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해외 유투버가 둠 이터널 게임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다.
다들 이 영상의 후반부에 둠슬이 악마를 조종해서 샷건을 얻는 개쩌는 장면에 주목하느라 영상 초반부에 신경을 못 썼는데
사실 초반부에서 게임의 핵심 떡밥을 관통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게임상에서 그를 지칭하는 이름은
배신자(The betrayer)
선 공개영상에서 배신자가 하는 대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영상의 0:17~1:14)
(둠슬레이어가 배신자에게 다가옴)
배신자: I told you all to leave me here... i am where i belong.
날 내버려두라고 했을텐데... 난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뿐이야.
(둠슬레이어는 배신자의 말을 무시하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 놓는다)
(둠슬레이어가 가져온 물건을 본 배신자, 그걸 들고 어디론가 간다)
배신자: Saving your people will not bring you peace. Only make the burden you carry worse...
자네의 사람들을 구한다고 안식을 취할 수 있을거 같나. 오직 자네가 짊어진 짐만 더 무거워질뿐...
(배신자는 둠슬레이어가 가져온 물건을 활성화 시키더니 다시 그걸 둠슬레이어한테 돌려준다)
배신자: And now you seek to defy the Khan maykr herself?
게다가 이제는 칸 메이커에게도 반기를 들려고 해?
배신자: It is your people's time now to give penance... just as it was mine.
이제 너의 사람들이 속죄를 할 시간이다... 마치 나의 사람들이 그랬던것처럼.
(둠슬레이어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물건을 낚아챈다)
(떠나는 둠슬레이어)
배신자: Hear me, slayer - When his heart is laid to rest...
잘 듣게, 학살자여 - 그의 심장이 안식을 취할 때...
배신자: then his soul will be at peace.
그의 영혼도 안식을 취할 것이다.
(둠슬레이어에게 무언가를 던져주는 배신자. 겉으로 보기에는 크루시블 같기도 하다)
배신자: and so will mine.
또한 나도 마찬가지겠지.
여기서 제일 의문인 점은 이 배신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이다.
일단 생김새를 보면 약간의 상처가 있고 오른쪽 눈에 의안만 끼고 있을 뿐, 외형은 멀쩡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장소가 하필이면 지옥인 점
그리고 배신자가 콕 집어서 "너의 사람들(Your people)"이라고 언급한 점을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일단 평범한 지구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헌데 이 사람의 이름인 배신자임을 감안하면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를(혹은 무엇을) 배신했냐에 따라서 그 정체가 다양해진다고 볼 수 있다.
각종 레딧과 유튜브 댓글들을 통해 정리해본 그의 정체들에 대한 가설들은 다음과 같다.
1) 배신자는 둠슬레이어에게 갑옷을 준 지옥의 이교도이자 대장장이이다?
일단 영상속 배신자는 둠슬레이어가 가져온 호롱불 비슷한 물건을 활성화시켰고 그에게 크루시블 같은 것을 주었다.
출처 영상의 뒷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저 호롱불 비슷한 것으로 둠슬레이어는 우주전함 같은 것에 끼워 넣어서 지구에서 날뛰고 있는 지옥의 이교도들을 추적하는 용도로 썼다.
즉, 일종의 GPS와 비슷한 장치라는 뜻이다.
게다가 배신자는 둠슬레이어에게 크루시블 비슷한 칼등을 주었다.
전작에 나온 크루시블과는 외향이 조금 다르지만 단순히 모델만 다른 제품(?)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모델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공급하고 생산할 줄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둠슬레이어와 같은 개량된 전투복을 입고있다.
예전 밤의 감시단일 경우 순백색의 중세 기사갑옷을 입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배신자는 지옥의 대장장이가 둠슬레이어에게 바친 그 프레데터 전투복이랑 같은 갑옷을 입고 있다
결국 이것들이 뜻하는 바는 최첨단 장치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지옥의 대장장이가 만들법한 크루시블과 갑옷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이 배신자는 지옥을 배신한 대장장이일 가능성이 높다
2) 배신자는 '밤의 기사단'의 소속 고대인이였다?
이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증거로 그의 갑옷을 잘 살펴보면 둠슬레이어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외형도 둠슬레이어처럼 인간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건데 배신자는 둠슬레이어처럼 밤의 감시단 소속의 고대인으로써 모종의 이유로 감시단을 배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왜 감시단을 배신했을까? 일단 감시단을 배신한 어떤 기사의 이야기가 전작 둠(2016)에 나온적이 있는데 그 기사는악마와의 전쟁중에 죽은 자기 아들을 되살리기 위해 그 악마와 거래를 하여 고대인을 멸망시킨 전적이 있다.
일단 둠 이터널이 나오기 전까지는 둠슬레이어=아들을 잃은 기사 가 정설로 받아들여졌는데...
최근 개발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둠슬레이어는 아들을 잃은 기사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번역: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들
우선 많은 관심과 지원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일단 둠가이는 (아들을 위해 기사단을 배신한)배신자가 아닙니다
두사람은 별개의 인물이죠
이터널에서 그 배신자를 만나보실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는 의미는 영상속의 배신자가 바로 아들을 잃은 기사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정작 주인공 둠슬레이어의 정체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둠슬레이어는 아들을 잃은 기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밤의 감시단의 일원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신자의 대사 중에서 "나(배신자)의 사람들이 구원을 못 받은 것처럼"가 배신자의 사람들 = 밤의 감시단이라면
둠슬레이어가 보호하고 있는 지구인들을 굳이 콕 집어서 "너의 사람들"이라고 언급한 이유가 있을까?
둠슬리에어가 배신자와 같은 고대인이였다면 지구인들을 그냥 "그들(them)"이라고 부르는게 훨씬 자연스러울텐데?
단순히 밤의 감시단의 일원이였던 둠슬레이어가 지구인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같은 동료를 지키지 못한 본인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서 본인에 대한 죄책감과 둠슬레이어를 향한 존경심때문에 "너의 사람들"이라고 지칭한 것일까?
아니면 둠슬레이어는 세간에서 알던 것과 달리 밤의 감시단 소속이였던 고대인이 아니라 지구인, 혹은 제 3의 종족인 걸까?
사실 어느쪽으로 해석해도 각 가설들의 설정이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고 허술하기도 하다.
그만큼 이번 게임플레이 영상이 설정을 중시하는 팬덤을 뜨겁게 달구면서도 이야기의 전부를 공개하지 않는, 얼리 억세스 공개영상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있다.
누구를 배신했냐에 따라서 새로나온 캐릭터의 정체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고 곧 이어서 주인공 둠슬레이어의 정체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 기존에 클래식 둠에서 보여줬던 일방향적인 캐릭터 해석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어느정도 입체감 있는 스토리를 짤려고 노력하는 제작사의 정성이 느껴진다
어찌됐든 이 배신자의 정체와 세계관의 설정은 게임이 공개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글도 그냥 둠의 발매를 애타게 기다리는 한명의 팬이 그 갈증을 약간이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일종의 넋두리로 봐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