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끝마칠 수 있었다는 해방적인 쾌감이 솔직히 가장 큽니다.
작품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건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의욕을 훨씬 웃돌고 있었던 느낌입니다.
어쨌든 끝마칠 때까지의 반년간은 두려울 정도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실은 93년 12월 정도에 끝내기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라기 보다 제가 억지로 편집부에 부탁한 거지만요.
이유를 들자면 크고 작은 50가지는 들 수 있습니다만 커다란 이유는 3가지입니다.
1. 건강 상의 문제
2. 만화에 대한 사고 방식
3. 일 이외의 욕구
3은 논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놀고 싶어, 쉬고 싶어, 실컷 자고 싶어 같은 류니까요. 하지만 50가지 이유의 대다수는 이에 맞아 떨어집니다.
1은 지금까지 3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입니다. 연재 당초부터 무술대회가 시작되기까지는 한주에 휴일이 수면을 위해 반나절, 그 외에는 거의 가면을 취하는 정도라서 스트레스 발산은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만 제법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RPG식으로 말하자면 HP는 확실히 줄고 있었던 듯, 단편 31p, 권두 컬러가 이어질 즈음에는 철야를 하면 심장에 통증이 생길 정도가 되었고, 서서히 그 간격이 짧아지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진지하게 제작 페이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은 무리라 해도 자고 싶을 때 잘 자고 그리면 어느 정도 페이스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실행했습니다. 원고가 점점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철야는 피했습니다. 이 무렵부터 일로 만화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더군요.
'일로 과로사하긴 싫어. 훅 갈 거면 놀고 있을 때나 취미로 원고를 그리고 있을 때가 좋겠어. 칼라원고 무서워, 단편 싫어'
잠자는 시간 외에 스트레스 발산 시간도 갖게 되었습니다.
더더욱 원고가 늦어졌고, 센스이와 유스케가 붙고 있을 무렵 최고의 피크에 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딱 그 무렵,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여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페이스를 조절해서 지금까지의 스트레스를 발산했기 때문에 생긴 새로운 스트레스입니다.
'원고를 만족스럽게 할 수 없다' 문제 2의 발생입니다.
저는 그림실력으로 사람들을 끌고 싶다는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야심을 극력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신인 시절에 하기와라 카즈시(바스타드 작가)의 원고를 당시의 담당이 보여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림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유백서 연재 중, 몇 번인가 혼자서 원고를 끝냈던 적이 있습니다. 전부 스트레스가 피크에 달해있을 때입니다.
이해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원고를 만족스럽게 할 수 없게 되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혼자서 원고를 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 주의 원고는 처참한 것이었습니다.
단편 투샷, 카라스 vs 쿠라마, 유스케 vs 센스이, 유스케와 라이센이 대면하는 회는 거의 혼자서 그렸습니다. 후반 2화는 어느 엽서의 비판 대로 펑크 직전의 반나절에 끝낸 것입니다.
프로 실격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 자신은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 때 '남들이 뭐라 생각하건 아무리 거친 원고가 된다 해도 혼자서 그리고 싶은 건 혼자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를 이유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안타깝습니다만 유유백서의 캐릭터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상업지 페이스에서는 다 한 상태였습니다. 남은 건 완성된 캐릭터를 부숴가든지, 독자가 질릴 때까지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 한 것 같은 캐릭터를 부수는 시도는 점프에서 당연히 기각당했습니다. 같은 짓의 반복을 견뎌낼 체력도 기력도 이미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당히 생각해왔던 것을 실행했습니다.
'만약 점프에서 장기연재를 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의 의지로 작품을 끝내자.'
앙케이트 결과가 나쁘면 10주에 짤리는 시스템은 다 알면서 신세를 진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자극이 되어, 독자의 반응을 의식하면서 여러가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걸 전부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족을 위해서만 만화를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작품이 점프 독자 눈에 들거란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아서 도전을 포기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문장을 요약합니다.
제멋대로라 그만뒀습니다. 죄송합니다.
철야를 하면 심장에 통증이 생길 정도가 되었고, 서서히 그 간격이 짧아지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진지하게 제작 페이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피곤+스트레스로 심장에 통증이 오면 꽤나 위험 증상이죠.
죽음의 공포도 느낍니다.
도구로 편에서 끝냈어야 했었어 이후로 건강이...
도구로 편에서 끝냈어야 했었어 이후로 건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