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의 크리스마스 때의 일.
당시 소속한 써클의 공연이 겨우 끝나고 나를 포함한 써클 멤버들은 공연 회장 근처의 술집에 모였다.
시작한 시간이 늦었기에 뒷풀이가 끝난 건 오전 1시를 넘은 때였다.
술집 밖에선 우리들처럼 술에 취한 집단이 떠들석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도로의 정중앙에서 레슬링 놀이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밤도 깊고 시내에서 벗어난 곳이라 그런지 차는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다.
전신에 빨간 옷을 입은 남자가 다른 한 남자를 몇 번이고 잡아당기고 달라붙어서 장난치는 느낌이었다.
곧 차 한 대가 왔는데 차는 도로 정중앙에서 장난치고 있는 남자들을 향해 시끄러운 경적 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차가 점점 가까워져가는데 두 사람은 계속 장난치기만 하고 피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동료라고 생각되는, 옆길에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큰소리로 외치며 위험을 알려주었지만 빨간 옷을 입은 남자와 또 다른 한 명은 그저 엉겨붙고만 있었다.
차쪽도 "피하겠지"라는 선입관이 있었던 건지, 당연하다는 듯이 전진해나갔다.
더는 시간이 없었다.
바로 그때, 옆길에서 큰소리로 주의하고 있던 남자가 뛰어들어서 두 사람에게 몸을 부딪쳤다.
그들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굴렀고 간신히 차를 피했다. 차는 그대로 달리며 사라졌다.
안좋은 걸 볼 뻔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들을 보자, 장난치고 있던 남자가 설교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빨간 옷을 입은 쪽이 보이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들리지 않았냐!"
"아니, 들리고는 있었는데 발이 걸려서 움직일 수 없었어."
빨간 옷을 입은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빨간 뿅뿅을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