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빵집, 반찬가게를 순회하면서 양손 가득 봉다리를 들고 나오던 도중
잠시 손에 든 봉지들을 고쳐잡으려고 하는데 손에 손가락 마디만한 거미가 우다다 지나감.
깜짝 놀라서 봉지를 막 흔들어대고, 바닥에다 안착시키려고 봉지를 밑으로 내려도
바닥에는 안내려가고 기어코 계속 올라와서 봉지를 사방팔방 기어다니다가 사라짐.
길거리에서 그 많은 짐들을 일일이 검수할 수도 없고 일단 집까지 가서 조지기로 함.
그런데 집앞에 도착해서 생각하니 짐들을 다 갖고 들어가기엔
그 거미새끼가 갑툭튀해서 집안으로 숨어버릴까봐 너무 걱정되는거임.
이 새끼가 독거미면 어떡하지? 이 새끼가 새끼를 가득 벤 암컷거미라면?
아니면 거미로 가장한 외계인이라 내 몸속으로 침투해서 알을 깐 다음
우리집을 본거지로 미친듯이 번식해서 아파트를 점령한 다음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나가면?
이라고 생각하자 깜깜한 거임.
집 앞에서 일단 미친듯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털기 시작함 = 안나옴.
반찬가게에서 산 반찬팩들을 뒤집어까고 만져보고, 비닐 태움 = 안나옴.
빵가게에서 수동으로 포장한 빵들을 마구 흔들어서 하나하나 다 검사함 = 안나옴.
마트에서 사온 물건들 패대기치고 주먹으로 존나 때려서 털어봄 = 안나옴.
마지막으로 과일이 포장된 스티로폼 팩을 미친듯이 흔들어제꼈더니
그 안에서 사사삭- 졸라 빠르게 기어나오더라.
바로 때려죽임.
하.... 오늘 죽을뻔한거 겨우 살았네.
그렇게 스파이더센스를 얻을 수 있던 기회를 날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