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살혼과 목마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칵테일 한잔씩 나눠 마시며 서로의 작품세계를 토론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둘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살혼은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각성장면을 연출하고 싶어했고 당연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장 깊게 이해하던 목마에게 조언을 구했다.
'얘는 주먹이 쌔니까 쌔게 때리고 얘는 발이 빠르니까 빠르게 달리면 좋겠다.'
심마에 시달린 목마는 본연의 총기를 잃은지 오래였고 그런 그가 살혼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렇게나 조악한 것 뿐이였다.
'그래 그거야! 주먹은 무겁게 발은 가볍게!'
하지만 살혼은 목마의 조악한 조언에서 답을 찾아내었다.
'하늘을 부수고 울리는 벽력이라 그러니, 벽력천굉. 바람을 초월하여 무엇보다 빠르게. 그러니, 초풍진각. 주먹은 무겁게, 발은 가볍게.'
이 문장을 본 목마에게, 자신이 더 이상 살혼을 뛰어 넘을 수도, 따라 잡을 수도, 이해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충격이였고 살혼의 목을 조른건 그런 자신도 이해 할 수 있는 충동이였다.
살혼에게 자신의 불합리한 충동을 모조리 쏟아낸 목마는, 자신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던 심마에서 벗어났다는걸 느꼈고 다시 살혼을 이해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살혼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대신 디자이어를 연재하며 목마는 점점 살혼에 가까워졌지만 그럼에도 완전한 살혼이 될 수는 없었다.
'주먹은 무겁게 발은 가볍게'
살혼의 껍데기를 뒤집어썼지만, 여전히, 목마는 이 문장을 이해 할 수 없다.
주먹은 쉽게 내뻗지 말고 스탭은 항상 언제라도 회피할 수 있게 하란 뜻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