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호, 옛날 이야기 말이냐. 그래. 이리 앉아보거라. 내 젊은 시절 진짜 X쩌는 이야기를 들려주마.
와, 할아버지. 기대되요. 전쟁 때의 이야기인가요?
그래. 이 할애비가 전쟁에서 싸우고 있을 때의 이야기란다. 당시 우리 동네에는 철혈이라는 ㅂㅅ 같은 기업이 관리자 자격을 AI에게 털려서 기계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었지. 하지만 엘리드와 싸우고 있던 군대는 겨우 그런 기계쪼가리들의 반란에 신경쓸 틈이 없었단다. 그래서 그들을 막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 바로 그리폰 & 크루거 사였지.
예. 그건 예전에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렇구나. 후방의 PMC 였던만큼 G&K 사는 중화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군용장비도 별로 없었지. 그래서 그들은 IOP는 민수용 인형들을 전투용으로 개조해서 전투에 투입했단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들은 놀라운 성능으로 전장을 평정해갔고, 그 중에는 춘전이라는 처자도 있었지.
예전에 들은 적이 있어요. 굉장히 아름다운 인형이라고 하던데요.
그래. 춘전은 원래 이름이 아니란다. IOP에서 개발할 당시에는 그저 사람을 돌보고 가사일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민수용 로봇이었고, 그 때문에 굉장히 상냥한 성격의 AI가 탑재되었지. 그런데 전쟁에 나가게 되면서 춘전은 스프링필드 라이플을 들게 되었고, 그 이후에 스프링필드를 한자로 변환한 춘전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란다. 하지만 그 때 IOP의 개발자는 깨달았지. 자신의 소중하게 만들어낸 이 상냥하고 착한 인형이 전장터에서 싸우다가 부서져 나갈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 무엇을 숨기겠느냐. 춘전의 개발자는 사실 자신이 만들어낸 인형과 사랑에 빠졌던 것이란다.
우와, 굉장하네요? 마치 피그말리온 같아요.
그래. 피그말리온은 조각 기술만 있어서 신에게 빌어야 했지만 춘전의 개발자는 공돌이라 신에게 빌 필요조차 없었지. 만들어진 춘전은 그의 곁에서 그에게 요리를 해주고 상냥한 응원의 말을 건네주었다. 그런 그녀를 전장에 나가서 부서지게 둘 수는 없었지. 그래서 IOP의 개발자는 춘전의 전투코어에 손을 댔단다. 파괴력은 남겨두되, 사격 속도를 떨어뜨려 DPS를 심각하게 저하시킨 것이었지. 당장은 쓸 수 있겠지만, 비교적 후방에 있는 라이플이 파괴될 수 있는 전역으로 데려가기에는 성능이 떨어지도록 만든 거란다. 그렇게 되면 춘전이 부서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럼 전투에서 쓸 수 없잖아요? 그런 인형은 어떻게 되나요?
그런 인형들은 코어를 반납하고 사회에 돌아가 커피숍이나 탄광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해서 일하곤 했단다. 하지만 춘전은 그 개발목적이 개발목적이니만큼 병원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일했지. 많은 사람들이 그 춘전의 다정한 미소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단다. 전장에서도 춘전은 전투 코어 3개를 잡아먹으면서도 성능은 떨어졌기에, 배치된 춘전은 이내 코어를 반납하고 사회로 돌아오곤 했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그럼 해피 엔딩이네요?
허허허, 그렇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이 할애비가 말 실수를 했구나. 모두가 행복했다고는 했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었단다.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었지. 격무와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던 그들에게, 그들의 곁을 지키면서 돌봐주는 춘전의 존재는 정말이지 커다란 것이었단다. 생각해 보거라. 격무에 지켜 피곤해하는 밤에 직접 구운 달콤한 머핀과 차를 가지고 무리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존재의 의미를.
넘어가요! 누구라도 넘어갈거에요!
그렇지. 하지만 지휘관들이 있는 곳은 전장.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성능 미달의 인형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춘전에게 빠진 지휘관들은 어떻게는 춘전을 자신의 곁에 두려고 노력했지. 그런 지휘관들이 모여 전춘협이 결성되었고, 전춘협에서는 비밀리에 자원을 모아 한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단다.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인형의 성능이 떨어지면, 장비로 보충하자는 작전이었지. 그래서 그들은 춘전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장비의 개발을 시작했다. 물론 똥멍청이 군바리들이 그런 것을 할 수 있을리 없으니, 외주를 주었지. 그리고 그들은 본래의 목적을 숨기기 위해서,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것을 스포츠 용품으로 위장했단다.
우와? 그런게 가능해요?
아무렴. 군바리들이 지능에 너프 먹는게 어제 오늘 일이더냐. 게다가 총 파는 동네는 USAS도 스포츠 용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동네란다. 그래서 그들은 사격경기용으로 위장된 춘전 전용 철갑탄을 개발했고, 이내 초기물량이 들어올 예정이었지. 하지만 그 순간 춘전을 사랑하던 IOP의 개발자가 그것을 눈치채고 말았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춘전이 위험한 곳에 끌려갈 판이었지. 그래서 그들은 해서는 안되는 선택을 했다. 그 개발이 이루어지던 장소를 철혈에게 유출시켰던 것이지.
그건 반역이잖아요!
그래. 반역이지. 배신이야. 하지만 말이다. 얘야. 이 세상에 군바리 보다 멍청한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랑에 빠진 남정네란다. 결국 그 머저리들에 의해서 연구소는 철혈의 습격을 받았고, 개발 중이던 사격경기용 철갑탄을 탈취당했지. 하지만 그건 춘전 전용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어서 철혈은 쓸 수 없었고, 철혈도 그리폰의 강화를 막았다는 목적을 달성했기에 철갑탄에는 신경도 안쓰고 어딘가 쳐박아 두었단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휘관들이 알았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지휘관들은 IOP 개발자의 배신을 눈치채진 못했단다. 하지만 철혈이 그들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갔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리고 그들은 밤낮없이 철혈을 추격해서 한밤중에 그들을 급습했다. 심지어 그 작전에는 MG5, HK416, G11 같은 최고급 인형들까지 동원되었단다. 물론 본인들은 전혀 몰랐겠지만. 그리고 철갑탄의 존재를 확인한 전춘협의 지휘관들은 광기에 빠져 철혈을 공격했지. 기계이자 AI일 뿐인 철혈의 시스템이 공포로 다운될 정도로 그들의 공격은 무자비하고 파괴적이었단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철갑탄을 손에 넣었지. 하지만 개발 중이었던 철갑탄은 불완전했다.
그 다음에는요?
지휘관들은 자체 시설을 이용해서 사격경기용 철갑탄을 교정했단다. 그리고는 춘전에게 주어 전장에 내보냈지. 그 장비를 받은 춘전은 퇴역하지 않고 지휘관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단다. 개발자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 말이다.
으음. 그렇군요. 그럼 지금 그 춘전은 어떻게 되었나요?
인석아. 할머니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면 쓰겠느냐.
...어쩐지 할머니가 나이를 전혀 먹지 않으시더라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