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오면
사람은 머리가 하얘지는 게 아닐까
그러다 무언가 하면 안될 거 같은 기분을 느끼고 만다.
하지만 운명은 그래야한다고 말을 건넨다.
"..이제 거리두자"
내가 뱉은 말 한 마디에 무게감은 몇인지
그 무게로 너를 얼마나 짓누를지 내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 관계는 올바르지 않아. 학생과 선생이잖아"
그래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관계
이건 올바르지 않았다.
이성보다 감정에 더 가깝게 너를 대했기에
이제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라 생각했다.
"선생님.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해도 나는 모르겠어.."
"그걸 깨닫는거도 내 가르침이라 생각해 줘. 아니..모르는 것도 나쁘지않아"
무슨 표정을 지어야하지 모르겠다.
마음이 여린 이 아이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은걸까?
여기와서 말을 돌려야할까?
아니 그런건 어른스럽지 못하잖아. 책임은 져야지
"나같은 사람은 그냥 마주쳤던 사람으로 인식해줘."
"우, 우리..더 말을 해보자..응?"
"미안. 너와 있는 시간은 행복했어. 하지만 이게 너를 위한 생각이니까"
입버릇처럼 말하는 너를 위한다는 말
그건 어차피 나를 위해 포장하는 말인걸 안다.
"그러니까.. 나는 가볼 게. 나없어도 행복해졌으면 해"
그 말을 하고는 그저 뒤를 돌아 갈 길을 갈뿐이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를 막으려고 나를 잡아도 그걸 뿌리치고,
그냥 지나갈뿐이니까
'이러면 된거야..'
그런데 왜 이리도 쓰라린걸까
위장이 터질 것만 같아.
아니 통증은 심장부근인가?
이제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조차 없어
그렇게 돌아온 집, 내 방안에는 그저 고요할 뿐이다.
집안에 초대해서 그 애에게 여러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젠 그럴 일도 없겠네.
"..." (톡톡)
휴대폰을 키면 그 아이에 연락이 있을 것만 같아서
그저 덮어두고, 침대에 눕는다.
이대로 잠에들고 일어나면 아무런 일도 없던걸로 될까?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여태 보여줬던 모습도 없었던게 되지가 않는데
어떻게 잠만 든다고 달라지겠어. 그냥 이건 회피본능에 지나지않아.
'그저..'
다음에 히나를 보게된다면 그 애가 나를 모른척해줬으면 좋겠다.
처음 마주쳤을 때처럼 만큼만, 그저 한 명의 어른으로만
나를 대해줬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그 애에게도 그게 좋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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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이렇게 써놓으면..우후후후.."
"..."
선도부실에 오자마자 아무도 없길래
그냥 나갈려고 했는데 어디 구석 책상에서 아코가 글을 끄적이고 있었다.
"뭐해?"
"히이이이이익!?!? 깜짝이야 선생님?!"
아코가 깜짝놀라 쓰고 있던 종이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 종이를 줍고 무슨 내용인지 흝어보는데
"...아코?"
"네?! 이, 이건 말이죠!?"
얘 이런거에 취미를 두고 있었던거야?
..아무리봐도 남주인공을 나로 해놓은 거 같은데
"...." (톡톡톡)
"서, 선생님..?"
"아코 괜찮아. 히나에겐 바로 오라고 불렀어"
"자, 잠깐만요?! 잠깐 이야기를 하자구요!? 비겁하게 위원장을..!!"
결국 도착한 히나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아코가 쓰던 소설은 압수에다 반성문 500장이라는 벌을 받게되었다.
나는 그와 별개로 초조해진 기분이 들었다.
"하아..아코도 참. 미안해 선생님."
"괜찮아. 그나저나 내가 저런 사람으로 보이나..?"
"아니 절대 그럴리가 없잖아."
히나는 그런 나의 손을 잡고 싱긋 웃었다.
그 미소덕분에 초조함이 사라진 듯 하다.
"..그나저나 들킬 뻔 했네"
"..그러게 이런 연애는 위험하다니까"
"하지만, 그만큼 각별하잖아?"
"선생님도 못 말린다니까"
"혹시 실례가 아니면 다음 예정이 있을까?"
"..있어도 데려갈 거 잖아?"
이런 건 촉이 좋다니까
뭐 사실이지만
"그럼 오늘은 제가 에스코트 해드리겠습니다. 위원장"
"...그 말투 하지마 기분나쁘니까"
"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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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런글을 쓰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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