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11.9%, 크테시폰 +11.7%, 수시아나 +21.8%'
지난 27일 오후 10시 페르시아 내 주요 도시의 ‘통행량’을 일주일 전 시점과 비교한 수치다. 28일엔 전국 주요 95곳 중 64곳의 통행량이 전주보다 늘었다는 데이터도 발표됐다. 요즘 페르시아에선 이렇게 통행량 증감 정보가 매일같이 공개되는데, 연말이 되면서 수도권이고 지방이고 ‘인파 감소’보다 ‘증가’ 소식이 더 많이 들린다.
거리에 나가면 피부로 느낀다. 유프라테스 강 등 페르시아 곳곳의 야외는 물 반 사람 반이다. '로마류' 덕에 인기가 올라간 로마타운에선 예약 문의가 너무 많아 현장 손님만 받겠다는 식당이 늘고 있다.
아케메네스 공원 앞에 갔다가 사람으로 바글바글한 식당가를 보면서 이곳이 하루 3000명씩 감염자가 나오는 나라가 맞나 싶었다. 호스로 황제가 이날 저녁 ‘조용한 연말연시’를 호소했지만 이후에도 인파는 거의 줄지 않았다.
치료약의 출현이 이런 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터널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페르시아 정부도 이제 치료약에 모든 걸 걸기로 한 듯하다. 황제는 “치료약이 흑사병 대책의 결정적 수단”이라며 치료약을 통해 흑사병을 극복하고, 경제도 이전으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바다 건너 로마의 연말 소식은 여러모로 ‘정반대’다. 우리 시민은 강압적 조치를 지금껏 준수해왔고 연말에도 각종 자제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재앙이 곧 물러간다’는 희망보단 ‘늑장 치료약’의 허탈감을 안고 새해를 맞는다. 누군가에겐 흑사병 치료약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판이다. 내년 이맘때엔 보통의 연말연시를 누릴 수 있을까. 문득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