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가을, 아직 대공방어대 소대장이던 시절, 비행단 ORE를 했던 때다.
ORE가 뭔가 하면, 비행단 자체적으로 작전사령부에서 검열 온 것처럼 훈련과 검열을 해서 현상태를 평가해보는 것임.
내가 너무 사실성을 중시한 나머지……. 그 무렵 나 개인에게 안 좋은 일들이 겹치기도 해서 아무튼 여러가지로 고생했다.
첫 날 아침엔가 비행단 본부에 스커드 탄도탄이 하나 떨어져서 건물 30%인가 70%인가 파괴 상황을 줘야 했다.
미리 시간 맞춰서 도착했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준비된 깡통에 신호 연막탄을 까넣었다.
공습경보가 그치자 비행단 본부에서 초기정찰반으로 병사 둘이 방독면 쓰고 튀어나와서 상황을 확인하더라.
바로 그 중 한 명을 다리 부상 상황 줘서 눕혀버리고, 한 명은 팔 부상으로 봐줘서 돌아가 상황 보고를 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원래 내 의도는 둘다 부상이나 사망으로 눕혀버려서 초기정찰반이 돌아오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하려나 궁금해서 보려고 하다가 배려해준 거임. ;
그래서 초기정찰반이 대피소로 돌아가고, 곧이어 현장지휘관과 지하실에 대피해 있던 단 본부 인원들이 나왔는데, 현장지휘관과 인사처 고참 부사관이 토론을 시작했다.
부여된 상황에 따라, "건물이 이만큼이나 붕괴되었으니 활활 타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우리 힘만으로 소화 등 피해복구 작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이런 대화재 속에 불끄러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등등." 이때는 피해 보고를 하고, 건물을 쓸 수 없으니 사전에 계획해둔 장소로 대피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었다. 나도 같이 듣다보니 설득력이 있어서 그렇게 조치하라고 했다.
그래서 군무원을 포함한 수십 명의 단본부 인원들이 단본부의 지정된 대피 장소까지 행군했다가 돌아와야 했다. ;
내가 좀만 더 융통성이 있었더라면, "예 그렇게 조치한 거로 하죠." 하고 끝내줬을텐데
그리고 그 날 점심 무렵에 나는 슬픈 소식을 듣고야 마는데, 이 사연은 다른 이야기에서 다루겠다.
아무튼 그 날 저녁이 되어 이번에는 비행단 외곽 철책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헌병소대 중 하나와 그 소대 담당 구역내의 초소에서 적 침입 시도 상황을 부여하고 초병과 담당 헌병 소대장의 조치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차를 몰고 그 근처까지 가서 차의 시동을 끄고 내려서, 초소 한 곳을 정하고 거기까지 걸어갔다. 초소 밑에 가보니 위에서 노가리를 까고 있더라.
아무튼 그 당시에 나는 발목을 다친 상태라 반깁스한 채로 조심해서 초소 계단을 올랐고, 평소에 내가 은밀행동 기술을 살짝 찍어놓은지라 초병 둘은 내가 다 올라갈 때까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당황했다.
"둘다 사망."
"…둘다 이번만은 살려줄테니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지금부터 상황을 부여하겠다.(검열관의 지시사항이 적힌 메모지를 보여줌, 내용은 기지외곽 철조망에 거동수상자 접근 및 견인조명지뢰가 작동함)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조치하도록"
초병이 초소에 설치 된 유선 전화로 헌병소대에 상황 보고하는 것을 듣고, 나는 초소를 내려가서 헌병소대 쪽으로 갔다.
그리고 헌병소대에 다다르자 안에서 누가 부주의하게 뛰어나오면서 대뜸 경례를 한다.
"내가 누군지 알고 경례를 해? 적이면 어쩌려고 수하부터 해야지."라고 주의를 줬다.
들어가보니 헌병 소대에는 CCTV가 되게 많았다. 헌병 소대장과 헌병대대 지휘통제실 간의 통화 내용을 듣다보니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헌병소대장 "그렇지만 그렇게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헌병운영통제실장 "설치도 안한 조명지뢰가 작동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아뿔싸, 초소의 초병은 실제 상황에 임하는 것처럼 진지함을 갖고 상황 보고를 하라는 내 의도를 오해하고서
실제로 조명지뢰가 작동하였다고 보고해버린 것이었다. ;
그 결과 헌병운영통제실장과 헌병소대장의 오해 속에 전화 밀당(?)은 당분간 이어졌고, 대화 내용을 듣고 있던 내가 상황을 정정해주고서야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음. ㄷㄷ
개연성 있게 상황 부여해가며 검열한다는 것이 되게 힘들더라고요. ㅎㄷㄷ
아무튼 이 사건만 보면 조금 웃기는 해프닝이지만,
그 날 점심 무렵의 어떤 사건으로 그 때부터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으나 이 얘기는 따로 하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솔직히 유도리 없는건 생각을 못해서 그런게 크죠 ㅋㅋㅋㅋㅋㅋ 후달리는데 위치에 있으면 그렇게 하죠 이런 식이 종종있어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