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내 안에서 야한 것은 나쁜 것이었다.
유교 사회 이런 것 때문이 아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사소한 것 때문이었다.
이유를 말하자면 여러 개가 있지만 씹덕답게
3D에서 하나, 2D에서 하나 짚어보겠다.
3D의 경우는 이러하다.
모여서 나이차 조금씩 나는 형, 누나들 몇몇과 영화를 봤던 적이 있었다
그 영화에서 몸매가 좋은 여자 배우들의 수영복 씬이 있었는데,
그 때 내 옆에 앉았던 형이 그야말로 입 벌린 체 헤벌레하면서 보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이 놀리면서 봤었다
물론 놀리는 사람도 그냥 재미로 놀린거고 그 형도 '아 씨 ㅋㅋㅋ' 하면서 넘어갔지만
어린 내 마음에 놀림을 받는다는 건 안 좋은 거였다.
이 때 머릿속에 입력이 됐었다. '아 여자가 수영복 입은 건 보면 안되는구나'.
2D의 사례는 단순하다.
이런 거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보자면,
나루토가 에로 변신술 썼을 때 본 사람이 코피 터지면서 날라가는 거라던가
그 사람이 변태 안경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 그런 거.
변태 = 나쁜 사람
야한 거 보는 것 = 나쁜 것
이런 로직을 따랐던 거지.
그렇게 조금이라도 야한 걸 피하던 나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피임기구가 뭔지 모르고 살았고
남녀의 육체적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고 살았다.
내 이러한 태도가 어느정도였냐면 고1쯤에 (영화 같이 봤던 그) 형, 누나들과 놀고 이야기하다가
무슨 경위였는지 남자와 야동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누나가 남자는 다들 야동 본다는 말에 '에이 그래도 XX는 야동 안 보겠지'
라고 하길래 '나도 봐 ㅋㅋㅋ' 라고 답했더니 표정이
ㄹㅇ 이랬다.
진심으로 충격먹은 것 같더라.
근데 사실 야동 안 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왜냐면 나는 씹덕이었거든.
현실에서 여성의 섹시한 차림을 보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다면 만화 속 세상이라면?
아아... 보라고...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다...
라는 생각이 이루어졌었다.
(여담으로 고딩 때 내 최애 만화가 투러브 트러블이었음. 야부키 센세 존경합니다)
여튼 다시 좀 더 어렸던 나로 돌아가서,
아무리 야한 2D에 대한 거부감이 3D보다 약했다고는 해도
2차원이건 3차원이건 야한 거 = 나쁜 거라는 생각이 나의 심층심리에 깊게 박혀 있었는데
내 인생에서 정말 충격적이었던 만화를 보게 된다.
ㅇ
바로 이거다.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의 키노시타 히데요시 되시겠다.
이것 보다는 좀 시간이 지난 이후에 보게 됐지만, 슈타인즈 게이트의 전설의 대사
이것도 정말 큰 충격을 주었지.
이 때의 나는 그야말로 컬쳐쇼크를 먹었다
'와! 남자가 이렇게 귀여울 수도 있구나!'(주로 2D에서만) 뭐 이런 것도 있었지만
야한 거 = 오직 여성,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만 만들어 지는 것이었으니까. (여자도 성욕이 있을거란 생각 자체를 못함)
그 만큼 여자 수영복부터 섹시한 여자 캐릭터, 심지어 여자 아이돌까지 내심 기피하고 있던,
그러면서도 혈기왕성한 사춘기를 거치는 과정에 있었던 나는
섹시한 여자를 보는 것이 잘못됐다면
여자같은 남자가 섹시한 걸 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네!!!
라며 아르키메데스에 버금가는 유레카를 외치며
이 때 부터 오토코노코 컨텐츠들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혹시 오해할까봐 말한다.
나는 동성애를 존중하지만, 동성애자는 아니다.
어린 시절의 나도 좋아하는 여자는 있었다 (참고로 난 모쏠아다임ㅎ)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도 여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냥 그저 나쁜 것인줄만 알았던 성적인 욕구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발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구나!
하고 깨달은 것일 뿐이다.
크윽 애초에 야한 걸 나쁜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 이 사회가 나쁜거야! (아님)
아...음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