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하…하…. 제법인데, 애송이 놈들….”
기나긴 격전 끝에, 리카르도는 단테와 수감자들의 격렬한 저항 앞에 쓰러졌다.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힘겹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째깍째깍째깍! 따르르르르릉!]
쌍갈고리 해적단원의 피와 살더미를 뒤집어쓴 단테가 요란스러운 시계 소리와 함께 쓰러진 리카르도의 몸을 걷어찬다. 전투 도중 수감자들을 몇 번이고 되살려내며 겪은 고통 탓에 상당히 분노가 쌓인 듯했다.
“크흐흐… 열 내지 말라고. 기껏 승리해놓고 그렇게나 분해해서야 쓰나.”
리카르도는 그마저도 즐거운지, 후련한 미소를 내보였다.
[따르르르르릉! 뻐꾹뻐꾹뻐꾹! 땡땡땡!]
하지만 그 즐거워보이는 표정이 단테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하는 몸짓으로 갑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문득 히스클리프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왜?”
자신을, 조금 더 정확히는 자신 손에 들린 방망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단테에게 히스클리프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째깍째깍]
“방망이 좀 빌려달라고? 여기.”
단테가 손을 내밀자 히스클리프는 별 의심 없이 순순히 방망이를 내주었다.
[째깍째깍, 째깍]
방망이를 받아든 단테는 오티스와 홍루에게 지시를 내린다.
“네? 바지를… 말입니까?”
“속옷까지 같이요? 음… 뭐, 알겠어요!”
“뭐야? 어이, 잠깐! 무슨 짓이야!”
뜬금없는 단테의 지시에 의아해하면서도 묵묵히 명령을 따르는 두사람. 별안간 하의가 완전히 벗겨진 리카르도가 질색을 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사지도 온전치 않은 그로서는 저항할 수 없었다.
[째깍째깍.]
“어, 어이, 시계 대가리. 잠깐… 잠깐, 멈춰봐!”
랜스 차징을 하듯 방망이를 옆구리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단테. 히스클리프는 단테 손에 들린 자신의 방망이가 향하는 위치를 깨닫고 황급히 그를 만류했다.
“미쳤어?! 내 방망이를 왜 그딴 곳에 쑤셔넣으려고 하는건데!”
[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
“깨끗하게 씻는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이 새끼야! 기분 더럽다고! 그 시계 대가리 확 박살내버린다?!”
[째깍!!!!!!!!]
히스클리프가 신경질을 내며 도로 방망이를 빼앗는다. 단테가 다시 돌려달라 애원을 해 보아도, 히스클리프의 태도는 단호했다.
[째깍째깍? 째깍?]
방망이를 빼앗긴 단테가 나머지 11명의 수감자를 돌아보며 묻는다.
“...나는, 인간의 상상력이 이리도 역겨워질 수 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료.”
“모든 것을 아는 파우스트마저도 이런 발상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이건 정의로운 행위가 아닌 것 같네만….”
“지.개.열.찢.”
“그런 행위는 비효율적이다.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빠르게 목숨을 끊고 이동하는 것을 제안한다.”
“우와! 그런 역겨운 취향을 가진 종친이 한 명 있었는데, 가문의 오점이라면서 암살당하고 시체는 잘게 썰려 하수구에 버려졌어요. 관리자 님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뭐지…? 이 지역 파도에 미쳐버리게 하는 효과가 있었나?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대호수는 모르는 것 투성이네요.”
“저기, 단테….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그건 너무 지독한데? 농담이 아니라면, 나 단테가 조금 싫어질지도….”
“제, 제 할버드도 안돼요…. 참고로 료슈씨는 ‘지랄하지 마라 개…새끼야…. 열조각으로 찢어버린다’... 라고 말씀하신 것 같아요.”
“...관리자 님께서 부탁하신다면 제 검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세상이 두쪽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제 검이 그런 용도를 위해 필요하시다고 말씀한다면.”
“관리자 양반. 요즘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나가버리기라도 했어? 파우스트씨한테 그 시계 머리 정비 한번 받아보지 그래?”
[째깍….]
물론 11명 모두 단테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단테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갑판을 살피다가, 쌍갈고리 해적단원 시체의 손에 들린 갈고리 하나를 발견했다.
[째깍째깍! 째깍!]
“이, 이 미친 놈아! 내가 누군지 모르나? 난 ‘중지’의 작은형님이야! 내게 손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기나 하냐고!”
리카르도는 단테가 하는 말을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는 수감자들의 표정을 보고 간접적으로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추측하고 말았다] 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맞을까. 그는 단테가 갈고리를 주워들어 양손으로 단단히 쥐고 한발자국씩 다가오는 것을 보며 필사적으로 몸을 꿈틀댔지만, 기껏해야 그 자리에서 10cm 정도를 나아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째깍째깍째깍. 째깍.]
“어이, 너! 아니, 누가 됐든지간에! 날 죽여줘! 지금 당장 죽여달라고! 으악! 오지 마! 시계대가리 놈아! 내게… 내게 다가오지 말란 말이다아아아!!!!”
수감자들이 도저히 쳐다보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개중에는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구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단테는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카르도의 처절한 비명이 망망대해에 울려퍼졌다.
리카르도에게, 그리고 수감자들에게 참으로 안 된 일이었지만, 갑판에 떨어져 있는 갈고리는 무수히 많았다. 때문에 피를 토해내는 듯한 리카르도의 비명이 잦아들 때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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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와 12명의 수감자는 다시 보트를 타고 메피스토펠레스로 복귀했다.
“왔군. 왜 이렇게 늦었지?”
갑판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던 베르길리우스가 신경질적으로 책을 덮으며 묻는다.
“....”
“....”
“....”
하지만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옥의 밑바닥이라도 보고 온 듯 하나같이 텅 빈 눈빛을 한 채 터덜터덜 걸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어쩐지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단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심상찮은 분위기를 눈치챈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붙잡고 묻는다.
[째깍째깍]
“...단테가 말하길,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합니다.”
단테가 어깨를 으쓱하며 건넨 대답을, 피곤에 절어 있는 파우스트가 해석해 전달했고, 두 사람 역시 베르길리우스를 지나쳐 방으로 돌아갔다.
“...?”
베르길리우스는 턱을 긁적이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단서라고는, 오늘따라 단테에게서 한층 더 역겨운 냄새가 풍긴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베르길리우스는 진상을 곧바로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차라리 축복이라는 사실을 꽤나 오랜 시간 후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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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괴문서를 리카르도에게 바칩니다.
이 사람 진짜로 괴문서 써왔네 리카르도가 그 한번을 안 봐줘서 이 사달이 났단 말이냐 ㅋㅋㅋㅋㅋㅋㅋ
인격팟이 어떻길레 아직도...?
아직 못 잡은건가ㅋㅋㅋㅋㅋ
뒤틀리고 계시네
그런가...아직도 못잡은건가
인격빌려주고싶네ㅋㅋㅋㅋ
이 사람 진짜로 괴문서 써왔네 리카르도가 그 한번을 안 봐줘서 이 사달이 났단 말이냐 ㅋㅋㅋㅋㅋㅋㅋ
아직 못 잡은건가ㅋㅋㅋㅋㅋ
뒤틀리고 계시네
그런가...아직도 못잡은건가
인격팟이 어떻길레 아직도...?
인격빌려주고싶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