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 그건 뭐냐?"
트레센 학원의 점심 시간.
나이스 네이처의 트레이너가 도시락 뚜껑을 열자 그의 동기이자 맞은 편에 앉아있던 엘 콘도르 파사의 트레이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이거? 나이스 네이처가 만들어준 도시락."
"누가 도시락인거 모른데? 담당이 만들어준 도시락인게 중요하지!"
"어, 도시락?"
"담당이 도시락을 싸줬다고?"
유유상종 이라고 했던가. 놀라울 정도로 담당을 닮아 우렁찬 트레이너의 목소리는 교사 식당에 퍼져나갔고, 순식간에 다른 트레이너들이 그들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우와...계란말이 맛있겠다."
"비엔나 소시지는 또 어떻고요. 일일이 문어 모양으로 칼집내서 볶았어요."
"왜.. 이렇게 된건데..."
네이처의 트레이너는 부담스럽다는듯 인상을 썼지만 다른 이들은 그저 도시락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할 뿐이었다.
"햐, 밥 위에 완두콩 올려서 하트 만든것 좀 봐라. 애정이 넘치다 못해 줄줄 새어나오는데?"
"ㅇ...애정이라뇨 그으..ㄹ..그런거 아닌데요..!"
"어이구, 얘 말 까지 더듬는거 봐라.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모르는척 이야?"
"누구는 아끼느라 교사 식당에서 제일 싼걸로 사먹는데, 누구는 정성과 애정 가득한 도시락이라니!"
하나 하나 따져보자면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평범한 반찬들이었지만 지갑사정 때문에 맛이나 영양이 아닌 가성비를 따져가며 먹는 트레이너들에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네이처는 그냥 남은 반찬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남은 반찬으로 이렇게 까지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하는거냐, 지금?!"
"....."
수많은 동료들의 질투와 부러움 속에서, 잘못이라고는 도시락을 가져온 것 밖에 없던 나이스 네이처의 트레이너는 더 이상 대꾸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점심을 먹을 뿐이었다.
"아아– 부러워 죽겠다. 나도 이런 수제 도시락 받아보면 소원이 없겠네!"
"나도! 나도!"
"정성과 애정이 가득한 도시락! 나도 먹고 싶어!!"
"내 담당도 좀 배웠으면 좋겠네!"
그러나 트레이너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쫑긋거리던 수많은 망아지들의 우마미미를. 그로 인해 그들이 맞이 하게될 미래를.
그리고 그날 저녁.
트레센 학원의 가정 실습실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물밀듯이 들어온 것은 물론이요, 후지 키세키와 히시 아마존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외출 신청서를 받아야만 했다.
----------시계----------
어제와 같이 교사 식당에 모여든 트레이너들. 그러나 어제와 달리 그들의 손에는 모두 도시락이 들려있었다.
"오늘 아침에 스칼렛이 주더라. 딱히 나를 위해 준비한건 아니라면서."
그 중에는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자도 있었고.
"나도 방금 받았다! 엘이 주었지–!!"
자랑스러운듯 미소를 짓는 자도 있었으며
"아, 시끄러! 지금 내가 토쇼에게 받은 도시락에 감격하고 있잖아! 다른 애도 아니고 그 스윕 토쇼가 도시락을 싸줬다고!"
감격하여 울먹이는 자도 있는등 트레이너 식당의 분위기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시끌벅적 하게 달아올랐다.
"뭐, 어쨌든.. 식사 맛있게들 하세요."
"암! 그래야지! 누가 만들어준건데!"
그렇게 트레이너들이 기쁜 마음으로 도시락 뚜껑을 연 순간.
"크아아악–!"
가장 먼저 도시락 뚜껑을 열었던 엘의 트레이너가 비명.. 이라기 보다는 단말마 같은 무언가를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무..무슨 일이...야?"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스페셜 위크의 트레이너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는 보고 말았다.
"이..이건..!"
밥 부터 반찬까지 모든 음식이 새빨갛게 물든 동기의 도시락을.
"그/아/아/앗 내 누우–운!"
본래의 색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간 무언가에서 뿜어져나오는 화끈한 냄새는 마치 그녀의 트레이너가 고국의 훈련소에서 겪었던 화생방 훈련을 방불케했다.
"으아아악! 가스! 가스! 가스!"
"엘! 데스 소스를 얼마나 쓴거야아앗–!!"
"얌마, 눈 비비지 마! 물로 씻어! 물!"
한편.
"이게...뭐야.."
카와가미 프린세스의 트레이너는 모든 음식이 으깨져 뭉개진 도시락을 받았고.
"감자 튀김은 채소가 아니라고...!"
타이키 셔틀의 트레이너는 모든 구성이 고기와 튀김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의 기상을 맛봐야만 했으며.
"식재료에 무슨 짓을 한거야아아–!!"
골드 쉽의 트레이너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물론 다이와 스칼렛, 보드카의 트레이너들 처럼 정상적인 도시락을 받은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정상적인 와중에도 그 개성을 뽐내는 자는 있기 마련.
"너.. 그게 다 들어가냐?"
"...그래도 예전 보다는 양이 적어진거에요"
히시 아케보노의 트레이너는 도시락이 보노 사이즈에서 점보 사이즈로 줄어든 것에 만족하며 꾸역꾸역 4단 도시락을 씹어삼켰다.
"다 먹을 수 있겠어? 남길거면 먹는거 도와줄까?"
"보노짱이 만들어준건데, 그럴 순 없죠."
이러다가 다시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할 정도의 양이었으나, 그녀와의 '운동'은 도시락의 모든 칼로리를 소모시키기에 충분했기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트레이너들의 도시락은 각자의 담당들 만큼이나 개성 넘쳤지만 아무리 못만들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맛이 없다 정도일 뿐 대부분은 그럭저럭 먹을 수는 있는 음식들이었다.
심지어 골드 쉽이 준비한 무언가도 외형이 괴악할 뿐 의외로 맛은 제법 괜찮았으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었으니...
"아오! 너 제정신이야?! 먹지 말라니까!"
"토쇼가..! 우리 토쇼가 만들어준 도시락이라고!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을지도 몰라!"
스윕 토쇼가 만든 도시락은 그것을 음식이라도 정의해도 되는 것이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무언가였던 것이다.
"어떤 도시락 반찬이 코발트 블루 색으로 빛나는데?! 저걸 먹으면 진짜 다음이 없다고! 야! 너희들 먹지만 말고 얘좀 말려봐!"
어떻게든 마법의 혼합물 같은 무언가를 먹으려는 스윕 토쇼의 트레이너와 그런 그를 뜯어 말리는 다른 트레이너들을 애써 무시 한채, 나이스 네이처의 트레이너는 조용히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잘 먹었습니다."
도시락 통은 잘 씻어서 네이처한테 돌려줘야지. 오늘도 맛있었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이 난장판은...
"...뭐, 내 탓은 아니겠지."
오늘도 말딸성ㅊ.. 트레센 학원의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간다.
더럽 고추 하게 재업
노력해봄
슈퍼크릭 트레이너는 이미 잡혀갔군
슈퍼크릭 트레이너는 이미 잡혀갔군
아기에게는 엄마가 우유를 주는 것이 상식이잖아?
더 써오십시오 빨리 어서
노력해봄
모든 도시락은 먹을 수 있다. 어떤 도시락은 단 한번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