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길었지만 남은 분량을 다 털어내기 위해 주저없이 시간을 썼습니다.
항상 댓글과 추천 주시는분들을 위해 마지막 장을 올려드리니 즐감해주세요.
전편 링크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1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2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3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4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5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6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7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8
The Place of Pain and Healing -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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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비통함과 실의, 그리고 자극제의 화학적 효과로 인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한 민카는 몇시간을 함선에서 방황하다가 자신을 구해준 스페이스 울프 마린과 만나고 그의 격려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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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저 멈춰서서 듣기만 했고, 마침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래서.... 이제 계속 싸우는 건가요?'
그가 말했다. '왜 멈추겠나?'
그녀는 이 대화를 조용히 곰씹어 보던 중, 다리에 총을 맞았던 그 날을 다시 떠올렸다.
그날, 카스르 바트록의 화이트실드들의 오만이 똑똑히 떠올랐다.
그녀를 돌바줬던 의료진의 얼굴도 떠올랐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야' 라고 말해주며, 다리에 붕대를 감아주던 그녀의 표정을 말이다.
그리고 그 의무병의 말이 옳았다.
그 패배로부터 1년 후, 두 팀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고 카스르 미락 팀이 우승했던 것이었다.
민카의 생각은 카디안이 되는것은 혈통이나 행성 출신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미쳤다.
혈통이나 행성 출신이 아니라, 어떤 역경이 있어도 맞서 싸우며 전진하는 마음가짐과 그 기술이야말로 카디안을 진정 카디안으로서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다.
그녀는 다시 말을 하려고 했지만, 스칼프-헤딘은 손을 들어 말을 가로막았고 공기중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가 감지한 것을 자신도 알기 위해 긴장 속에 어둠을 응시했다.
민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그는 그녀가 보는 너머의 무언가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만데빌 지점인 업실론 나인(Upsilon Nine)에 도달했군' 그가 말했다.
'그게 뭐죠?'
'우리가 워프로 진입하는 지점이지'
'그 워프라는게 뭐죠?'
그가 잠시 망설였다. '공간을 주름잡아 이동하는 수단이지'
그녀는 그가 말해준 것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속이 뒤집히는 기분을 느꼈다.
꽤 한참을 멈춰서있던 스칼프-헤딘이 눈을 조용히 감았다.
'다 끝났네. 그들은 저 밖에서 우리의 영혼을 탐식한다네, 느낄 수 있나?'
민카는 고개를 저었다.
'느끼던 아니던 그들은 그곳(워프)에, 그리고 항상 존재한다네.
싸우기로 결심하는 자가 있는 한 인류에겐 아직 희망이 있는 법일세.
그대들 카디안이 만년동안 자네의 고향을 지키게 해 준 투지가 바로 자네가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말일세.
그리고 이번엔, 자네가 그것을 후세에 전해 주도록 하게'
별안간 그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갑자기 멈춰섰다.
'부름을 받았군'
그가 갑자기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발걸음은 조용했지만 내딛는 발걸음마다 빠르게 그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민카는 그의 뒤에 대고 외쳤다 '스페이스 울프시여. 어디로 가십니까?'
그는 다시 돌아서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분명히 돌아왔다. '말해줄 수는 없네.'
민카는 그 자리에 멈춰서 심호흡을 했다. 자극제의 효과가 소진되기 시작했다.
'또다시... 싸워야할 전투가 있겠군요'
그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퍼져왔다. '자네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항상 또 다른 전투의 현장에 자네가 위치할 것일세'
마치 섬광과도 같은 깨달음이 그녀를 내리쳤다.
그녀는 위대한 전장이 남긴 유산의 끝아 아니었다. 그녀 또한 그 유산의 일부로서 또 하나의 시작이 될 것이다.
민카는 타격순양함의 개인실로 자신의 발걸음을 되돌렸다.
몇 시간을 걷고 걸어서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희미한 불빛 아래의 털가죽 깔개의 더미로 돌아왔다.
하를은 떠났고, 라스는 혼자 자고 있었다.
그녀는 누워서 맨 위에 있던 무거운 털가죽을 끌어내렸다.
기름때와, 갈라진 틈을 따라 연고(split unguents)의 얼룩이 배어있었다.
그녀에게 매우 익숙한, 무거운 느낌마저 드는 특유의 군대 냄새였다.
그 냄새는 펜리스에서 아마게돈까지, 카디아에서 이스턴 프린지까지, 병참 창고의 사무실과 밀리타룸의 보급창고의 익숙하게 맡을 수 있는 냄새일 것이다.
그리고 카디아와 그녀의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는 그리운 냄새였다.
눈을 감자 그 냄새가 그녀의 무의식 깊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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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리운 어린시절의 집이었고, 무릎 높이의 어린아이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라스건을 구석구석 손질했고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아버지가 집에 올 무렵, 어머니는 총열을 개머리판에 다시 결합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주 피곤한 상태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손과 재킷에는 군용 연고가 배어있었다.
'이리 오너라.' 그가 민카에게 말했고, 손을 내밀어 민카의 손을 잡았다.
그날 밤은 무명용사들의 무덤을 기리는 카디아의 성스러운 밤이었다.
카스르의 벽 근처에 있던 소각로에는 쓰레기가 불타고 있었고, 그 주위에 선 카디안의 실루엣이 어둡게 보였다.
아버지는 민카를, 그녀가 거쳐간 이전의 선배 카디안들에 의해 닳은 락크리트 계단으로 데려갔고, 선배 카디안들로부터 지켜져 온 참호를 지나쳐갔다.
몸을 꼬박 숙이고 걸어가야 하는 발걸음은 힘이 들었지만 마침내 그들은 정상(카스르 미락 자체의 정상을 말하는듯)에 다다랐고, 아버지는 민카를 넓은 화기 플랫폼으로 데려갔다.
민카가 돌아서 봤을때, 특화점(fillbox) 거주지는 모두 뒤에 떨어져 있었고 바람이 뺨에 닿는 것을 느꼈다.
'이리 오렴' 그가 말하며 민카를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그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별똥별은 보이지 않았고 마치 흉측한 자상과도 같은 아이 오브 테러만이 보였다.
'저놈들에게 분명히 말해주거라(Tell them)!' 쉰 소리로 아버지가 말했고,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고 있었다. 부모에게서 배운 단어이며, 민카의 부모님또한 카디아에 처음 정착한 선조에게서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말이리라.
'절대로 우릴 무너뜨리지 못해(원문 : Never)!'
그녀의 기억이 아이 오브 테러를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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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년 후, 카디아는 무너졌지만 민카 마저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그녀는 피를 흘렸지만, 여전히 그녀는 서서 기다리고 있다.
다음 전투를(For next time).
※용어 설명
-특화점(fillbox) : 콘크리트 등으로 단단히 구축한, 총안구가 있는 방어 기지. 보통 '토치카' 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있음.-아이 오브 테러 : 투쟁의 시기가 끝날 무렵, 우주에 생긴 워프 현상. 워프와 현실 우주가 바로 이어지는 지점이며, 절대 닫히지 않음.
카디아는 아이오브테러에서 현실 우주로 나오기 위한 통로 바로 앞에 위치한 행성으로서, 인류제국에게 있어서는 '무조건 수비해내야 할' 최중요 행성이었음.
이걸로 해당 단편 번역은 끝났습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화이트실드가 진정한 군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얻는 모습과, 카디안을 진정으로 카디안으로서 있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를 말해주는 훌륭한 단편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옛 카디아 거주민의 삶에 대해 더 알게된건데
카디안들이 거주하는 집 자체가 토치카로 사용될 수 있도록 건설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애초에 토치카를 집으로 쓴다고 봐야겠지요.
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른 단편이나 소설도 얻는대로 천천히 번역해볼테니
유게이분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블라갤이나 기타 워해머 커뮤니티로 퍼가셔도 좋습니다(출처만 밝혀주세요).
늘 그렇듯 오역과 지적은 항상 환영하고, 만약 저작권 문제가 된다면 순식간에 우수수수수수수 삭제될 수 있으니 그것만 기억해주세요.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