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라고도 하며, 일평생 조증 삽화와 울증 삽화가 각 한번 이상 나타난다면 조울증 진단을 받는 걸로 알고 있음.
조울증은 크게 3개의 유형으로 나뉘는데
1형 : 평생 한 번 이상의 조증 삽화를 보이는 것이 특징. 대부분의 경우 주요 울증 삽화가 동반됨.
2형 : 평생 한 번 이상의 주요 울증 삽화가 나타나고, 한 번 이상의 경조증 삽화가 동반됨. 경조증은 말 그대로 조증보단 증세가 덜한 삽화를 말함.
순환감정 장애 : 만성적인 기분장애, 기분삽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대적 덜 심각한 정도의 경조증 및 우울증 시기가 여러 차례 반복하여 수년 간 지속됨.
여기서 울증은 우울증을 말함. 내가 겪은 최악의 우울증은 한 달 동안 밥 먹고 배변할 때 말고는 방 밖에 안 나가고 생각도 멈춘 채 침대에만 누워 있었음.
조증은 단순히 기분이 들뜬 걸 넘어서 정신적 에너지가 흘러 넘쳐서 모든 게 긍정적으로 느껴지고 병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목표지향적 행동이 많아지고 사고가 빨리 진행됨. 또한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심각하면 조현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음.
나는 2형 조울증으로 진단이 내려졌음. 원래는 우울감이랑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아서 항우울제를 처방 받았는데
원래 항우울제가 3~4주에 걸쳐서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거든.
근데 나는 1~2주만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니까 병원에서 조울증일 수도 있다면서 조울증약을 처방받기 시작했음.
조울증 약 타먹은 지는 3년 가량 됐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꽤 예전부터 있었던 거 같음.
첫 조증 삽화는 대학교 막 입학했을 때라고 추측하고, 울증은 그 이전부터 만성적으로 있던 걸로 추측함.
초중고 학창 시절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학교폭력에 시달렸는데, 이게 트리거가 돼서 조울증이 생긴 건지, 혹은 내가 조울증이 있어서 그들에게 내가 이상하게 보이니 괴롭힌 건지, 그 인과관계는 모르겠음.
현대 의학에서도 조울증의 원인은 확답은 못하는데, 신경전달물질 분비 이상, 신경회로 이상 등등의 뇌과학적 접근 방법도 있고
친인척 중에 주요 기분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걸 두고 유전적 요인을 찾는 유적학적 접근 방법도 있음.
정신분석학적으론 프로이트는 분노가 내향화되면 우울증, 외향화되면 조증이라고 의견을 낸 적이 있음.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게, 내가 저지른 자해 사건은 대부분 나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분노를 내향화해서 생긴 거였음.
결국은 복합적인 거겠지만.
조울증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분이 주기적(혹은 비주기적)으로 바뀐다는 것인데, 울증 삽화 자체가 내적으로 엄청 힘들고 괴로운 것도 있지만
조증 삽화 또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힘듦. 예컨대 조증 삽화 상태에선 과소비가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서 패가망신하기 쉬움.
가장 고통스러운 건 조증에서 울증으로 넘어갈 때인데, 조증 때 넘치는 에너지는 내일 내가 쓸 에너지를 갖다 쓰는 거라고 할 정도라서, 울증은 급격히 그리고 깊게 찾아옴.
조울증은 그 자체로도 진정시키는 약이 있지만, 보통 항우울제와 항조증제를 칵테일 해서 복용하는 경우가 많음. 상단에 조울증의 원인이 다양하다고 적은 만큼, 이 칵테일의 비율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의사와 환자가 조율해야 할 문제임.
항우울제라도 TCA. MAOI, SSRI, SNRI 등등 큰 분류들이 있고 그 밑에 있는 다양한 약을 시도해보면서 우울증을 잡아야 함.
조증도 마찬가지로, 퀘티아핀, 올라자핀, 리스페리돈 등이 있고
조울증 자체를 억제하는 약으로 발프로산에이트, 탄산리튬 같은 약이 있음.
또한 항우울제지만 우울증 환자한텐 안 쓰이는 라믹탈 같은 약도 있는 만큼
칵테일의 제조법은 다양함. 그러니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자신의 기분을 파악하고 의사와 신뢰 관계 속에서 자신한테 맞는 약을 찾는 게 좋음.
보통 이런 기분장애는 불안장애나 수면장애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처럼 진정, 수면유도 역할을 하는 약도 같이 먹는 경우가 많음. 나 같은 경우도 이런 저런 약을 다 합쳐서 하루에 정신과 약만 11개 약을 먹음.
이렇듯 환자에 맞는 칵테일을 찾으려면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내가 가본 대다수의 정신과는 5분 내외로 증상만 묻고 그냥 약 처방하는 게 전부인 곳이라서
진득하게 상담 받으려면 차라리 전문 심리상담사나 임상상담사를 찾아가는 게 좋음.
분명 정신과 의사들도 상담학, 정신분석학을 배운다고 하는데 10분 이상 상담과 진료를 해주는 곳은 거의 ㅂㅈ 못 했음. 다행히 지금 내가 다니는 병원은 시간대만 잘 맞으면 30분까지도 상담을 해주긴 하지만..
우울증이든 조울증이든 공황장애든 가능하면 상담 길게 하는 곳 찾아서 가길 추천함.
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는 환자 본인의 의지도 중요함. 매일 자신의 기분을 체크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살펴보는 인지행동치료도 필요함. 물론 이것도 전문 상담사의 조언을 받으면서 하는 게 더 좋은데, 상담비는 국민건강보험 제외니까 돈이 없으면 어쩔 수가 없음(다만 지역 복지관 등 사설 복지센터 같은 곳에 지원을 요청하면 어느 정도 지원해 줄 수도 있음. 나도 6회 정도 지원을 받았음)
그 외 다른 기분장애와 마찬가지로 명상이나 산책은 중요한 일과여야 하고
참고로 (경)조증 상태에선 사고가 빨라지고 목표지향적 행동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이 때문인지 조증 삽화일 때 창의성이나 결단력이 맥스치를 찍기도 함.
고흐나 처칠도 조울증을 앓았을 것으로 추측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