이어가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미안.”
“뭐가, 미안하신가요.”
차가웠던 말투가 순식간에 뾰로통한, 언제나의 메지로 아르당의 말투로 돌아온다.
“속이려고 해서, 미안해.”
“……왜 그런 거짓말을 하셨는지 묻진 않을게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다. 트레이너 씨는 과도할 정도로 신중하고, 그러면서도 쓸데없이 배려심은 깊어서, 메지로 아르당을 상처입히지 않고 그녀를 밀어내려 했으리라.
그런 트레이너 씨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실수를 복창하라는 잔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메지로 아르당이 실제로 받은 상처의 대가는 트레이너 씨에게 받아내야 한다. 트레이너 씨에게 안겨 있는 상태 그대로, 아르당은 슬며시 자기 몸을 그에게 밀착시킨다.
평소라면 단호하게 밀어냈을 트레이너 씨도, 괜스레 아르당에게 미안했는지, 한숨을 내쉬면서도 아르당의 어리광을 받아준다.
그런 트레이너 씨에게, 지금이 기회다 싶어 아르당은 평소라면 하지 못했을 말을 입 밖으로 내버린다.
“그런데 옛날의 트레이너 씨는, 담당 우마무스메와 데이트 같은 일도 많이 하셨네요.”
“뭐어…나도 어렸을 때 일이니까.”
“그런 건 상관없잖아요? 트레이너 씨가 토키노 미노루 씨와 하셨던 모든 데이트, 저와도 해 주셔야겠어요.”
“……응?”
“카사이 임해 공원, 아사쿠사의 토끼 카페, 레인보우 브릿시, 도쿄 타워, 그리고 하코네의 온천도…전부, 전부 저와 단둘이서 함께 해 주셔야겠어요.”
“아니, 그건 아니지. 안 돼, 안 된다니까―?!”
“알겠다고 하실 때까지, 놓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메지로 아르당은, 트레이너 씨를 감싸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의 발버둥이 무색해지도록, 그가 메지로 아르당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런 메지로 아르당의 돌발행동에, 그는 당장이라도 주머니의 스턴 건을 써야 하나 고민했지만, 사무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주머니에 넣으려던 손을 황급히 뺐다.
다른 우마무스메들 앞에서 스턴 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교육상 좋지 않다. 게다가 그의 카드 하나를 더 내보이는 바보 같은 짓이기도 하니까.
어차피 사무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메지로 아르당 스스로가 물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조금 억지스러운 요구 또한 자연스럽게 무마될 것이다. 그는 대답한 것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의 기대대로 문에서 찰칵, 소리가 들렸다. 메지로 아르당 또한 그 소리를 들었는지, 귀가 쫑긋거린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실이라면, 메지로 아르당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란 듯이 트레이너 씨에게 더욱 몸을 밀착시키며, 마킹이라도 하는 양 그의 목덜미를 살짝 깨문다.
아얏, 하고 아픔을 느낌과 동시에,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이사장 비서, 하야카와 타즈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하세요, 트레이너……씨?”
“안녕…타즈나.”
아르당에게 안겨 있는 채로 그는 아하하, 힘없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야카와 타즈나는 잠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트레이너 씨와 메지로 아르당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메지로 아르당이 트레이너 씨를 일방적으로 껴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조용히, 그러면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아르당 양, 트레이너 씨를 방해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하지만 그런 하야카와 타즈나의 경고에도, 메지로의 아가씨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트레이너 씨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그가 쓴웃음을 짓도록 만들 뿐이었다.
그런 메지로 아르당의 모습에 하야카와 타즈나는 머리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짜증이 치솟았지만, 그녀는 어른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질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조용히, 메지로 아르당을 타이르듯이 말한다.
“아르당 양.”
그제야 메지로 아르당은 천천히 트레이너 씨에게서 물러난다. 그리곤 옷매무시를 한번 가다듬은 뒤에, 활짝 웃는 모습으로 뒤를 돌아 하야카와 타즈나를 바라본다.
“안녕하세요, 타즈나 씨.”
“아르당 양. 트레이너 씨를 너무 괴롭히진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바쁘신 분이니까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타즈나 씨가 보기 싫으셨던 게 아니고요?”
“…….”
이 아가씨 봐라? 당돌하게 말하는 중전차, 메지로 아르당의 진격에 하야카와 타즈나의 입꼬리가 부르르 떨렸다. 원래 사랑을 하면 눈에 뵈는 것이 없다곤 하지만, 이 아가씨는 정말로 전격전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하지만 그런 아이 또한 잘 타일러 돌려보내는 것이 어른일 것이다.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며 하야카와 타즈나는 입을 연다.
“저도, 그리고 트레이너 씨도…어른들은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후후, 그런가요.”
그런 것 치곤, 하야카와 타즈나 또한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트레이너 사무실에 방문하긴 하지만, 그렇게 말을 했다간 정말로 하야카와 타즈나의 심기를 건드릴 것 같았기 때문에, 메지로 아르당은 한 발짝 물러난다.
“그러시다면 저는 이만, 미호 기숙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아르당 양.”
자기 옆을 지나가는 메지로 아르당에게, 하야카와 타즈나는 마지막까지 웃음을 유지하며 인사를 건넨다. 메지로 아르당은 사무실 문을 열었고, 나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보며 트레이너 씨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
“데이트,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
“후후, 하코네의 온천 료칸이 정말로 기대되네요.”
그가 반박할 새도 없이, 메지로 아르당은 사무실 문을 닫아버리고 복도를 걸어간다. 사무실 안에 남은 하야카와 타즈나만이 트레이너 씨를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쏘아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트레이너 씨?”
“아니, 아르당이 일방적으로―”
“데이트…? 여기 트레이너 씨의 첫 담당 우마무스메를 내버려 두고, 다른 우마무스메 데이트요? 그것도 저와 갔었던 하코네의 온천 료칸을?!”
“그러니까 아르당이 멋대로 말한 거라니까? 그리고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
“조용히 하세요, 트레이너 씨!”
그녀답지 않은 일갈에 그는 목을 움츠리며 입을 닫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토키노 미노루의 컨디션이 절부조로 급락하는 공포의 나락 이벤트를 다시금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졸업한 지가 언젠데 컨디션 관리를 해 줘야 하느냔 말이다.
그러나 트레이너 씨가 목을 움츠리는 것을 보고, 하야카와 타즈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바로 성큼성큼 트레이너 씨에게 다가가, 진정하라고 말하는 트레이너 씨를 무시하고, 그의 팔을 꼼짝 못 하게 잡은 뒤, 목덜미를 바라본다.
“이거―”
“그게, 정말로 아르당이 멋대로…….”
한 방 먹었다는 얼굴로 하야카와 타즈나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메지로 아르당의 입술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작은 키스 마크. 물론, 트레이너 씨가 말한 대로 메지로 아르당이 일방적으로 저지른 일이리라. 하야카와 타즈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토키노 미노루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메지로 아르당이라는 아이에게 질투마저 느낀다. 내 것이었는데, 내 것인데, 내 것이어야만 하는데.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토키노 미노루가 이를 만회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트레이너 씨……!”
“야, 타즈나! 너 지금 뭘 하려―”
“저도 똑같이, 마킹 할 테니까요.”
“정신 차려, 타즈나! 너 지금 눈이 이상해!”
“가만히 계세요! 트레이너 씨는 좀 자신이 연약한 히토미미 남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으셔야 해요!”
“뭔 소리야―!”
발버둥을 쳐 보지만 이미 토키노 미노루에게 양팔이 전부 잡힌 채였다. 반대편 목덜미에 같은 자국을 남기려는 듯, 하야카와 타즈나는 그녀의 입술을 가져다 대려고 허리를 숙였고,
“안녕하세요, 트레이너 씨!”
“저기저기, 트레이너! 오늘 티타임은 하찌미지? 그렇지?”
그와 동시에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키타산 블랙과 토카이 테이오가 들어온다.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하야카와 타즈나는 황급히 허리를 피고 책상 위의 서류들을 재빨리 낚아채 트레이너 씨에게 내밀었다.
그런 하야카와 타즈나의 모습에 트레이너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토카이 테이오가 ‘에~오늘도 녹차야? 하찌미 먹고 싶어어어―!!’ 라며 투정 부리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류를 받아들었다.
하야카와 타즈나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잠시 노려보다가, 기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내 몸을 휙 돌려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탁자 위에 놓인 메지로 아르당의 머그컵에서 더 이상 김이 피어오르지 않았지만, 그는 사무실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열기, 그리고 자신에게 묻어 있는 아르당의 옅은 향기를 지우기 위해서.
중앙 트레센의 하루였다.
==========
쓰고 보니 아르당 생일이네
그치만 난 아르당이 없고
말딸 망겜임 아무튼 망겜임
열심히 글 쓴 작가에게 아르당이 오길...
나중에 데이트 따라올거 같은 타즈나씨(....) 이후 수라장(?) 기대하겠습니다
계속 중요할 때 마다 초치는 타즈나...!!
매지로 무서워!
ㄱㅅ 나중에봐야징
셀렉이나 빨리 팔아라 카카오야...
계속 중요할 때 마다 초치는 타즈나...!!
매지로 무서워!
열심히 글 쓴 작가에게 아르당이 오길...
셀렉이나 빨리 팔아라 카카오야...
나중에 데이트 따라올거 같은 타즈나씨(....) 이후 수라장(?) 기대하겠습니다
ㄱㅅ 나중에봐야징
언제나 맛있는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