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여러분들의 자전거 바퀴의 프리허브와 허브 베어링은 안녕하신지 항상 잘살펴보세요
고작 몇천원에서 몇만원짜리 부품들이지만, 자전거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녀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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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평소처럼 저는 자전거를 끌고 나오면서 집문을 나서려고 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바퀴에선 라쳇음이 전혀 안들리고 페달이 함께 돌길래,
혹시나 해서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려다 페달질을 멈추니 뒷바퀴는 풀브레이크 잡은것 마냥 멈춰버리고 뒷드레일러는 급격히 끌어당겨졌다 되돌아갑니다..
그리고는 강제로 픽시가 된거마냥 페달과 휠이 서로 묶인채 굳어버린 저의 자전거를 허무하게 바라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하필이면 지방 촌도시라서 제대로 된 샵이나 미캐닉따윈 구경도 못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한텐 이럴때가 참 골치아프죠..
그냥 자가수리 시도를 해보고, 안되면 휠을 새로 사는것으로 결정.
자전거의 다른 부분은 이상이 없었지만, 프리허브 바디가 움직이지 않고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습니다..
그러므로 범인은 이녀석.
프리허브 바디 분해 도구로 바디를 분해해보니 파울(Pawl) 2개중 1개가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부러진채 내부에서 걸려서 회전이 안되고 작동되지 않았던것이죠.. 아마 지난 몇년동안 수만킬로를 다니면서 꽤 혹사당했던 모양입니다..
(고작 이 손톱만큼 작은 쇳조각 하나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니, 자전거의 세계는 참 신기합니다.. 우선은 임시로 부서진 파울을 제거한후 1개의 파울만으로도 프리 허브는 정상 작동 하니 재조립. 이렇게 해서 당분간은 타고다닐수는 있으나 천천히 느릿느릿 타고 다녀야 했습니다.)
어쨌든 빠른 시일내에 프리 허브 바디를 교체해야 되는데,
문제는 이놈의 뒷바퀴 허브가 이름도 안써져있고, 브랜드네임도 전혀 없어서 도무지 어느 회사의 어떤 구조의 허브인지를 알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정비를 하는 방법이나, 부품 규격, 호환성 여부도 모르니 직접 뜯어서 안쪽을 보기 전까진 부품을 주문할래야 할수도 없네요.
(휠에 쓰인 허브 이름만이라도 좀 제대로 자전거 상품정보나 카탈로그에 적어두면 어디 덧나냐 이 자전거 제조사 ㅅㅂㄴ들아..)
일단은 허브의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서 분해 정비를 시작했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처음엔 액슬과 카트리지 베어링을 우선 허브에서 분리하기 위해 고무망치로 두들겨 줫는데 정말 더럽게 안빠지더군요...
(일반적인 시마노,조이텍 방식의 허브는 컵,콘 너트만 풀면 액슬이 그냥 쑥 빠지는데, 이런류 카트리지 베어링 허브들은 이점이 불편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컵,콘 구조와 달리 나중에 재조립후 유격 조절이나 미세 조정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나, 견고한 씰링처리로 외부 오염에 강한 부분은 장점입니다.)
여러 시행착오끝에 알아낸점은, 논드라이브사이드(NDS) 보다는 드라이브사이드(DS)쪽의 베어링이 훨씬 더 느슨한편이라는점입니다.
(NDS의 베어링은 허브에 완전히 삽입되는 구조고, DS의 베어링은 프리허브바디안에 절반정도가 삽입되는 구조라서 그런듯..)
그래서 DS쪽으로는 정말 몇시간을 두들겨도 안빠지던 액슬이 NDS쪽에서 액슬을 고무망치로 때려주니 반대편으로 액슬과 베어링 그리고 더스트캡이 빠져나왔습니다.
(문제는 그럼 뻑뻑한 NDS쪽의 베어링은 뭘로 빼내느냐인데, 정비 초기엔 반대편에서 허브안쪽의 베어링의 이너레이스에 쇠막대나 무언가를 걸쳐놓은후 고무망치 타격으로 정말 말 그대로 몇시간이나 살살 두들겨서 겨우 뺐었지만, 이고생을 한번 해보고 나니 또 다시 해볼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따로 베어링 풀러를 구입해서 베어링 풀러를 가지고 작업했더니 정말 힘하나 안들이고 쉽고 편하게 NDS쪽의 베어링을 허브에서 빼낼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빼낸 베어링도 막상 만져보니 한쪽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수만킬로를 달리면서 혹사당한듯.. 베어링도 교체해야될 각이로군요..
(어떻게 보면 별다른 특별한 정비없이 몇년동안 수만킬로를 달렸음에도 별 문제없이 버텨준게 더 대단할지도..)
어쨌든 그렇게 해서 베어링을 빼낸후 드디어 문제의 프리허브 바디에 접근할수가 있게 되었고, 이것을 휠에서 분리하기 위해 흔히 알려져 있는 시마노 규격 프리허브바디를 분리하는 매뉴얼대로 DS에 11mm 키를 삽입후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려보았는데, 정말 힘을 엄청나게 주었지만 도저히 풀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큰 스패너를 가지고와서 걸치고도 안되고, 심지어 손이 아닌 발로 찍어 눌러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안풀립니다...
정말 무식하게 튼튼하네요.
도무지 푸는 방법을 알수가 없어서 검색을 해보았고,
NDS로 12mm 육각렌치가 들어가서 맞물리고, DS로는 11mm 육각렌치가 들어가서 맞물리며,
양쪽으로는 6000번 카트리지 베어링이 장착되어 있는 이러한 특징들을 단서로 해서 검색어들을 입력해보며 얻어낸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조이텍,포뮬라 허브들과 구조와 특징이 일치하며 그중에서 시마노처럼 구슬 베어링이면 조이텍, 카트리지 베어링이면 포뮬라로 구분되는것 같습니다.
또한 메리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자이언트,트렉,스페셜라이즈드,캐논데일,스캇,코나,큐브,보드만,다이아몬드백 기타 그외에도 여러 해외 회사들의 2010년을 전후로 출시된 200만원 미만대 자전거들에서 종종 볼수 있습니다.
국내웹에서는 이 허브를 정비하는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기는 거의 힘들고, 그나마 해외웹엔 언급이 많이 나오지만 보통은 이 허브에 대한 불만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분해정비가 어려운 부분에 대한 불만글들이 많은데, mtbr의 어느 유저는 이 허브를 'no-name, piece of s-t freehub.' 라고 칭했으며, reddit 의 어느 유저는 직역하면 '니가 만약 이글을 보고 있다면 미리 말해둠. 이거 쓰레기임. 설령 분해에 성공했다고 해도 여기에 맞는 부품은 찾을수 없으니까 걍 포기하셈.' 이라고 평했습니다.)
(NDS쪽에서 내부를 바라보면 저렇게 육각렌치에 맞는 모양으로 되어 있고, 12mm 육각렌치가 정확히 맞물립니다. DS쪽에선 저것과는 모양이 좀 다른데, 11mm 육각렌치가 맞물리길래 11mm 육각렌치로 분해를 시도했지만 앞서 본것처럼 아무리 힘을 줘도 풀수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허브에서 프리 허브 바디를 분리시키기 위해서는,
DS로 육각렌치를 넣고 돌리는 시마노 규격과는 정반대로,
12mm 육각렌치(길이는 최소한 120mm 이상. 끝이 둥근 볼렌치는 절대로 안됩니다)를 NDS로 삽입해서 최대한 큰 스패너를 장착해서 물린후, 시계반대방향으로 정말 최대한으로 힘을 크게 실어줘야 풀수 있습니다.
(대단히 강하게 조여져 있는데, 스프라켓 카세트 락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몇년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고착이 되었을수 있으니 스프레이 윤활제를 허브 안의 픽싱 볼트쪽에 뿌려주고 하루정도 방치해둿다가 시도해보는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방법을 알아내고도 도저히 풀리질 않길래 이렇게 해서 시도하니 그 다음날 겨우 풀수 있었습니다.)
풀리는 순간 마치 스포크를 강하게 조일때랑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혹은 카세트락링을 풀때처럼 또도독 거리는 소리) 처음엔 허브나 스포크가 부서지는 소리인줄 알고 식겁했으나, 프리 허브 바디를 고정하던 픽싱볼트가 풀리는 소리였음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리어휠에서 이 녀석을 겨우 분리해낸후에 모양과 생김새를 보고 같은 규격의 프리허브 바디도 금방 검색으로 찾아내 알리에서 주문후 장착했고,
그 이후 현재까진 별 이상없이 잘 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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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생략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 사실은 이거 고치는데 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들을 거쳐야 해서 총합 무려 1달하고도 절반이 넘게 걸렸습니다.
(알리에서 주문한 프리허브바디가 국내까진 1주일도 안되서 들어왔지만, 에이씨티코아물류 쪽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통관과 반출이 엄청나게 늦어져서 실제로 받기까진 무려 1달 가까이 걸린게 시간을 제일 많이 잡아먹은 원인입니다..)
- 그렇게 해서 1달만에 받은 프리허브바디조차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11단용인데 이상하게도 기존에 제가 사용중인 11단 바디보다 다소 길이가 길어서 장착후 드롭아웃에 정말 닿을랑 말랑할만큼 불안해서 결국 기존의 프리허브바디를 분해해 컵을 이식해서 임시로 바꿔쓰다 이후에 제가 쓰는 티아그라에 맞는 10단용을 그래서 따로 또 주문해서 쓰고 있습니다.
- 프리허브 바디를 처음에 분해할때 안에 들어있던 깨알같이 작은 베어링 구슬들이 마구 쏟아져서 땅바닥에 흩어져버리는 바람에 하나 하나 찾느라 고생 꽤나 했습니다. ^_^
(이래서 시마노가 프리허브 바디는 분해정비를 권장하지 않고 그냥 통으로 교체하라고 권고하는듯...)
- 주변의 철물공구점에서 12mm 육각렌치 샀다가 DS엔 안맞아서 11mm로 교환, DS쪽으로 11mm로 시도해도 앞서 말했듯이 죽어도 안풀리길래 12mm로 NDS쪽으로 시도하기 위해서 또 다시 12mm 로 바꿔오느라 왔다갔다하며 철물공구점 사장님의 눈치를 자주 봐야했습니다..
- 카트리지 베어링을 교체하면서, 같은 6000번 규격의 베어링이면 사이즈는 다 맞는걸 확인후 베어링을 사서 장착했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속의 베어링은 새것인데도 손으로 직접 돌려봐도 좀 뻑뻑하고, 장착후 휠의 회전성도 저하가 된것이 느껴져서 베어링의 씰링을 벗겨낸후 내부에 그리스 재도포를 해봤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찬가지여서 원인을 알아보니 같은 규격의 같은 고무씰링 베어링이여도 여러가지 종류가 더 있다는것을 알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고작 3천원짜리 부품 하나로 수십,수백만원짜리 자전거의 허브 구름성이 결정되는 마법을 체험해볼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무씰링 베어링도 '접촉식','접촉식(저마찰)','비접촉식' 등 여러가지로 나눠지는데, 자전거의 휠 허브에는 저토크/저마찰 접촉식이나 비접촉식을 써야 휠의 회전성,구름성의 저하가 없습니다. 국내에선 이러한 비접촉식 고무씰링 베어링을 판매하는곳은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어렵고 misumi에서 온라인 주문으로 구매할수 있습니다. 고무씰링이 아닌 철로 된 실드 베어링은 구하기 쉬우며 비접촉식이긴 하지만, 고무씰링베어링보단 무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카트리지 베어링을 교체할때나 허브에 삽입할때, 베어링을 허브에 삽입하는 과정을 정확하고 쉽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베어링 프레스 공구가 필요한데 이것들의 가격이 좀 부담스러울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리는 단순하기 때문에 간단히 철물점에서 베어링 이너레이스 내경에 들어갈수 있는 규격의 볼트와 거기에 맞는 너트 혹은 앵커볼트, 그리고 베어링과 같은 크기의 두꺼운 와셔와 못쓰는 기존의 적출해낸 헌베어링을 이용해서 양쪽에서 너트를 조이면 똑같은 원리로 작업할수 있습니다. 혹은 마찬가지로 QR레버와 못쓰는 베어링,와셔를 사용해서 허브 양쪽으로 조이는식으로 쓸수 있습니다.
- 알리에서 저렴한 가격(배송비 포함 10달러 안팎)에 판매되는 오토바이용 베어링 풀러를 사용하면 베어링을 허브에서 정말 속시원하게 쉽고 편하게 제거할수 있습니다.
(P.S :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던 2020년의 마지막날, 눈길을 달려도 별 이상없이 잘 타고 돌아올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 문제로 2020년의 연말 자전거 활동은 거의 포기할수밖에 없었지만 덕분에 많은걸 배우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문제를 겪는 분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는데에 도움이 될수 있기를 바라며 적어보았습니다.
해결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허브는 최소 연 1회는 정비되어야 하니 정비성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시면 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들 자전거 장인이 되어 가는 거로군요.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