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내가 전역하는 날은 부대에 큰 행사가 잡혀서 병사고 간부고 아주 소수 남기고 싹 다 집합해야 되는 상황이었던지라 전 부대가 혼란함
나야 말차 나갔다 전 날 저녁에 왔으니 그런 걸 알 리도 없고,
그냥 아침부터 평소처럼 기상 시간 전에 일어나고, 점호 받고 대충 씻고, 정리할 거 정리한 다음에 천천히 행정반으로 갔음
아무도 없다...
평소 같으면 누구 보다 먼저 출근했을 대장이 없다... 행보관도 없다...
마음 같아선 그냥 나가야 하는데 전역증을 못 받은 상태였다
원래라면 인사 담당 후임이 통신대에서 전역증을 미리 받아 그 사람 전역날, 혹은 전 날에 챙겨주는 식이었는데,
내 경우는 통신에서 아무것도 안 왔다는 듯. 혹시 대장이 미리 받았을 수도 있으니 아침에 확인해보라더라
그렇게 왔는데 정작 대장이 없는 상황
그냥 나가야 하나. 고민 엄청하는 판국에 일과 시작 시간은 다 되어가고 와있어야 할 사람들이 아무도 안 옴
ㅈ됐네. 뭐 이러냐. 이러고 있자니 소대장이 오더니 늘 그렇듯 잡일 시키고는 허겁지겁 퇴장
정신 없이 휘말린 뒤에야 뒤늦게 ㅅㅂ 뭐냐 이게 이러고 있자니 대장이 옴
행사 때문에 바빠서 전역 신고도 뭐도 안 받고 "잘 가라 끝."ㅋㅋㅋㅋㅋ
그런 와중에 내가 대장 붙잡고 전역증 달라고 했더니 자긴 받은 거 없다면서
아무래도 사단에서 안 준 것 같다고 나중에 오면 우편으로 보내줄 테니 가란다ㅋㅋㅋ 그리고 대장은 퇴장
또 다시 행정반에 홀로 남은 나는 이게 뭐지. 싶다가 가라니 가려고 했는데,
그때 인사 담당 후임이 허겁지겁 뛰어오면서 내 전역증을 줌
듣자하니 통신에서 최근에 온 우편물을 싹 다 어디 쳐박아놓고 안 풀고 있었다나...
안 그래도 나 있는 동안 얘네가 우편 관련해서 말이 많긴 했었는데...
그렇게 전역증을 주자마자 후임도 급하게 퇴장. 가는 길에 행보관도 만났는데 한 번 안아주고 퇴장
역대급으로 뭐 같은 전역날이었다
그렇게 전역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선 전역증, 그 코팅된 종이 쪼가리의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만 가득하단 게 유머
솔직히 전역한 직후에는 무슨 뽕을 맞았는지 순진하게 지갑에 넣고 다녔는데... 어휴 ㅅㅂ
게다가 지금은 그 전역증을 어디다 뒀는지 기억도 안 남ㅋㅋㅋㅋ 버리진 않았을 텐뎈ㅋㅋㅋ
난 코로나시국 전역에 주말 출발이라서 그냥 주말에 나가서 안들어가고 끝이라서 전역증이고 모고 업섯다
나 전역날에는 행보관이 커피 한잔 하자길래 무시하고 호다닥 도망갔다
전역증 분명 어딘가에 필요하다곤 했는데 기억은 안나네ᆢ 지금 어딨을려나
근데 어차피 전역증 아무 효력도 없는 걍 종이쪼가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