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 다니면서 밀링 기능사 준비 때
교수님이 같이 가보자고 한 중소기업임
찾아보니까 병역특례로 젊은 애들이 많다고 함
긴장 반 설레임 반으로 잠 설침
오전 6시 40분
밥이 안 넘어감
체한 것도 아닌데 전혀 안 넘어감
몬스터 한 캔으로 어떻게든 버텨보자며 각오하고 출근
오전 8시 30분
오늘은 첫날이니 어떻게 일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래
근데 근로계약서를 안 줌
사진 찍어서 국제커리어센터에 보내야 되는디
오후 12시
계속 반복되는 일들을 지켜보며
아직까지는 할 만하다고 느낌
오후 5시
뭔가 이상함
체력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체력의 문제가 아님
분명 고생은 다른 직원들이 하는데 뭔가 뭔가임
오후 5시 45분
저녁밥을 우겨먹으면서
진짜 이걸 매일 해야한다고?라는 생각이 듦
그래도 첫 직장이니 1년은 버텨보자고 마음을 다짐
오후 7시
화목은 야근하는 날이라 첫날임에도 야근
단순한 잡일만 하는데 계속 반복되니 미칠 것 같음
병역특례로 온 애들은 어떻게 이걸 3년이나 하는 건지
오후 8시 30분
퇴근
피곤해서 바로 집에와서 누움
운동이고 뭐고 빨리 씻고 자고 싶음
오후 9시 30분
몸은 자라고 외치는데 잠이 전혀 안 옴
진짜 이게 내가 하고 싶던 일인지 의구심이 듦
월급 많이 주면 뭐하나 삶에 여유가 없는데
오후 10시
온몸이 뜨거운데다 가슴이 답답함
하루 밖에 안 됐는데 출근하는 것이 두려움
나는 잘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모르겠으니 기술이나 배워서
취직하자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몰려옴
1년이라도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하루도 못 버틸 것 같음
오후 11시
잠이고 뭐고 눈물이 나고 미칠 것 같음
분명 난 아직까지 아무런 부조리도 못 겪었는데
이등병 때 갈굼 당한 것 이상으로 괴로움
이게 진짜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라는 건 확실함
오전 12시
멘탈 나가서 혼자 질질 짬
그만두고 싶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난 진짜 아무 것도 못하는 머저리라는 생각이 듦
엄마한테 미안하고 교수님한테도 미안하고
나한테 잘해준 내 또래 직원들에게도 미안함
근데 난 도저히 못할 것 같음
내 인생 대부분을 밀링머신 앞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음
오전 1시
나는 머저리였다는 자아성찰을 마침
생산직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내 적성과도 전혀 안 맞았다는 것을 깨달음
생산직 몇년에서 몇십년 하신 분들 진짜 대단하신 분들임
빨리 그만두고 딴일 찾는게 나아보이기도 하는데 일단 1개월 정도 간 보던가 괜히 주변 생각하면서 버티려다 너만 고장난다
이 유리멘탈은 하루만에 고장났어요 진짜 그만두고 다른 일 알아보려고
첫날에 근로계약서를 안주는 이유가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번 일을 겪어보고 일주일도 안되서 '저 도저히 못할거같습니다.'하는 경우가 나와서 그러는거같음. 근데 근로계약서를 이미 작성해놓은 상태라, 나중에 이거 법적문제가지고 시시비비 가리자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런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