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지하실. 카메라 한 대가 세 사람을 비추고 있다.
소녀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남성을 겨누고 있었다.
다른 편에는 두 남자가 있었다.
한 남자는 전신이 상처투성이에, 아무렇게나 약물을 주입당한 듯 주사 자국이 팔을 뒤덮고 있었다. 그의 목에 걸린 신분증이 그가 기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험상궂은 인상의 다부진 남성이, 그의 손에 권총을 쥐여주고는 맞은편의 소녀를 향해 겨냥하고 있었다.
"왜 그러시나 기자 양반. 방아쇠를 당길 손가락은 남겨줬잖아?"
기자는 구타와 약물에 의한 고통에도 의식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아직도 덴세츠의 손길이 남아있었던 건가.'
이 남성은 경찰과 함께 사무실에 쳐들어와서는 다짜고짜 기자를 체포하여 이곳으로 끌고 왔다.
압수 영장으로 토모의 명령권을 빼앗은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고문 현장을 바라보도록 명령했다.
덴세츠의 끄나풀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갑자기 왜? 그리고 어째서 촬영을 하는 것이지?
그러나 거친 목소리가 기자의 생각을 끊었다.
"이봐! 천천히 걸어와서 이 녀석을 죽여. 명령이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토모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다가온다.
아마 최대한 저항하고 있는 것이리라.
남성은 나지막하게, 그러나 카메라에 녹음되도록 크게 속삭였다.
"이제 기자 양반이 살 방법은 하나야. 어차피 인간도 아니잖아. 인형 하나 부수면 살 수 있는 거라고."
아니, 악마의 속삭임이다. 어차피 의미 없는 발버둥이다.
이미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정보망에 따르면 이미 삼안, 블랙리버, PECS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렇게 대놓고 납치했을 테지.
기자가 침묵을 고수하자 남성은 이윽고 토모를 쳐다보며 비웃었다.
"흥, 고작 명령 하나로 그렇게 충성을 바치던 주인을 자기 손으로 죽이다니. 역시 바이오로이드는 결국 인형에 불과하구먼."
기자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연출이라는 것을.
자신의 죽음은 스너프 필름으로 풀릴 것이다.
인간을 죽이는 영상이니 양지에 풀진 않겠지.
은밀하게, 그러나 찾기 쉽게 인터넷에 게시할 것이다.
'즐거운 토모'가 명령에 따라 기자를 죽이는 것을 보고 대중은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겠지.
바이오로이드가 각별한 사이인 주인을 죽이는 영상은 사람들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을 남길 것이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니라 명령을 따르는 도구라는 의심의 씨앗을.
"으으윽!"
기자는 이를 악물었다.
이들은 사람의 죽음마저 이용하려는 것인가.
제멋대로 이용하게 둘 수는 없다.
하다못해 토모가 자신을 죽이는 영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토모를 죽여서라도.
의지를 굳건히 다지고 방아쇠에 닿은 손가락을 의식한다.
그러자 몽롱한 정신이 또렷해졌다. 흐릿해서 보이지 않던 토모의 얼굴이 보였다.
명령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눈물을 흘리는 얼굴이 보인다.
"미안해요. 당신. 내가 바이오로이드라서. 지켜주지 못해서."
토모는 죄책감과 절망으로 물들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자는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다.
설령 파멸로 치달을 것을 알아도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
기자는 고개를 숙였다.
최후의 발버둥이다. 하다못해 그녀에게 죽는 얼굴을 보이고 싶진 않다.
"하하... 될 대로 되라지.."
그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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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시마 스캔들을 파헤친 기자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했습니다.
덴세츠가 이를 바득바득 갈다가 연합전쟁을 계기로 납치하지 않았을까요.
최대한 고통을 주고, 죽음마저 더럽히는 방식으로 분풀이를 했을 것 같습니다.
덴세츠답게 리얼한 연극으로요.
와 이런 배드엔딩은 생각못했네요ㅠ 진실을 알리고 장렬히 사망하는걸 생각했는데 명예까지 곤두박질치게하다니ㄷㄷ
비참함을 최대한 강조해봤습니다. 자기가 막기 위해 노력한 일에 오히려 이용 당하는 건 정말 끔찍할 거에요..
과연 이벤트에서 멸망 전의 기자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일을 당했을지 글을 보고나니 기대되는 군요.
빨리 이벤트 시작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