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 생전 처음으로 과학책을 접했을 때, 학교에서 배워왔던 종교적 신화들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남은 생애를 물리학에 헌신하면서도 우주에 신비하고 신성한 질서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끝까지 고수했다.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가?’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죽는 날까지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필생의 질문이었다.
그는 종종 신을 ‘늙은이Old Man’이라는 친밀한 호칭으로 부르면서, 난해한 수학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신은 미묘한 존재일 뿐, 악의는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리의 우주에 모종의 ‘우주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이 말하는 신은 주로 ‘기적의 신’을 의미한다.
그래서 과학자와 성직자(또는 일반대중)가 신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면 의견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다.
각자 머릿속에서 다른 의미의 신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적의 신은 기적을 행하고, 타락한 도시를 파괴하고, 적군을 쳐부수고, 파라오의 군대를 홍해바다에 수장시키고, 순수하고 고결한 사람들을 위해 잔인한 복수를 서슴지 않는다.
과학자와 성직자(또는 일반대중)가 종교적 문제에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저마다 완전히 다른 의미의 신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과학은 재현 가능한 관측결과에 기초한 학문인 반면, 기적은 발생빈도가 너무 낮아서 재현이 불가능하다(재현 가능한 것을 기적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기적은 평생을 통틀어 기껏해야 한 번 정도 일어난다. 그러므로 기적의 신은 과학적 탐구대상이 아니다. 나는 지금 기적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과학의 영역 바깥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초공간 | 미치오 카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