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러시아의 탐사대장이 한국 북부 국경지역과 중국 요동반도을 탐사한후 일본을 거쳐 귀국했다. 당시 탐사단원 중 한 명으로 도로와 수로 상황을 조사했던 니콜라이 미하일롭스키가 남긴 탐사기록이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을 통해 번역됐다.
구한말 우리나라를 여행한 외국인들이 남긴 여행기는 번역된 것만 10여 종이 넘는다. 내용도 다들 비슷해서 지금 시각으로 보면 대충 엉망진창 수준인 역사 인식과 한국인의 친절함에 대한 찬탄, 게으름에 대한 경멸, 그리고 참기 힘들었던 악취에 대한 격렬한 악평이 적당한 뒤섞인 기묘한 여행기가 대부분이다.
미하일롭스키의 탐사기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어린애 같은 순진함과 부드러움"을 지닌 한국인의 인간성에 대한 찬탄과 함께 "군대도 장난 같아서 결코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묘한 평가가 상반되는 복잡한 상념을 불러 일으킨다.
미하일롭스키가 한국인에 대한 평가를 하는 대목은 이렇다. 연해주 지역의 경찰서장과 치안판사에게 한국인에 대한 평가를 요구한후 그 대답을 들은 대목이다. 아래는 그 대화 중 일부다.
-"한국인과 상대하려면 강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미하일롭스키의 질문)
="맙소사. 그런 나쁜 사람들. 쇼비니스트들이 하는 쓸데없는 말들을 입에 담지 마십시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어디서나 러시아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겁니다. 그들을 생각하면 내가 얼굴이 붉어집니다." (러시아 치안판사의 답변)
식사후 탐사대장인 즈베긴초프가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치안판사가 말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장과도 대화를 나눠 보시죠"
나는 경찰서장에게로 다가갔다. 곧 이야기의 주제는 한국인에 대한 쪽으로 넘어갔다.
-"한국인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하일롭스키의 질문)
="매우 능력있는 민족입니다. 생활에는 느리고 무관심해 보이지만 책은 아주 열심히 읽습니다. 저는 이미 이곳에 네 개의 학교를 세웠습니다." (연해주 지역 러시아 경찰서장의 답변)
-"한국인들은 매력적입니까" (질문)
="순수하고, 매력적이며,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죄마저도 아이들이 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에게서 별로 쓸데 없는 하찮은 것들을 가져가는 그런 종류지요."(답변)
물론 그가 한국인에 대해 칭찬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한국인의 용기 부족이다. "세계에서 가장 겁쟁이는 중국인이다. 한국인만 빼고" 같은 평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그 논조는 경멸이나 비판이라기보다는 연민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미하일롭스키는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한국인"과 전쟁을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그냥 미소만 지을 뿐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한국인 스스로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무산군수 유진호로 추정되는 인물은 미하일롭스키와의 대화에서 "한국인은 전쟁을 할 줄 모른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용감합니까?(미하일롭스키의 질문)
="(한국인은) 매우 겁이 많습니다. 게으르기는 해서 절도는 잘 안하지요. 그리고 매우 자존심이 강한 민족입니다. 누가 무기를 든 것을 보면 마적들을 보듯 쳐다보며 두려워하지만 신뢰하지는 않습니다."(러시아 연해주 경찰서장의 답변)
="여행을 할때 일체의 무기를 감추십시오. 그냥 부드러운 태도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연해주 치안판사의 답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다가 눈길이 멈추는 대목이 한 곳 있었다. 함경도 경흥 근처의 어느 마을로 추정되는 곳에서 미하일롭스키는 이름조차 기록하지 않은 한 한국인 촌장과의 대화 한 토막을 스쳐지나가듯 담담하게 기록한다.
1898년이면 대한제국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말못할 좌절감과 사그러드는 희망이 마지막 대결을 벌이고 있던 시기다. 그런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무엇 때문에 우리는 가난할까요"라는 질문에는 절박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무엇 때문에 다른 민족은 부유하고 한국인은 가난한 것일까요?" (한국인 촌장의 질문)
="한국 민족은 능력이 있어서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일본인처럼 빠르게 유럽인들을 앞지를 수 있을 겁니다." (미하일롭스키의 답변)
이렇게 담담하게 읽다가 최종적으로 눈길이 멈춘 곳은 다음 대목이었다. 이른바 미하일롭스키의 동양 3국인에 대한 인물 감상평. 전반적으로 진지할 뿐만 아니라 점잔하기까지한 그가 갑자기 "오랑우탄"을 들먹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문화 상대주의에 입각해서 비판보다 장점을 찾는데 주력하는 탐사기의 다른 대목과 비교해 미하일롭스키의 일본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냉소적이다. 이미 적대 관계로 접어들었던 러일 양국 관계가 미하일롭스키의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까. 그의 일본인론에는 "능력있고 유능하다"는 칭찬도 포함되어 있지만 외모와 인간성에 대한 평가는 너무도 혹독해서 돌출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일본인의 마르고 기진맥진한 짙은 황색의 몸과 열린 입, 올라가고 평평한 얼굴의 광대뼈는 더욱 튀어나온듯한 얼굴의 피부. 이 모든 것이 도쿄의 동물원에서 본 '오랑우탄'과 놀랄만큼 닮아 보이게 만든다. 주름살이 가득한 좁은 이마와 뻣뻣하고 숱이 많은 머리털까지 닮았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유형들과 비교할 때 일본인은 두 형제들 사이에서 육체적으로는 초라한 마지막 조각이자 퇴화된 자이며 동시에 이 아름답지도 않은 얼굴에는 차갑고, 표독스럽다고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비밀스럽고 심지어 공포스럽기까지 한 무언가가 있다.
참고로 "일본인 오랑우탄론"을 설파했던 미하일롭스키의 한국인 얼굴에 대한 감상은 아래와 같다.
-선량하고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주는 얼굴은 넓은 편이고, 피부는 진하고, 눈은 곧지만 좁으며, 눈섭은 마치 중풍에 걸린 사람들처럼 처졌다.
-(한국인들 중) 일부는 수줍은듯 다른 일부는 자신감 있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눈이 크고 피부가 몹시 희고 건강해 보이는 여자 하나가 있는데 러시아 기준으로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 여자의 눈빛에는 자신감과 함께 약간의 경멸, 심지어 (우리 러시아인들을) 무시하는 태도마저 담겨 있었다. 김씨가 알아보았는데 그 여자는 기생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Mikhailovskii, Nikolai Konstantinovich(1842–1904)
범죄마저도 아이들이 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에게서 별로 쓸데 없는 하찮은 것들을 가져가는 그런 종류지요 -그래서 자전거가.. 눈이 크고 피부가 몹시 희고 건강해 보이는 여자 하나가 있는데 러시아 기준으로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존예는 존예다
옛날에는 러시아인도 "순진함과 선량함"으로 별종 취급을 받았었는데 세월이 지나 그 러시아인들이 한국인들을 똑같이 취급한 걸 보니 기분이 묘하군.
그레이트 게임한답시고 영국이 러시아 후방 찌르게 만든 놈들이니까 ㅋㅋ 영국 똘마니 인상이 좋을 수 없지
각박한 세상에서 살던 순진한 사람들 슬프내그랴
윌리엄 길모어였나..그 사람도 한국인은 사람은 좋고 군대는 장난감 군악대 같아서 도저히 싸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었지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독일의 포로수용소에 갖힌 러시아인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순박해 보였다는 구절이 있지.
이렇게 보면 19세기 한국인이랑 21세기 한국인이랑 진짜 많이 변하긴 했다.
범죄마저도 아이들이 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에게서 별로 쓸데 없는 하찮은 것들을 가져가는 그런 종류지요 -그래서 자전거가.. 눈이 크고 피부가 몹시 희고 건강해 보이는 여자 하나가 있는데 러시아 기준으로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존예는 존예다
기생이라ㅋㅋ
옛날에는 러시아인도 "순진함과 선량함"으로 별종 취급을 받았었는데 세월이 지나 그 러시아인들이 한국인들을 똑같이 취급한 걸 보니 기분이 묘하군.
운드르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독일의 포로수용소에 갖힌 러시아인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순박해 보였다는 구절이 있지.
그런시절이 있었다니 놀랍네 몽골이 침략하던 그런시긴가
러시아에 기독교가 처음 전파됐을 때 "악인에게 대적하지 마라"라는 성경 말씀을 어찌나 곧이곧대로 지켰는지 머잖아 나라 전체가 도둑과 강도의 소굴이 됐다데. 감독관으로 파견된 동로마 신학자가 보다못해 "야, 암만 그래도 최소한의 질서는 있어야지." 하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근래에는 윗댓에서 지적한 것 같은 사례도 있고.
난 오랑우탄처럼 생겼는데 일본인인가
아뇨 오랑우탄입니다
우호우호
이렇게 보면 19세기 한국인이랑 21세기 한국인이랑 진짜 많이 변하긴 했다.
옛날 러시아인과 지금 러시아인이 다르듯이...
순박한 한국인은 일제강점기때 죄다 수탈당했을테니...
식민지배가 우리를 각성하게 만든거 아닐까 싶음
윌리엄 길모어였나..그 사람도 한국인은 사람은 좋고 군대는 장난감 군악대 같아서 도저히 싸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었지
한국인 칭찬하는 대목보다 일본인 욕하는 대목이 더 기분좋네 ㅋㅋ
루리웹-4922510392
그레이트 게임한답시고 영국이 러시아 후방 찌르게 만든 놈들이니까 ㅋㅋ 영국 똘마니 인상이 좋을 수 없지
각박한 세상에서 살던 순진한 사람들 슬프내그랴
국민들의 방향성은 정부의 정책이 결정한다
사실이긴한데 미국인들은 이걸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
나라 윗대가리 달라지는 것이 개개인의 방향성도 달라지는 이유가 되는 것도 슬픈이야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