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진짜 미치겠네...’
싸구려 모포를 덮고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옆에 누워있는 머저리 들은 전부 뭐가 그리 맘이 편한지 벌써 잠들어서는 코까지 골아대고 있었다.
답답함에 짜증이 났지만 진정해 보기로 했다.
‘아냐... 맘 편하게 먹자. 어차피 뭔 짓을 해도 집에 못가니까 그냥 다 내려 놓는거야.
그래... 군대에 온거야. 내가 뭐 죄지은 것도 아니고 남들 다 가는 군대에 온거니까.
딱 2년만 버티면 집에 갈수 있어. 금방 지나갈거야.’
마음을 추스르고자 속으로 되뇌었지만 2년이란 시간이 짧을리는 없었다.
그저 당장 이 거지같은 곳을 빠져나가 집으로 가고 싶을 뿐이었다.
이젠 포기하고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아직도 눈을 뜨면 집이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현실은 퀴퀴하고 냄새나는 곳에서 새까만 놈들이랑 살을 부대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한때는 잘나간단 소리 좀 듣던 나였는데 어쩌다가 이런곳에서 구르고 있는지 한숨만 나왔다.
싸구려 모포를 덮고 곰팡내 나는 곳에서 웅크리고 자는것도 서러운데 같이있는 놈들 중엔 정상이라곤 없다.
성질 고약하고 제멋대로인 놈들...
‘하.. 이런 강아지들. 밖에서 만났으면 아작을 내줄텐데...’
속으로 욕지거릴 하며 아직도 욱신거리는 왼쪽 뺨을 쓰다듬었다.
‘박상철이 넌 진짜, 밖에서 만나면 턱주가릴 박살내 버린다.’
놈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열이 뻗쳐왔다.
덩치도 작은 찐따 새끼가 뭘 믿고 까부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사회에선 별것도 없는 것들이 꼭 이럴 때만 미친개가 된다.
먼저 들어온게 벼슬이라도 되는 양 으스대는 꼴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었다.
‘미친척하고 한번 들이받아 볼까?’
계급장 떼고 붙기만 한다면 말그대로 혼구녕을 내줄 수 있었다.
‘먼저 그 놈 멱살을 잡아서 그대로 바닥에 매다 꽂아 버려야지.
그 쪼끄만 새끼 따위 번쩍 들어서 패대기 칠 수 있어.
그리고 그 새끼 위에 올라타서 아구창을 사정없이 갈겨버리는거야.
싹싹 빌어도 계속 갈겨대서 곤죽을 만들어 버려야지. 그 등신 새끼.’
상상만으로도 통쾌한 일이었다.
하지만 곧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선 거지같아도 참는 수밖에 없다.
‘2년. 딱 2년만 참자. 그러면 이 거지같은 곳이랑은 끝이야.
하... 생각만 해도 좋다. 여기 나가면 제일 먼저 뭐하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자 마자 바로 술집으로 달려갈까?
반반한 여자들을 양옆에 끼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상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밖에서 먹으면 싸구려 안주도 꿀맛일게 틀림없다.
그렇게 밤새 진탕 먹고 다음날은 하루 종일 자빠져 있는 것이다.
실컷 자고 일어나면 그다음엔 느긋하게 티비를 봐도 좋고 밤새 컴퓨터를 해도 좋다.
더 이상 억지로 자라고 닦달하는 사람도 일어나라고 떽떽거리는 사람도 없으니
짜증날 정도로 답답한 일과표에 맞춰 이리저리 휘둘릴 필요가 없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건 완전히 자유인 것이다.
‘자유!’
이리도 달콤한 말인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래. 완벽한 자유는 분명 찾아온다.
그때까지만 참으면 된다.
거지같은 이곳에 갇혀 있어도,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이 괴롭혀도,
짐승이나 먹을 법한 밥을 먹더라도,
2년만 참으면 다 지나간다.
난 한층 평온해진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이새끼 빨리 안일어나?”
내가 눈을 뜨기도 전에 옆구리로 발길질이 날아왔다.
“컥”
고통에 숨을 들이쉬고는 눈을 떠보니 역시나 박상철 그 새끼였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지? 야. 네가 지금 존나 편하지? 혼자 아주 행복한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너 여기 놀러왔어? 여기가 놀이터야?”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들어 모가지를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녀석은 다시 한번 내게 발길질을 해댈 기세였지만 다행히 주변 놈들이 나서서 말렸다.
“아 놔봐 좀! 알았으니까!
너, 요새 인권이니 어쩌니 떠들어 대면서 이상한 분위기 만든 통에 산줄 알아.
옛날 같았음 너 같은 폐급 새끼는 그냥 반ㅂㅅ 만들었어.”
난 분노에 몸이 떨림을 느끼며 녀석을 노려보았다.
만약 지금 내 손에 총이 들려 있었다면 당장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어쭈? 이새기 눈깔봐라. 왜? 한 대 치게? 강아지가 뒤질라고. 눈 안깔아!
꼬우면 일어나서 댐비든가. 왜? 겁나냐?”
놈의 기세에 난 몸을 움츠리고 슬쩍 눈을 내리깔았다.
‘이 새끼.... 밖에서 만나기만 하면...’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자 놈이 비아냥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저, ㅂㅅ. 찌질한 겁쟁이 새끼....
나도 쓰레기지만 너는 진짜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야.
넌 부모도 없냐?”
모욕적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그 역시 참아내었다.
그리곤 녀석의 말을 무시한 채 침구류를 정리했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으면 결국 지나갈거야.’
“야이 새끼야. 너 어디 봐? 이리 안와? 지금 나 무시하냐?”
녀석은 내가 무시하자 더욱더 화가 났는지 언성을 높였다.
“너..... 내가 이딴데 있다고 너같은 새끼랑 똑같은 줄 알아?”
그걸 시작으로 녀석은 미친 듯이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딜 화풀이 할데가 없어서 지팡이 짚은 노인네를 건드려!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뭐? 그냥 갑자기 화가나서?
야이 새끼야 화난다고 죄 없는 노인을 그리 곤죽이 되도록 패놔?
넌 부모님도 없냐? 가족도 없어 이새끼야?
ㅂㅅ 새끼. 지보다 쎈놈한텐 찍소리도 못하는 주제에.
너 똑똑히 알아둬. 내가 여기 왜 들어왔는지 들었지?
술먹고 행패 부리다 우리 아버지 손찌검한 새끼 ㅂㅅ 만들어서 들어왔어.
네놈 얼굴 볼때마다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나서 열이 뻗치거든?
강아지면 처신이나 똑바로 하든가.
반성하는 기색도 없이 지멋대로 까불어?
너 내가 단단히 벼르고 있으니까 어디 한번만 제대로 걸려봐.
너같이 썩어빠진 새끼는 제대로 혼좀 나봐야 돼.
딴 놈들은 몰라도 난 너같은 쓰레기 새끼 인간취급도 안해. 알아?”
놈은 여전히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박상철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소란을 들었는지 철문에 난 창을 통해 교도관의 얼굴이 나타났다.
놈은 아직도 열이 뻗치는지 씩씩거리며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웬 인간 같지도 않은 놈 하나 때문에 제가 열이 좀 뻗쳐서...”
교도관은 날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시죠? 문제 일으키시면 안됩니다. 불미스런일 없도록 주의하세요.”
교도관은 간단히 주의를 주고는 사라졌다.
“ㅂㅅ새끼...”
녀석은 한참동안이나 날 보며 이를 갈더니 돌아섰다.
‘하... 저 강아지.... 내가 지네 애비를 팼나...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참자! 앞으로 딱 2년만 더 복역하면 나갈 수 있어.
남은 2년 잘 복역하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면 이 ㅂㅅ같은 감옥이랑도 끝이야.’
쉽게 화가 가라안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세뇌하듯 작게 읊조렸다.
“군대! 그래... 여긴 군대야.
그냥 군대에 왔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2년만 참으면 나가는 군대. 나갈 때 까지만 참자....
그래. 버틸 수 있어.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니고. 그냥... 군대잖아!”
By. neptunuse
[자작] 그냥 군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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