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이번에도 치명타가 터지지 않는거야!!!"
오늘도 평화로운 키보토스에서 한 선생님이 홀로 울부짖었다.
하스미의 아머피어싱 샷의 크리티컬이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극구 부정하고 있었지만
선생님은 소위 '하스미단'이었다.
모든 관통 지역과 관통 총력전에 하스미를 기용하는 광기는 분명,
하스미단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선생님의 고민거리는 총력전의 트로피 색깔이나 순위 따위가 아닌,
어느 순간부터 터지지 않는, 하스미의 치명타 문제였다.
T6장비를 착용한 하스미의 기본 치명 수치는 51.9%나 된다.
즉, 총력전 보스 보정으로 인한 치명 확률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호드 같은 변태적인 보스가 아니라면,
열 번 중 못해도 네 번은 크리티컬이 터져야 맞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총력전만 가면 그 치명타가 갑자기 눈에 띄게 터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재시작 버튼을 눌러도, 치명타가 터지지 않는 EX...
십수번의 도전으로 가까스로 치명타를 안겨줘도, 하스미의 다음 EX가 치명타가 터지지 않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루프의 연속...
물론 재시도의 지옥에는 이미 이골이 난 터라 재시도에서 분노를 느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다.
기존에는 기초적인 산술과 경험적으로 터득한 시행 횟수 이내에
하스미의 EX가 전부 터져서 총력전 보스를 혼내주고 마무리 지어졌을 총력전이
어느 순간부터 최후의 티켓까지 영혼을 불태워야 겨우 통과 가능한 지옥의 총력전이 된 것이었다...!
결국에는 치명타 확률을 비약적으로 늘려주는 학생까지 투입하여 확률을 늘려줘도 치명타가 터지지 않자,
굳건했던 선생님의 마음 속에도 의심이라는 어두운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스미가...수상하다...'
총력전을 마치고 잠시 쉬러 돌아온 서클의 동료 교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으나,
그들은 그 의심을 단숨에 일축했다.
동료 교사A : "그럴 리가 있겠어요? 확률 말고는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건 선생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동료 교사B : "그냥 운이 지독하게 나빴던 거 아닐까요? 극히 희박하지만 그런 확률도 있기는 하잖아요?"
"하지만...이렇게 한번도 터지지 않는 것 또한 말이 안되는데..."
동료 교사A :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조력자로 하스미를 지정해서 저희에게 하스미를 잠시 빌려주세요. 저희가 한번 돌아볼게요!"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다 티켓이라도 날리면...?"
동료 교사B : "에이 그럴 확률이 더 낮은 거 알잖아요? 저흰 한 30분 돌아서 적당히 확인되면 대충 설거지 하면 되니까~"
동료 교사A : "그럼...적당히 돌아보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뒤, 빌려갔던 동료들이 하나 둘 돌아와서 결과를 알려주었다.
충격적이게도 결과는 전부 통과.
그것도 티켓 한 장, 심지어 40분 이내에 전부 크리티컬을 띄워서 보스 공략까지 깔끔하게 끝마친 것이었다!
"아니...이럴리가...! 그렇다면 나는 어째서...?"
동료 교사A : "스펙이 안되서...라고 하기엔 스펙은 저희랑 똑같잖아요?"
동료 교사B : "조합이랑 전개도 똑같고...우리가 클리어 한 걸 보면 전략 자체는 정답이니, 조금 더 트라이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요?"
눈 앞에 펼쳐진 결과에 선생님은 결국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번 총력전에서도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트라이 한 끝에,
겨우겨우 크리티컬을 전부 띄우며 간신히 도전에 성공했다.
퇴근 후 수 시간을 집중해서 매달린 터라, 시간은 어느덧 새벽이 되어버렸고
내일을 위하여 선생님은 곧장 자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응?"
하스미의 의미 모를 웃음에 선생님은 되물었지만,
하스미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린 채 얼른 쉬러 가기를 종용했고,
선생님은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러 갔다.
티켓 한 장에 허용된 시간은 한시간, 하루 세 장이면 하루에 세시간,
총력전 기간 중 수요일 부터 6일이니 총 18시간이었다.
여러 업무로 바쁜 선생님과의 시간을 이렇게나 많이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혼자 있기 좋은 인적 드문 장소에 대한 사전 답사
장소에 대한 '각인'
그리고 자연스러운 유도...
그리고...침착하지만 대담하게...결행하는...빌드업의 여제...
진정한 '사냥꾼'
이번 총력전의 시간도...그런 것이었다...
치명타만 터지지 않는다면, 포기를 모르는 선생님은 분명 총력전 내내 자신과 함께일 테니...
하스미는 선생님과의 다음을 기대하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이거 하스미 버전이란 소리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스미...무서운 아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