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 171에 파오후인 유게이임
나는 못생기긴 했지만, 유달리 미취학 아동들이 나를 엄청 무서워했는데
갑자기 지금 생각나서 몇 개 소개해봄
1. 지금도 많이 상처가 되는 에피소드인데
서울에서 연극보고 돌아가는 버스를 탔는데, 나는 맨 앞좌석에 앉았고 버스는 어느샌가 만원이 됐음
근데 어느 부부가 버스를 탔는데 아빠는 아들을 안고 있고, 옆에는 6살쯤 되어보이는 맏이 딸을 데리고 있었음
나는 그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일어났는데 엄마가 딸아이를 자리에 앉힐려고 했음
근데 아이가 갑자기 싫어! 싫어!를 외치면서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울어제껴버림
부부가 당황하면서 나를 다시 좌석에 앉으라며 사양했는데, 딸애는 울다가 내 얼굴 돌아보더니 세상이 날아가라 울어버림
어머니가 너무 당황해서 왜 울어 하면서 달래는데, 딸이 무서워를 연발하며 엄마 다리에 안김
아빠는 나한테 자꾸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는데
진짜 겁나 상처입음
2. 대학생 2학년 때 술을 사러 갔는데, 편의점 직원 분이 신분증을 요구했음
내심 흡족해서 "어유 그래도 제가 아직은 어려보이나봐요?" 라고 넉살 떨어봤음
근데 직원 분이 무심하게 "아뇨, 요즘 삭은 애들 하도 많아서요."로 대꾸함
겁나 상처입음
3.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데, 3살 쯤 되어보이는 아기랑 눈마주침
커피 쪽쪽 빨면서 슬쩍 보고 말았는데, 애가 대성통곡을 함
애 엄마는 당황해서 어르고 달램
어르고 달랬다가 또 나랑 시선이 마주쳐졌는데 또 대성통곡함
애 엄마가 달램
한 다섯번 쯤 반복하다가 나랑 눈마주쳐서 그런 거 알고 애엄마가 죄송한데 테이블 옮겨주실 수 있냐면서 허니브랜드 사줌
내가 먹은 허니브랜드 중 가장 쓴맛이 났음
4. 지역영화관에서 알바했을 당시, 크리스마스 때 산타 코스프레를 했음
유달리 체격이 펑퍼짐하니까 딱이라며 다른 알바들이 적극추천해서 나만 산타알바함
마침 지역아동복지관에서 대관을 했는데, 이벤트로 영화 끝나고 팝콘 나눠주게 됐음
팝콘을 나눠주다가 짖궂은 아이 한명이 내 가짜수염을 잡고 늘어졌는데
가짜수염이 떨어지고, 내 진짜 얼굴을 보더니 비명을 지름
무서운 걸 본 것마냥 복지관 선생님한테 바로 달려나감
야임마 네가 뜯었잖아
5. 수족관 갔다가 어느 꼬마애 하나랑 눈마주쳤는데 걔한테 얼굴개그 몇개 했더니 깔깔대면서 나 찾아옴
같이 장난치다가 내가 걔를 안고 붕붕이할 정도로 친해졌는데, 몇분 지나서 걔 아빠가 찾아옴
아빠가 의심의 눈초리로 한 10초 쯤 보다가, 머리 굴리고선 내가 무해한 사람인 걸 깨달았는지 애 돌봐줘서 감사하다는 말 했는데
나한테 안겨있던 애가 갑자기 내 뺨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더니
아빠! 아빠! 모쌩겨써! 모쌩긴거 또 해줘!를 시전함
애 아빠가 당황 반 폭소 반을 하다가, 감사인사하고 사라짐
겁나 상처입음
6. 어린이날에 공설운동장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
왠 꼬마애 둘이서 풍선칼 들더니
다짜고짜 쓰러져라 악당아를 시전하면서 나를 풍선칼로 퍽퍽 휘두름
꼬마애 한 명 잡아서 잔디에 살포시 쓰러뜨리고 풍선칼 뺏으면서
내가 왜 악당이야 이랬더니
넌 악당이야! 만 반복함
꼬마애 둘이랑 풍선칼 투닥거리다가, 걔네 부모님이 멀리서 오시면서 헤어질 각 잡힘
왜 내가 악당해야돼 라고 다시 물어보니
악당 같잖아 라고 말하고선 나한테 풍선칼 하나 남기고 사라짐
겁나게 상처 입음
참고로 난 화상이나 흉터 그런 거 없다.
그냥 순수하게 못생겼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