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에드알도 키요소네는
메이지 유신 시기 일본 위인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사람임
우리가 메이지 천황 하면 떠오르는 이 그림도
키요소네가 그린 것이라고 하니
그의 영향이 얼마나 크게 남아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
키요소네가 일본 위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것은
서구식 지폐를 발행하려는 일본의 필요에 의해서였는데
처음에 일본은 천황의 초상화를 지폐에 새기려 했으나
천황 = 현인신(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라는 관념 때문에
세속적인 돈에 임금의 용안을 새기는 것은 불온하다는 반발과
사진 찍는 것조차 꺼려 하던 극도의 대인기피증 환자 메이지의 의중으로 인해
결국 일본 고대사에 등장하는 충신들의 모습을
지폐에 새기기로 결정했음
그 충신들의 면모를 보면
다이카 개신을 이끌고 천황가와 대립하던 소가 가문을 숙청한 후지와라라던가
삼한정벌을 이끈 신공황후와 그 정벌을 도운 다케우치 대신이라던가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도경(道鏡) 스님의 황위 찬탈을 막아낸 와키 키요마로라던가
학문의 신으로 일본에서 숭상되는 스가하라 미치자네 같은
일본 제국주의, 천황제 국가주의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문제는 이들의 초상화가 남아있지 않았다는 건데
키요소네는 이들의 초상을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일본 정부의 초청을 받았던 거였음
의외로 키요소네는 사실주의 화풍을 중시하던 사람이어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초상화를 그려내지는 않았는데
대충 역사책에 기록된 충신들의 용모를 바탕으로
그의 성품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은 모델을 선정해
그 사람의 얼굴을 갖고 적절히 합성하는 방식을 채택했음
가령 10엔 지폐에 새겨졌던 와키 키요마로는
메이지 유신의 혁명가 중 한 명인 기도 다카요시의 얼굴을
진구황후의 초상화는 일본은행의 여공 얼굴을
다케우치 대신의 얼굴은 국학자였던 모토오리 토요카이의 얼굴을 본따 만들었음
근데 문제는 키요소네는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서
일본인의 골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음
그 결과....
일본 위인의 이목구비가 서양인으로 묘사되는 기현상이 일어나버림
저때 일본에서는 인물 사진을 보정해서 이목구비를 서양인처럼 묘사하는 일도 잦았고
심지어 내각 부처에서 <일본인종개조론>이란 걸 간행해서
서양인과 혼혈을 해서 일본 민족을 서양인처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서구에 대한 열등감이 강했던 시절이라
서양인 느낌이 나는 초상화를 그대로 지폐에 인쇄해 사용했었음
근데 그래도 명색이 '일본 위인'인데
일본인을 전혀 닮지 않은 외모라는 지적이 많았는지
1910년대 이후로는 판본을 수정해서 이목구비를 다시 일본인처럼 바꾸게 됨
그리고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5천원 지폐의 도안 제작을 영국에 의뢰한 것 때문에
율곡 이이의 얼굴이 서양인처럼 그려진 적도 있었음
휴 이거 일부만 보면 자꾸 유게에 출몰하는 조몬인 야요이 서양인 빌런 생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