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가로수들은 알록달록한 전구로 꾸며져 있고
가게 입구마다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들과 붉은 꼬깔모자로 치장한 눈사람들, 벽에는 붉은 양말이나 거리에 불빛을 반사하며 빤짝이는 여러 장식들.
산타복 코스프레를 하고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 알바생들과
팔짱을 끼고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캐롤을 들으며 데이트하는 연인들로
북적한 거리와 어울리지 않게 피곤함으로 얼룩진 남성과 소녀가 걸어가는거지
"왜?어째서?크리스마스에 일을 해야하지?남들 다 연애질할때 왜 우리는 일을 해야지?왜 피곤에 찌든채로 이틀간 철야작업하고 국밥이나 먹으러 나와야 하냐 이 말이야..."
"하아ㅡ...그거야 선생님이 총학생회 연말정산 대신 해준다고 해서 그런거잖아요!! 의뢰비 달달하다고!!!수백만원 짜리 로봇 장난감 사느라 돈 필요하다고!!!하다못해 한달 전부터 시작하면 모르겠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괜히 저까지..."
"옵티머스 프라임은 어쩔 수 없었어...그거 안사면 꼬추떼야함."
"아 좀 그런 말을 여고생한테 해야겠어요?!"
"아리스 어머님이 고교생 코스프레한거 아니고?"
"선ㅡ생ㅡ님ㅡ!!!"
평소처럼 티격태격, 놀리고 잔소리하며 근처 국밥집을 향하는 유우카와 센세 두 사람.
광장에 설치된 거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셀카를 찍거나 키스를 하고, 팔짱을 끼고나 손을 맞잡고 데이트 하는 커플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 유우카.
유우카는 한발 앞서 걷는 센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지만
서로의 손등만 간간히 스칠뿐, 서로의 온기를 느껴볼 일이 없는거지
"안녕하세요! ○○○레스토랑에서 커플들을 의한 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커플 인증만 하시면 30프로 할인에 기념 사진까지 찍어드려요!!"
한 겨울임에도 미니스커트 산타 코스프레를 한 점원이 향위를 하는거지
'커플이라...'
다른 사람에게는 우리 둘이 커플로 보이는걸까?
란 생각이 스치며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지만 목도리를 올려 입가를 숨기는 유우카. 하지만
"에이 저희 커플 아니에요. 다음에 들를께요."
그런 유우카의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하다못해 거짓말이더라도, 돈 아낀다는 핑계로라도 커플이라고 해줬으면...이란 생각이 스치는거지
"가자, 유우카."
"아...네."
유우카는 멀어지는 점원을 보며 닿지 않을 마음을, 넘쳐나오려는 말을 애써 삼키며
평소처럼 선생의 뒤를 한발자국 떨어진채로 걸어가는 그런 만화 보고싶당
그림 배워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