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헤헤..다행이다. ”
편의점에 들린 현우의 눈에 창에 붙인 대자보가 들어왔다.
- 보리섬 일대 익사체 출몰, 혓바닥 개 당 10만원 진주 시청 -
끔찍하고 냄새나는 익사체 혓바닥을 또 나이프로 잘라내야 하다니..
현우는 헌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 나도 대변혁 이전에는 잘 나가는 아시바( 막노동 판 기술자 ) 꾼이였는데.. ’
“ 어서오세요 ”
“ 디스 하나요 ”
호주머니 에서 돈을 꺼내며 현우가 알바에게 물었다.
“ 여기 웨이 포인트가 보리섬 까지 연결 되나요? ”
“ 네 됩니다. ”
“ 낮에 한번 가봐야 겠네.. ”
“ 낮에는 익사체가 안 보인데요. 지금 이 시간에 가셔야 있을 거예요 ”
“ 집에 장비를 놓고와서..”
“ 혼자 가시려고요? ”
익사체는 약한 몹 이지만 무리를 지은채 돌아 다녀서 검사 혼자
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은퇴 한지도 꽤 됐고 집에 남은 유통기한 지난 포션도 몇 개 안되고..
이때 예쁘장한 얼굴한 공책같이 얇은 마법서를 든 소녀가 들어왔다.
“ 여기 힘캐 없나요? ”
“ 여기 있긴 한데.. ”
현우가 살짝 손을 들며 말했다.
“ 7:3 어때요? ”
“ 누가 7이고 누가 3인데? ”
“ 당연 제가 7이고 아저씨가 3이죠 ”
“ 뭐 이런.. 셈법을 다시 배워야 겠구만 어린 아가씨 ”
소녀가 현우의 말을 무시한 채 알바에게 말한다.
“ 힘캐 없어요? ”
“ 아직 지원자가 없는데요 ”
소녀는 한숨을 쉬며 현우에게 말을 이어갔다.
“ 아저씨 힘쎄요? 익사체 몇 마리 까지 잡아 보셨어요? ”
‘ 이런 가소로운.. ’
아무리 돈이 없어도 가오는 살아있던 현우는 말없이 편의점
밖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고 잠시 후 소녀가 따라 나왔다.
“ 6:4 어때요? ”
“...”
현우가 편의점 문턱 받이에 주저앉아 말없이 담배를 피워 나갔다.
“쌩까네.. 아저씨가 썬더예요? ”
“ .... ”
“ 좋아요 5:5.. 익사체 경험은 있으시냐구요 ”
“ 너 그리핀은 잡아봤냐? ”
그리핀은 존나 쎄고 날아 다닌다.
얇은 마법서 딸랑 하나 든 힐러 초심자가 잡아 봤을 리가 없었다.
현우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소녀가 뒤를 따라오며 대꾸한다.
“ 아뇨 ”
“ 진주에 널린게 힐러야 임마. 앞으로는 숙련자에게 게기지 마라 ”
“ 진주에 30명도 안된다구요 힐러는.. 진짜 널린건 힘캐인데.. ”
현우가 파악 한 바로는 진주 시청 30만 인구 중 전사가 50여명, 힐러가 25명
마법사는 없는걸로 알고 있었고 얘가 틀린 말 하는 건 아니였다.
그런데 이런 꼬맹이도 힐러 라니 말세구나 말세 라고 현우는 생각했다.
“ 너 몇 살이냐? ”
“ 서른 둘 ”
“ 에? ”
“ 아까부터 좀 거시기 했는데 존댓말 좀 쓰시죠? ”
아무리 봐도 중딩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대변혁 이후 세상이 진짜 개판 났구나 라고 현우는 생각했다.
“ 난 47살이야 임마 니가 꼬맹이 인건 변함이 없다. 들고있는 치유 마법서 보니 애들 갖고 노는
완전 하급이네.. 한장 당 5천원 이나 하냐? 그거 갖고 치료해도 2~30%밖에 안들어 올텐데
너 솔직히 말해, 토벌 나가는건 처음이지? ”
“ ... ”
“ 마법서에 해독 마법은? ”
“ 저 그냥 갈께요.. ”
편의점에서 만난 기세와는 다르게 32세의 소녀는 풀이 죽은체 뒤돌아 힘없이 걸었다.
그런데 얘를 이대로 돌려 보내면 익사체를 힐러없이 토벌하러 가야한다.
익사체 정도면 뭐 견습 힐러도 무난할거 같고..
“ 안 죽을 자신 있으면 따라오고 ”
“ 정말요? ”
“ 페이는 너는 견습 이니까 나 7 너3 대신 마법서 쓴거 만큼은 돌려줄게.
어때? ”
소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 거리고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여 OK했다.
“ 너 이름은 뭐야? ”
“ 제 이름은 장아영 이예요 그쪽 이름은요? ”
“ 내 이름은 김현우다 ”
“ 앞으로 그럼 현우 오빠라고 부를께요 ”
현우는 중딩 꼬맹이가 오빠라 부르니까 소름이 확 끼쳤다.
“ 염병하네.. 삼촌 이라고 불러 임마 ”
집에 도착한 현우는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밤에 잘 보이기 위한 야간 투시경과 헬멧,
가벼운 소재의 가죽 장비와 몹을 잡을 때 쓰는 은검,
그리고 혹시 들개 무리를 만날지도 모르니 강철검도 챙겼다.
캣휠을 타다 멈춘 다옹이가 물었다.
“ 집사야 어디가냐옹~ ”
“ 어 , 일하러.. 좀 늦을 거니까 사료 잘 챙겨먹고 있어. ”
“ 아까 은행에서 낼까지 이자 내라고 독촉 전화 왔다옹~ ”
“ 어.. 낼 거야. ”
집을 나선 현우는 기다리던 아영이와 함께 편의점 인근 웨이 포인트로 이동했고
카드 자동 결제기에 보리섬 까지 3만원이 찍혔다.
다행히 WP머니 카드 잔고는 7만원 정도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