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본 시인을 분노케 한 식민지 현실
시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지는 못할 지라도, 부당한 시대에 맞선 시인들이 내뿜은 결기는 여전히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 그렇기는 하나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라며 식민지의 힘든 현실을 노래한 시가 건물 외벽에 내걸려 있고, 그 지하 서점에는 일본 기업의 돈에 '벌거벗은' 학자들이 쓴 《반일 종족주의》란 책이 버젓이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가슴 답답할 뿐이다. 이 딱한 풍경은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 데서 오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웅변해 주고 있다. 우에무라 타이가 조선을 떠나며 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 지금 이 반도의 남단에 서서
부딪쳐 솟구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지그시 참아내고 있다.
끓어오르는 나의 격정을
등 뒤로 느껴지는 천만의 피로 물든 눈동자의 외침을
친구여! 눈으로 본 것을 어찌 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