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이랑 연락 안한지 되게 오래됐다...
뭐 여기보면 친형제는 태어날때부터 서로 죽이려고한다고들 그러는데 나 어렸을때는 진짜 형이 우주에서 제일 멋있는거 같았어.
한번도 개긴적 없고 정말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는데(친형제인데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니까 좀 이상하네)
내손으로 형을 집에서 내쫓은게 아직도 믿기지 않고 그렇게 오래된 일인데도 아직도 바로 어제만 같다.
형이랑 나랑은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어.
아버지는 창작자인데 집 비우시는 일이 많아.
이번에도 집 비우시고 한참 안들어오고 계신다.
아버지 찾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도 매일 자기 혼자 여행가시고 나몰라라 하시는게 좀 어렸을때부터 그러긴 했어.
그래도 한번을 안 개겼다.
특히 형은 아버지 밑에서 이것저것 고압적으로 명령받고 그랬는데도, 한번도 반항 안하고 꼬박꼬박 잘 따랐다.
내가 기억하는 형은 언제나 그랬어.
언제나 아버지가 말씀하시는거 잘 듣고, 뭘 시켜도 다 해내고, 정말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형이었다.
아버지 나가시면 나랑 다른 동생들 돌보는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내 친형이라는게 언제나 자랑스러웠어.
아버지는 예전에 딱 한번 창작으로 조명을 만드신적이 있는데, 그게 완전 히트쳤다.
너희들도 살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봤을거다, 그 작품.
근데 너희들도 알다시피, 창작가는 뭐 하나 완전 떠버리면 그 다음에 나오는 작품들이 잘 만들어졌어도 전작에 밀려서 슬럼프 오잖아.
아버지가 딱 그랬다.
형 내쫓긴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는데,
슬럼프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진흙으로 뭐 만드신다고 엄청나게 고생하시더라.
딱 봐도 뭐 예전 작품에 안 밀리는 작품 만드시겠다고 심혈을 기울이시는거 같은데
난 문외한이라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
그러다가 어느날 작품 완성됐다면서 형이랑 나랑 불러놓고 작품에 고개를 숙이라고 하시더라고.
아니 뭐...아버지가 좀 가끔 이상한 말을 하시긴 하는데 그날은 특히 좀 이상하셨어.
작품이 되게 엉성했거든. 뭐 강렬함도 없고 특이한것도 없고.
문외한인 내가 봐도 엄청 잘못만든 느낌이었어.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아버지 말씀대로 고개 숙이려는데
형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더라고.
뭐 이딴거에 고개 숙이라고 하냐면서 말이야.
살면서 일언반구없이 아버지 말씀하시는거 네! 네! 하면서 듣던 형이 토를 다는것도 쇼킹했을텐데
갑자기 그렇게 버럭하니까 나도 아버지도 완전 벙쪄버렸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형도 쌓인게 많았겠지.
그 세월동안 아버지 변덕 들어주느라 스트레스 쌓인것도 있었을테고.
근데 그때 아버지 입장에서 그건 이해해줄만한 일이 아니었나봐.
동생들이랑 나 집합시켜놓고 형을 집에서 내쫓으라고 그러시더라.
내가 그때 어떻게 잘 대처하고 아버지 설득했으면 지금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그땐 그냥 아버지 말 잘 듣는거 말고는 아는게 없었어.
토다는거 자체가 좀 무서웠어.
내 입장에서 변명하자면 아버지 성질이 좀 장난이 아니셔.
한번 꼭지 돌면 작품들 다 때려부수기도 하고, 집안 물바다 만들기도 하시고 그래...
이게 참고로 형이 나가고 나서도 이러시는거야. 자기성질 주체를 잘 못하셔.
뭐 그래서 아버지 말씀대로 동생들 데리고 형 내쫓으려고 하는데 참 막막했어.
그래도 뭐 별수 있나... 아버지 말씀이신데.
동생들하고 군대 편성해서 창들고 나갔지...
형도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고 다른 천사들 타천시켜서 군대 편성했더라.
역시 형이 존나 쎄더라고. 뒤지는줄 알았어.
그렇게 목숨걸고 존나 싸우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까 형 날개 8쪽 다 뽑아버렸더라.
그리고 무저갱에 던져놨는데... 하... 올해는 연락이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뿔나팔 일곱번 울릴때까지 질문 안받는다.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