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엔 참 열심히 썼었는데.......1차 세계대전 이란게 한국에선 별로 관심을 못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반응이 저조해서 슬펐던 기억이 남. 그래도 이 정도 필력이면 나름 고민하면서 열심히 쓴 거야.
숨을 죽인 채 이번에도 그리스도의 가호가 있기를 비는 병사들의 날숨으로 대피호의 공기마저 무거워질 때 즈음, 저편에서 첫번째 포성이 터져나왔다. 특유의 길고 가는 공기를 찢는 소리가 은은히 울리더니 곧이어 폭음이 들려왔다.
무자비한 진동으로 보아 꽤나 가까운 곳에서 터진듯 하다. 몇달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곳의 독일 포병대가 오늘은 정말 작정을 한 모양이었는지 평소의 몇배의 양을 쏟아내었다.
축축한 흙 아래에 파내어 사람 스무명 남짓이 겨우 들어갈 만한 대피호만을 의지하며 프랑스의 병사들은 몸을 움츠렸다.
"하.....이번엔 누구 차례지? 통신선이 또 끊어져서 전령이 한명 필요해."
소대장이 눈썹을 찌푸린다. 보아하니 포격으로 통신선이 또 끊어져 전령이 필요한 듯 하다. 나는 감히 대답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나의 차례였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약이 오른듯한 소대장은 목소리를 높여 다시한번 "누구 차례지?" 라고 외쳤다. 그제서야 나는 소총을 집고 느릿느릿 일어난다.
소대장에게 지시문을 전달받은 나는 그 귀한 것을 안주머니에 깊이 쑤셔박고 깊게 심호흡을 한다. 모두가 안쓰럽다는 듯이 나를 동정하는 눈빛이다. 소대장은 무사히 돌아오면 맥주 한 병을 사겠으니 꼭 임무를 완수하라며 다독인다.
맥주 한 병. 내 목숨은 맥주 한 병의 값어치인가.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소대장의 선의를 맘대로 곡해하지는 않기로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처럼 느껴지던 대피호에서 빠져나온 나는 즉시 엎드려 배를 참호 바닥에 밀착시켰다. 옆 대피호까지 어떻게든 도착하여 지시문을 건네기만 하면 되는 정말 간단한 작업이다. 독일군의 맹포격이 없었다면 그럴 것이다.
나는 엉금엉금 기어갔다. 나는 포격으로 지금까지 용케 버텼던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본다. 손가락 크기의 나무조각이 참호 안으로 마구 튀기는 것을 무시하며 나는 나아갔다.
아득히 저 멀리서 날아온 포탄이 땅에 박히고, 이윽고 붉은 화염과 함께 높이 흙을 솟구쳐 오르게 한다. 적군은 창고에 쌓인 포탄을 오늘 다 써버릴 작정인 듯 하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거리의 대포가 이곳을 전부 헤집어 놓는 것을 보니 인류문명이 쌓아올린 찬란한 문명의 결정체는 군수산업이라는 말이 과연 틀리지 않았다.
오들오들 떨며 계속 기어가니 목적지인 대피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입속에 섞여 들어간 흙을 퉤퉤 뱉으며, 나는 돌이라도 깰 만큼 문을 거세게 두드린다. 곧이어 육중한 문이 열리고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철모를 깊게 눌러쓴 이등병이었다. 원래 쓰던 것이 망가져 예비물자를 쓰고 있었는지 머리에 비해 철모가 너무 커 속눈썹을 거의 가릴 지경이었다.
내가 쓴 글이니까 자작유머
기왕 발견했으니 이제 유게 연재다
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