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에이신 플래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트레이너 씨와 외출하고 싶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꽤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다음날의 부담이 없는 금요일 오후, 가을의 정취도 조금 느끼며, 하늘은 높고 우마무스메는 살찌는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었을 뿐이다.
거기에 트레이너 씨가 포함되는 것은 에이신 플래시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 그 옆에는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이, 연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그 끝은 성 같은 호텔에서의 외박, 단둘만의 우마뾰이 전설 라이브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트레이너 씨가 내켜 하지 않을 경우, 한 번쯤 참아드릴 의향도 있었다.
그래, 그냥 에이신 플래시와 트레이너 씨 둘이서 가을의 향내를 느끼며 꽁냥대고 싶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데이트 권유였다.
계획에 미친 우마무스메인 에이신 플래시답게 이미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루트로 돌아다닐지 초 단위로 계획을 다 짜 두었다. 트레이너 씨만 알겠다고 답하면 두근거리는 하루가 되었으리라.
“안 돼.”
“어째서인가요―!!”
돌아온 트레이너 씨의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빼액―, 소리를 지르며 반문하고 말았다. 하루 전에 이야기한 것은 분명 에이신 플래시의 잘못이지만, 트레이너 씨가 이렇다 할 스케줄이 없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했기 때문에 서프라이즈를 겸하여 늦게 말씀드린 것인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것일까.
아니,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담당 우마무스메, 이 에이신 플래시보다도 중요한 일이란 말인가? 그럴 리 없다. 분명 시답지 않은 일이리라. 끽해봐야 회식 같은 거겠지. 그런 것 따위랑 사랑스러운 애마는 비교할 거리도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내일은 안 돼. 절대 안 돼.”
“어째서죠?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제가, 이 에이신 플래시가 지금 트레이너 씨에게 권유하고 있는 거라고요? 거절하시면 후회하실 거라고요?”
“그래도 안 돼. 선약이 있어.”
그래, 그 이유밖에 없겠지. 갑작스러운 선약이 생긴 것이겠지. 어차피 트레이너들끼리 하는 회식 같은 것이겠지. 그런 것, 에이신 플래시를 거절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선약이라니, 회식인가요?”
“회식…같은 거긴 한데, 조금 다른 느낌인 모임.”
“회식이잖아요!”
“회식 같지 않은 회식 같은 회식 아닌 모임이라니까.”
“그게 뭔데요! 변명하지 마세요!”
말장난을 하자는 것인지, 트레이너 씨가 에이신 플래시의 속을 살살 긁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트레이너 씨를 좋아한다지만, 에이신 플래시의 인내심은 무한대가 아니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저를 거절하시겠다고요? 트레이너 씨가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가슴을 쑥 내밀며 당당하게 선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트레이너 씨는 결국 이 에이신 플래시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 씨를 헤롱헤롱하게 만든 이 88 사이즈의 커다란 가슴에 대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 어차피 트레이너 씨는 에이신 플래시쪽을 선택하―
“평소였다면 그랬겠지, 평소였다면. 하지만 내일은 절대 안 돼.”
“……네?”
―지 않았다. 그 충격에 에이신 플래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잘못 들었다는 듯이 그녀의 우마미미를 쫑긋거렸다. 도대체 어째서, 트레이너 씨가 에이신 플래시를 거절하신 것일까.
짐작 가는 부분이 몇 개 있긴 했지만, 정말로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확인은 해 보아야 한다. 에이신 플래시는 이런 돌발 상황에서도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우마무스메이기 때문이다.
“호, 혹시…제가 최근 레이스 성적이 좋지 않아서…인가요?”
“아니, 그건 평일에 더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니까.”
“그, 그러면 제가 지난번에 트레이너 씨를 한 시간 가까이 억지로 껴안고 있어서 그런가요?”
“확실히 그건 힘들었지만, 그런 것 때문은 아니야.”
“그럼 혹시…제가 외출이라고 해놓고 외박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인가요?”
“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도 아니야.”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남은 답은 하나뿐이다. 에이신 플래시를 잘 알고 있는 트레이너 씨이기 때문에 딱 잘라 거절한 것이리라.
“서, 설마…제가 내일 데이트 후에 트레이너 씨를 개같이 뾰이할 생각이라는 것을 들켰나요?!”
“아니, 그건 놀랍지도 않다.”
“그, 그래도 트레이너 씨가 원하신다면 내일은 뾰이 없이 데이트만 즐기고 얌전히 돌아갈 생각도 있어요…!”
“그건 좀 솔깃하지만…그래도 내일은 안 돼.”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여전히 트레이너 씨는 거절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힘으로 어떻게든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간이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우마무스메의 힘으로 트레이너 씨를 짓누르는 것은, 트레이너 씨에게 미움받기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뭐, 뾰이할 때는 힘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지만, 그때는 트레이너 씨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트레이너 씨의 사적인 부분에 힘으로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에이신 플래시의 안에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에이신 플래시는 트레이너 씨를 원하는 것이지, 움직이는 생체 딜도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신 플래시는 트레이너 씨에게 답을 구했다. 도대체 왜, 어떤 회식 자리이길래 에이신 플래시를 거절하면서까지 가려는 것인지.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단순했지만, 에이신 플래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일은 내 고국의 명절이야. 그래서 동향 트레이너들끼리 모여서 명절 느낌 나게 지내기로 했어.”
“명절…확실히 중요한 이유긴 하네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 쪽이 더―”
“여기 와서 꽤 오래 명절 같은 거 못 챙기다가, 이번에 다들 시간 맞춰서 처음 챙기는 거야. 나만 빠지면 미안하지.”
“큭….”
“그리고 솔직히 나도 조금 기대하고 있고, 추석 음식 먹는 것도 말이야.”
“추석……그런 이름의 명절인가요.”
“그래. 그러니까 미안. 내일은 안 돼.”
“…….”
에이신 플래시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추석이라는 명절에 트레이너 씨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은 중요하다. 트레이너 씨에게 고국의 명절이 가지는 의미가 각별할 수 있다는 것도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을 어쩌겠는가. 에이신 플래시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분함으로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에이신 플래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트레이너 씨는 이미 안 돼, 라며 명백하게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고, 에이신 플래시는 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내일 오후는 혼자 지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 아내 된 우마무스메(아니다)로서 부군의 일에 너무 간섭하면 안 되겠지. 여기에서는 아쉽지만, 한발 물러나는 것이 트레이너 씨를 위한 것이리라.
“알겠…습니다.”
물론 그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승부복을 갈아입으면 독점력이 생기는 에이신 플래시인지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검고 질척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에이신 플래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 * * * * * *
그리고 그다음 날, 정말로 트레이너 씨는 트레이너들끼리 명절을 쇠었다.
혹시나 에이신 플래시를 떠올리고 같이 외출할까, 작은 가능성에 노심초사 기대며 트레이너 씨가 부르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두었지만, 애석하게도 트레이너 씨는 오후 네 시라는 시간에 반차를 내버린 것도 모자라 에이신 플래시를 잊어버린 것인 양 연락 한번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미 에이신 플래시에게 이야기를 해두었기 때문에 딱히 연락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제아무리 에이신 플래시의 가슴이 크고 탱탱하다 하더라도, 트레이너 씨의 이 처사를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이다.
오후 열 시가 넘어서까지 연락이 없자, 에이신 플래시는 확신했고, 포기했다. 트레이너 씨는 오늘 에이신 플래시와 함께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다시 한번 상기하자면 트레이너 씨는 에이신 플래시에게 이미 사정을 이야기한 바 있지만, 트레이너 씨의 일이라면 귀찮아지는 에이신 플래시에게 그런 사소한 것 따위가 생각이 날 리 없었다.
“후, 후후…후후후, 후후후후후…….”
그녀의 눈동자에 어둡고 끈적끈적한 독점력이 깃드는 것을 느끼며, 입고 있던 사복을 벗어 던지고 옷장에서 그녀의 승부복, 파티시에 복장을 꺼내어 입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룸메이트, 스마트 팔코는 혹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한쪽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
“흥냐…으헤, 으헤헤…트레이너 씨…팔코, 빛…나고 있나요….”
“…….”
―기는커녕 이미 꿈나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왜 꿈에서는 자기 트레이너 씨랑 제대로 꽁냥거리는데, 현실로 나오면 연애허접 자코 팔코가 되는 것일까. 에이신 플래시로서는 도통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지금은 룸메이트의 연애 사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에이신 플래시 본인의 연애 사정이 아니겠는가.
“……다녀오겠습니다.”
스마트 팔코가 듣지 못함을 알지만, 그래도 버릇처럼 조용히 인사를 한다. 외박 신청서는 이미 전날 제출했기 때문에, 후지 키세키가 자신의 앞을 막을 이유도 없다.
트레이너 씨가 동향의 동료분들이랑 명절을 쇠는 것처럼, 에이신 플래시는 트레이너 씨와 함께 그 명절을 쇨 것이다. 트레이너 씨가 계시지 않더라도.
어디서 났는지 모를 봉투 몇 개를 손에 바리바리 싸 들고, 에이신 플래시는 그 길로 트레이너 씨의 기숙사로 향했다.
* * * * * * * * * *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이었다.
정확한 시간이 궁금하여 시계를 보니,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트레이너 기숙사는 학생들 기숙사처럼 통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하고 오는 것도 아닌데 새벽에 들어오는 것은 뭔가 어색했다.
물론 어제 새벽까지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 선배네 집에서 술을 마셨기 때문에 못 들어갔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리라. 다행히 에이신 플래시도 그렇고, 다른 트레이너들의 담당 우마무스메가 들이닥치거나 하는 불상사는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마음 놓고 마셨다.
솔직히 말해서 아그네스 타키온이나 그라스 원더가 들이닥치는 것을 경계했는데…선배들의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술의 여파로 머리가 조금 지끈거리는 것만 뺀다면 상쾌하고 아름다운 아침이다. 간만에 명절 느낌 나는 명절을 보낸 것이다. 송편…은 없었지만, 그래도 탁주와 부침개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보쌈과 족발과 함께했던 날이다.
에이신 플래시에게는 조금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이쪽 마음대로 해도 괜찮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문고리에 열쇠를 꽂고 돌렸다.
철컥, 하는 자물쇠 소리가 들렸고,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렸다. 끼이익, 하는 조금 낡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어두컴컴한 방 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
“……?”
어두컴컴한 방 안의 모습…이어야 하는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 안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바로 보이는 식탁 위에는 아주 익숙하고도 익숙한 음식이 놓여 있었다.
뭐지, 중얼거리며 신발을 벗고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갔다. 그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다름 아닌…송편이었다.
누가 빚은 것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잘 빚었다. 누가 봐도 예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편이었다.
“……설마.”
누가 빚어서 뒀는지는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애초에 이 집의 문을 마음대로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을 제외하면 기숙사 사감과 담당 우마무스메뿐이다. 기숙사 사감일 리가 없으니 당연하게도…담당 우마무스메, 에이신 플래시이리라.
아마도 어제 명절, 추석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름대로 송편이라는 것을 찾아서 만들어 둔 것이리라. 정말로 기특한,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담당 우마무스메다.
송편을 쪄야 하므로 분명히 냄비를 사용했을 것인데, 가스레인지 위나 싱크대에 냄비가 올려져 있지 않았다. 설거지까지 확실히 끝내고 갔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담당 우마무스메인가,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에이신 플래시에게 다시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담당 트레이너를 신경 쓰고 배려하는 아이인데, 조금 너무 멋대로였나. 월요일에는 에이신 플래시의 마음대로 맞춰줘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송편을 하나 집어 들었다.
따끈따끈한 송편이다. 역시 이걸 먹어야 진정한 의미로 추석을 쇠는 것 아니겠는가.
“……?”
집어 든 송편을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뭔가 강한 위화감이 들었다.
따끈따끈한 송편이다. 따끈따끈하다. 왜 따뜻한 거지? 어제 만들어 둔 것이라면 따뜻할 수가 없는데.
그러고 보니 불도 켜져 있었다. 처음에는 실수로 켜두고 간 것일까, 라는 생각이었지만…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아직 안 간 것이라면?
그 생각이 뇌리에 박히는 순간, 목덜미에서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아닐 것이다. 착한 우마무스메는 기숙사에 있어야 할 시간이란 말이다.
에이신 플래시가 웃고 있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며 바들바들 떨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오싹한 것은 느낌뿐이었으리라.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송편이나 먹자, 다시 고개를 원위치로 돌리는 순간,
“흐히야아아아아아아악―?!”
담당 우마무스메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깜짝 놀라 송편을 떨어뜨리고 후다다다닥 뒷걸음질을 쳐 현관문에 찰싹 달라붙었다. 에이신 플래시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 그 미소 속에 감춰진 포식자의 눈빛을,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로서 모를 리가 없다. 저 눈빛은, 그러니까…굶주린 맹수의 눈이다. 뭐에 굶주렸는지 모른다면 담당 트레이너 자격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당근 됐다, 그것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에, 에에, 에이신 플래시! 왜,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게 담당 우마무스메를 보고 하는 첫 마디인가요?”
“…….”
진짜 당근 됐는데, 속으로 중얼거렸다. 웃고 있던 에이신 플래시의 입꼬리가 슬며시 내려갔고, 눈매가 날카롭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잔뜩 토라진 것이다. 이러면 잘잘못을 가리는 것 따윈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미 에이신 플래시는 논리라는 것이 통하는 상태가 아니다.
“그, 그야 네가 이 시간에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해서….”
“엊그제 말씀드렸잖아요? ‘외박’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아니, 안 된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있을 줄 상상도 못 했지.”
“추석이라는 명절을 쇠고 싶으신 트레이너 씨를 위해, 추석 음식도 해 두었다구요?”
“……그, 그건 정말로 고맙게 생각해.”
그래, 좋게 생각하면 그저 담당 트레이너를 위해 송편을 빚고 찐 뒤에 여기에서 잠든 것일 수도 있다. 그래, 그런 것이리라. 에이신 플래시는 착하고 청초한 담당 우마무스메이기 때문에 그런 이유일 것―
“…….”
―일 리가 없다. 저 눈빛, 저 눈빛! 담당 트레이너 씨를 개같이 뾰이하겠다는 저 눈빛! 혀를 할짝대며 송편을 들고 다가오는 저 모습! 누가 보아도 잡아먹을 생각 만만이잖아!
“제가 빚은 송편…어떤가요? 감상 정도는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죠?”
“그, 그러니까…정말 예쁘다고 생각해. 잘 빚었네.”
“후후, 그렇죠? 트레이너 씨는 알고 계실 테지만, 송편을 예쁘게 빚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
입을 다물었다. 에이신 플래시가 말하는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라는 일말의 희망조차 박살 내는 것이었다.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그래…그런 속설이 있었지. 하, 하하…많이 알고 있네.”
“선택권을 드릴게요.”
“선택권?”
갑자기 무슨 선택권이지, 라고 머리는 생각했지만, 본능은 지금 당장 현관문을 열고 도망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려는 자그마한 움직임이라도 취하는 순간, 에이신 플래시가 그대로 덮쳐올 것이 너무나 뻔하여서 그러지도 못했다.
“그거야 당연하잖아요. 어느 쪽 속설을 증명해보고 싶으신가요? 처녀? 임산부?”
“궁금하지 않다는 선택지는…?”
“그러면 제가 궁금한 쪽으로 증명해볼게요. 참고로 전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는 쪽이 궁금하거든요.”
그러니까 담당 우마무스메를 조기 은퇴시키고 싶지 않다면, 선택권은 하나뿐이라는 말이다. 눈물을 머금고 각오를 다진 뒤, 에이신 플래시를 마주보…지는 못하고, 살그머니 눈을 피하며 말했다.
“……처녀 쪽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트레이너 씨, 좋은 신랑감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세요♪”
“그, 혹시나 해서 묻는데…뭐로 증명을 해야 할까?”
그 말에 에이신 플래시는 웃었다. 아주 상큼하고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남심을 자극할 정도로 청초한 미소였다. 이런 미소를 마음대로 지을 수 있다니, 남자를 홀리는 요녀가 따로 없지 않은가.
“알고 계시잖아요?”
에이신 플래시의 말에 모른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미소 앞에서 그런 말 따위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입을 꾹 다물고 에이신 플래시의 사형 선고가 내려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에이신 플래시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고, 귓가에 그녀의 숨결과 함께 속삭임이 불어왔다.
“……당신의 애마와, 우마뾰이♡”
“…….”
인간이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가을이었다.
==========
추석에는 패배했지만
추석 다음 날에는 이겼거든요.
급히 오다
새벽까지 잠에서 버텨냈을 플래시의 체력이 대단한걸
송편 예쁘게 빚었으니 트레이너랑 벨라아줄과 오냥코퐁을.......
이건! 추석 그라스 편과 추석 타키온 편을 써준다는 복선!(아닙니다)
.. 했네 했어 ㄷㄷ;;
뾰이욕이 중학생남자애들보다 심하잖아 ㅋㅋ
.. 했네 했어 ㄷㄷ;;
새벽까지 잠에서 버텨냈을 플래시의 체력이 대단한걸
신체능력은 말이니 스태미나 빨로 버틴게 아닐까 추정중
급히 오다
역시 전격전의 독일말딸...!
송편 예쁘게 빚었으니 트레이너랑 벨라아줄과 오냥코퐁을.......
뾰이욕이 중학생남자애들보다 심하잖아 ㅋㅋ
그리고 플래시가 한국인을 담당 트레이너로 둔 말딸들을 초대한 단톡방을 또 파는거지요... 그 단톡방 안에서 '송편' 얘기를 하고... 발렌타인데이마냥 그들만의 송편이 모든 한국 또레나들을 덮친다...!!
Arstraea
이건! 추석 그라스 편과 추석 타키온 편을 써준다는 복선!(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