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유통이 절대악이라는 걸 부정하면 돌 맞을 테니
우선 그건 넘어가자구.
몇 년 동안 농업 현장, 관련 연구기관들을 주기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는 중인데
특히 농업 현장에 가면 한 번씩 슬쩍 물어볼 때가 있었어.
이거 소비자가 사먹으려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말야.
근데 요즘은 잘 안 물어봐.
여러 상황들을 보고 들은 게 있거든.
현재 농산물 유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야.
1. 대형마트
대형마트에서는 아예 산지의 대형 농업법인 혹은 영농조합 등과 연 단위 계약을 맺어.
그쪽에서 원하는 건 안정적인 공급이거든.
그러다 보니 한 번 신뢰를 쌓은 공급처는 쉽게 바뀌질 않아.
(물론 더 낮은 단가로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해준다는 데가 있으면 옮겨가지만)
이 과정에서는 중간 유통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
그러니, 적어도 마트에 관한한 유통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어.
2. 공판장
중간유통이 많이 개입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로가 바로 공판장이야.
쉽게 말해, 수확한 농산물을 바리바리 싣고 가서 경매장에 풀어놓으면
그 물건을 매입할 사람들끼리 가격을 정해 갖고 가는 거지.
그 후에는 각 지역 도매-소매 순으로 유통되면서 각각 마진이 붙는 거고.
그런데, 과연 이 과정에서만 마진이 붙을까?
문제는 공판장도 공짜는 아니라는 거야.
수확-선별-포장-운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인건비가 소요된다는 거지.
요즘 농업 현장의 가장 큰 고민은, 제때 수확할 수 있느냐는 거야.
사람이 없거든. 외국인 근로자도 없어.
수확 후 공판장까지만 내보내주는 회사들이 따로 있긴 하지만
농산물 특성상 수확 시즌은 딱 정해져 있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릴 수밖에 없지.
그럼 당연히 단가가 높아지고.
3. 직거래
밑에도 몇몇 유게이들이 적었지만
직거래를 한다 해서 크게 싸질 이유가 없는 게 현재 농업 시스템이야.
농사 짓던 사람이 선별-포장-발송을 다 해야 하거든.
제대로 판매하고 싶다면 스마트스토어 온라인 창구 개설해서 관리하는 것도 생산자 몫이 되는 셈이지.
정말 몸이 4개 정도 되면 농가에서도 직거래를 환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질 못해.
(뭐 생협과의 계약 생산, 로컬푸드마켓을 통한 판매 등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양이 워낙 미미하니 여기서는 넘어가자구.)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은?
미국이야 사기 같은 땅 + 엄청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곳이 제외하고
유럽은
과일 품질(특히 표면 상처 등 상품성)에 대한 낮은 기준
난민, 이민자를 활용(?)한 낮은 인건비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장
등등을 통해 과채류 가격을 낮출 수 있더라구.
밑엣 글의 덧글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지만
한반도는 과일, 아니 대부분의 농작물을 대량생산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땅이야.
그나마 요즘은 대형 스마트팜이 들어서면서 딸기나 토마토, 파프리카 같은 건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려고 하지만
이 역시 날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라서
해당 연도의 기후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어.
연교차가 큰 땅의 숙명인 셈이야.
암튼, 내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
혹시 잘못된 내용이나 갱신해야 할 정보가 있다면 덧글 부탁할게.
정성글 ㅊㅊㅊㅊㅊ
아프리카는 생각도 못 했네
요약하면 대규모 농경이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