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이제 차 안타고 다니면 안되요? 다른 애들은 순간이동기로 등교한다고요. 쪽팔린다고요!"
옆좌석에서 아들이 칭얼거린다. 13살이다보니 슬슬 다른 아이들의 눈길이 신경쓰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난 그 '순간이동기'에 내 아들을 밀어넣을 생각이 전혀 없다.
아니, 내 아들뿐만 아니라 내 핏줄이 이어진 사람들은 전부 다 말이다.
그렇다. 우린 순간이동 기술을 개발해내었다.
그 기술의 연구는 거대하지만 외부와 격리되어있던, 대기업 지하의 아주 깊숙한 연구실에서 이루어졌었다.
그때의 나는 연구팀 중 한 사람이었고, 모두가 불가능할거라 여긴 기술이 실현되는 경이로운 광경을 보며 놀라움을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사실 순간이동은 매우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반대편으로 날아간 생명체가 사망한 상태로 도착해있는 것을 빼면 말이다.
그것을 본 과학자들과 기업 관계자들 모두가 당황했지만 곧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여기고 개선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연구를 해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좌표 계산에 오류가 있었던거라고 여겼지만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그 후 분자가 분해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에서 신체 내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며 순간이동 과정에서의 분해 재결합 과정을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 후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가며 문제점을 찾아내고자 했지만 결과는 항상 죽은채로 전송된 동물의 시체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별다른 외상도 내상도 없이 모든 신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데, 죽어있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자 상부에서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를 폐쇄하겠다며 압박을 넣기 시작했고, 우리는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더럽다며 일을 때려치는 사람이 생기는가 하면, 더 많은 돈을 주는 기업으로 옮기겠다는 이도 있었고, 실패했다는 생각에 완전히 의욕을 잃고 반폐인이 되는 사람도 있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우린 이성적인 과학자라는 자부심을 모두 던져버리고 종교, 심령학, 오컬트에까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선배가 문득 말했다.
"혹시 신체 전송 과정에서 영혼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영혼을 다시 주입해 넣어야 되는것이 아닐까?"
보통때였다면 다들 정신나간 헛소리라며 비웃었겠지만, 그때 우리는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이 말도 안되는 것을 옳은 소리라고 여기며 죽은 몸체에 영혼을 잡아다 불어넣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상부에서 이를 알아선 안될 일이었기에, 겉으로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발견했다며 그럴듯하게 속이면서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매우 당연하고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 영혼이란 것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건가?
아무리 사이비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으며 연구를 했다 한들 짧은 시간 안에 영혼이란 개념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었고, 상부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연구 결과에 대한 보고서와 시제품 개발과 같은 뚜렷한 성과를 내도록 독촉하고 있었다.
결국 우린 짧은 시일 내에 영혼의 개념이란 것을 연구에 적용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냈고, 대신 비슷하지만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복제 인간은 수명이 매우 짧기 때문에 사실상 소모품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맞춰진 패턴에 따라 두뇌를 미리 프로그래밍 하여 용도에 맞게 성장시켜 배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복제 인간들은 프로그래밍 된 두뇌 정보에 따라 단순 노동자에서부터 전문 기술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곤 했다.
그리고 그 기술이 발전되자 자연적으로 태어나고 성장한 인간의 두뇌 속 정보를 다른 뇌에 복사하는 '제 2의 나를 만드는 기술'까지 개발되었다.
비록 윤리적 문제때문에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어지간한 부자와 권력자들은 자신의 두뇌를 주기적으로 스캔하여 정보를 저장해놓고 자신의 생명이 다 할 경우 다른 두뇌에 정보를 복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영생 프로젝트라는 비밀 연구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였다.
덕분에 두뇌를 스캔해서 그대로 복사하는 기술이 매우 발전되어 있어 여러 분야에 쉽게 적용 가능하게 되었고 우린 그 점에 주목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미리 동물의 두뇌 정보를 스캔한 다음 전송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죽지 않고 멀쩡하게 걸어나온 것이었다.
우리는 매우 들떠 문제를 해결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기업 고위직들이 직접 참관하는 앞에서 전송된 동물이 멀쩡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들은 매우 흡족해했고, 빠른 시일 내에 인체 실험까지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되자 우리 사이에서는 그 영광스러운 실험의 첫 단추를 끼울 사람이 누가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선배가 말했다.
"그 영혼이라는 개념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 사람은 바로 나다."
"그렇기때문에 내가 직접 전송기에 들어가 위대한 과학적 진보의 첫 번째 증인이 되겠다."
결과는 참혹했다.
선배의 몸이 끔찍하게 망가지거나 혹은 처음의 동물들처럼 죽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정신 연령이 갓난 아기처럼 퇴화 되어버린 상태로 전송되었던 것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 관계자들이 참관하는 자리에서 그 처참한 결과가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우린 프로젝트가 사실상 폐기될것이라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 되어 연구실을 정리할 준비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부에서 다른 지시가 내려왔다.
연구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고위직 관리 중 한 사람인 '그'의 의견에서 나왔다.
생명체를 전송 가능하다면 그 기술로 단순히 전송하는 것이 아닌 복제해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불가능할거라 여겼지만,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추가 연구를 해보니 '그'의 말대로 생명체를 복제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맨 처음에 실패한 것처럼 신체기능이 멀쩡한 상태로 죽어서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것을 본 '그'가 오랫동안 고민끝에 뭔가 결심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렇게 사람을 복사한 다음 거기에 미리 스캔해놓은 두뇌 정보를 붙여넣으면 되지 않겠소?"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두뇌는 평범한 동물과 달리 매우 발전되어 있기에 전송 과정에서 스캔한 정보를 붙여넣는대도 오류가 생겨 선배의 사례처럼 사고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말대로 복제된 인간의 비어있는 두뇌에다 정보를 넣는다면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이 옳았다.
아기처럼 지능이 퇴화되어버린 선배의 몸을 복제한 다음 죽어있는 복사본에 미리 스캔해두었던 선배의 두뇌 정보를 복사해넣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걸어나와 우리에게 실험의 성공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모두들 그자리에서 매우 환호하였고, 그 분위기는 내가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기 전까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의 원본은 어떻게 하죠?"
모두의 시선이 아기처럼 울면서 전송기 안에 쳐박혀있는 선배의 '원본'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원본은 삭제해야하지 않겠소."
잠시동안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기에 모두들 침묵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우린 이 기술 하나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였소. 언론에도 기술 개발에 거의 성공했다고 말한 상태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위신이 깎여나갈 것이고 손해도 감당하기 어렵단 말이오."
우리 입장에서 '그'의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린 순간이동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닌, 단순히 사람을 복제하고 전송한 다음 삭제하는 기술을 만든것에 불과한 것이 되니깐.
그리고 그 이론대로라면 전송기에 들어가는 '진짜 사람'을 분자단위로 분해하여 죽여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끔찍한 살인 기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이런걸 대체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우린 그저 명령에 따를수밖에 없었다.
상부에서 가족들의 안전을 빌미로 우리를 협박했기 때문이다.
우린 각자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끔찍한 기술을 완성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 살인기계는 그럴듯한 순간이동기로 포장되어 대중 앞에 뻔뻔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편하게 생활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몸을 그 살인기계에 밀어넣는 평온해보이면서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저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진짜 사람들이 맞는 것일까?
버스나 지하철 대신 길 곳곳에 설치된 순간이동기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러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것일까?
저기 도로에서 청소중인 복제인간들과 순간이동기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차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저기서 나오는 사람들이 진짜 사람들이긴 한걸까?
"학교 잘 다녀오고... 순간이동기는 절대로 쓰지 말려무나."
"네. 끝나면 전화드릴게요."
내가 아들을 이렇게까지 과보호하는 것도 다 그것때문이다.
기업에 도청당할걸 우려해서 아내에게조차 그 끔찍한 진실을 말하지 못하였다. 그저 순간이동기는 안된다, 몸에 해롭다 하는 식으로 만류하는것이 다일 뿐이다.
하지만 이젠 그 순간이동기를 썼던 경험이 있는 내 아내가 진짜 내 아내가 맞는것일까, 내 진짜 아들이 나 몰래 그 살인기계에 들어갔다가 해체되어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곤 한다.
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내가 그 끔찍한 기계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편리한 순간이동기, 천국같은 일상!'
맞은편의 커다란 광고판에 적힌 슬로건을 보며 생각했다.
난 아마 죽고나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분명히.
게임 SOMA 느낌이 드네요 의식을 옮기는게 아니라 복제해서 덮어씌우는거라서 주인공이 고민을 많이 하는...
영화 프레스티지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나도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
저도요
영화 프레스티지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게임 SOMA 느낌이 드네요 의식을 옮기는게 아니라 복제해서 덮어씌우는거라서 주인공이 고민을 많이 하는...
나도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
아재개그를보면한숨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