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약 10년도 넘은 이야기이다. 뒤늦게라도 이렇게 이 글을 쓰는이유는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고 싶었기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실행에 옮기진못했지만 그동안 몇번인가 영혼의 요청도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영혼이나 UFO, 사후세계, 전생등 영적이고 미스테리한 현상에 대해 늘 관심이 많았고, 늘 그 분야에 대해 가진 커다란 호기심을 채우기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명상도 꾸준히 했다.
난 평소 뒷산에 올라 사색에 잠기곤했는데, 언젠가는 수도권 내 모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꽤 큰 산이었지만 오늘은 이코스, 다음엔 저코스로 곳곳으로 다녀 산의 지리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산의 구석구석을 누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적이 매우 드문 암벽을 어느정도 타고 올라가면 있는 나무들이 멋지게 우겨진 어느 바위전망대같은곳을 발견했다. 나는 그곳에서 쉬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돗자리를 꺼내 깔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산밑 풍경과 드넓게 펼쳐진 푸른하늘과 그속을 아우르는 구름들을 감상하곤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곳이 마음에 들었기때문에 다음에도 그곳을 또 찾았다. 이곳은 몇시간에 한두사람이 저밑으로 지나가는것을 볼까 말까할정도로 인적이 드문곳이어서 언제나 한적하고 조용했던것이다.
이때는 여름이었다. 나는 분식집에서 김밥을 사고 사이다나 환타,콜라같은 간단한 음료수도 사서 가져온뒤, 그곳에 자리를 펴고 김밥과 음료수를 먹고나서는, 잠시 누워 쉬거나 명상을 하곤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나 혼자 있는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있었다. 그러나 위협적이진 않았다. 그는 영혼이었다. 그는 내가 명상을 하고 있을때면 내 귀에다 대고 농담같은것을 하여 날 웃기기도 했다. 예를 들면 내가 "대한민국 1%" 라느니, "은하영웅" 이라느니..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말들을 했다. 그럴때마다 난 조용히 웃음짓곤했다.
그리고 어느날에는 오후 3시쯤 되었을것이다. 그날도 난 간단히 허기를때우고 명상을한뒤에 돗자리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그'가 집에 가라고했다. 내가 왜 그러지? 하고 생각하는데 지금 안가면 안된다며 서두르라는 것이었다. 대화는 텔레파시의 형태로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나는 쉬다말고 허겁지겁 소지품을 챙겨 하산한 적도 있었다.
그는 늘 그곳에 있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와 다시 그곳을 찾을때마다 그는 또 왔냐고 인사했다. 그러면 나는 잘 있었느냐고 인사한다. 내가 집에 가려고 할땐 이제 가냐고 잘가라면서 다음에 또 오라고했다. 그러면 나는 잘있으라고 했다.
아마도 가을의 어느날엔 내가 개인적으로 기분이 좀 안좋았던 적이있었는데 그런 기분으로 그곳을 찾았다. 그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분을 참지못하고 그만 그자리에서 욕설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곳의 영혼은 자신한테 욕을 한줄알고 굉장히 나한테 미안해하고 한동안 좀처럼 가라않은 분위기가 풀리지않았다. 내가 내 개인적인 일로 그만 실수를 했다며 설명해도 마찬가지로 민망하리만큼 그런분위기가 오래가서 혹시 그가 기분이 상하지않았나 하고 걱정되었던적도 있었다. 그날을 그러다가 집에 왔다.
그곳에 도착하기위해서는 암벽을 오르내려야했는데 겨울에는 조금 미끄러웠다. 그는 배려할줄 아는 마음을 가졌는데, 내가 겨울에 집에 가려고할때면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그날 오후도 나는 그곳을 찾았다. 명상을 한뒤 쉬고있는데 그가 말했다. 내일 꼭 와야한다고. 내일 꼭 와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것이었다. 그래서 나는무슨일이길래 그럴까 하고 궁금해하는데 내일 오전 9시에 꼭 와야한다고 했다. 내가 그 산을 한번 다녀가면 그로부터 최소 1~2주는 오지않았던 패턴이었는데, 오늘 왔는데 내일아침에 또 온다는것은 나에게도 익숙한 패턴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망설이고 있는데 계속 꼭 와줘야한다고 부탁하니 나로써도 내일 꼭 9시 이전에 와야겠다고 다짐을 하지않을수 없었다. 약속을 한것이다.
다음날 오전에 나는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그 장소로 왔다. 그 장소에서 조금 내려가다보면 물을 긷는 약수터가 있는데 물을 한바가지 떠서 가져갔다. 이 행동의 의미는 다른게 아니라 이전부터도 때때로 하는 약수터가 그장소와 그리멀지않은곳에 있기때문에 단지 갈증을 풀기 위하여 물한바가지를 떠 가져가서 먹다가 내려올때 다시 바가지를 그곳에 두고 내려오곤 했던것이다. 그곳에 바가지가 5~6개는 있기때문에 남들에게 피해나 불편을 주는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물한바가지 가득 떠서 그곳에 도착한뒤, 물바가지를 옆에다 높고서 자리를 깔고 앉아있는데, 9시가 되어가자 저 밑에서 한 부부가 올라오는것이었다.
나이대는 한 40~50대로 보였다. 그런데 그 부부는 정확히 내가 있는곳으로 오는것이었다. 내가 있는 장소로 오자마자 옆에 물한바가지있고 자리깔고 앉아있는 상황을 살펴보면서 여자분이 "어떻게 알았지?" 라고 말하는것이었다. 나로써는 도대체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남자분이 "아니야" 라고 대답했다.
두 부부는 나더러 자리 좀 비켜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몰라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니다, 난 알아야한다. 나는 이곳에 자주 오는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두 부부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은 두 부부에게는 아들이 한명있었는데, 25살 되던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들을 화장을 해서 그 뼈가루를 뿌린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 기일이라고 했다. 해마다 이날 이시간이 되면 이곳을 찾아 온다고 했다. 그러고보니까 그분들의 손에는 한아름의 국화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처음에 "어떻게 알았지"라고 말한것은 잠시나마 나를, 그의 기일에 찾아온 친구로 오인했던것인데, 이곳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해준적이 없는데 누군가 찾아와있으니 어떻게 이곳을 알고 왔을까 궁금했던것이고 찬찬히 살펴보니까 아무래도 나이대가 아들보다 내가 좀더 많아보이니까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것 같았다.
나는 아 그러시냐고 한다음 아무말없이 자리를 챙겨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려오는데 등뒤로 여자분이 오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정도 내려오는데 '그'가 따라왔다. 그냥 가지말고 자신의 부모님께 말좀 해달라는것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도무지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런일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것이다. 나는 나로썬 할수있는일이 없다고 했던것이다.
세월이 지나서 다시 떠올려보면 아마도 부모의 집착이 자신이 영계로 떠나는것을 방해하고 있으니 그 점을 잘 말해달라는것 같았다. 부모가 해마다 찾아오니 그로써는 그런것이 매우 안타깝고, 또한 마음놓고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데에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나는 이후로 그 곳에 다시 가지않았다. 한동안 갈수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 산의 다른곳에서 일어난 미스테리한 현상에 휘말린뒤에 무릎이 안좋아져서 정형외과에 방문할정도로 몸이불편해졌기때문에 산행에 무리가 생겼기때문이었다. 또다른 두 영혼과 연관된 이 미스테리한 초현상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다지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썰을 풀도록하겠다.
암튼 돌이켜보면 그일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그일이 생각이 날때면 나도 좀더 현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지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쉽게도 그저 그러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한 일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 영혼이 가진 고민이 원만하게 잘 해결되어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영계로 향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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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다시 찾아 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