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은 네 가닥의 밧줄로 화물을 X자로 묶어서 갑판 바닥에 고정하는 작업이다. 고박은 선원들의 상무(常務)다. ‘고박’은 영어로는 래싱(lashing)이고 래싱에 사용되는 밧줄을 래싱벨트(lashing belt)라고 한다. 래싱벨트는 내 엄마의 포대기 끈과 같은 것이다. 레싱은 별것 아니다. 중뿔난 기술이 아니고 큰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이것은 초보적인 안전상식이지만, 이 별것 아닌 것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엄중한 의미를 가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급변침으로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하자, 고박 불량 상태로 과적되어 있던 화물(컨테이너, 중장비, 트럭, 승용차 등)이 갑판에서 분리되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바다로 떨어졌다. 배는 더욱 기울고, 물이 들어왔고, 뒤집혀서 가라앉는다. 세월호가 복원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더욱 기울어진 주된 원인은 고박 불량이었다.]
[래싱벨트 네 가닥을 모두 사용해서 X 래싱을 하면 갑판 바닥의 면적을 많이 차지하게 되어 적재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선원과 해운사 간부들이 수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이로써 이 참사의 심층구조 핵심부가 밝혀졌다. 그것은 이윤이다. 과적, 불법 증개축, 고박 불량, 정원 초과 등 세월호 침몰의 모든 원인은 이윤이다. 진술 끝에 선원과 해운사 간부는 죄송하다… 관행이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라고 말했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나 증기선 시대에 위험에 처한 배에서 승객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배와 함께 최후를 맞는 영웅적 선장들을 끌어대면서, 혼자서 먼저 도망친 이준석의 비열한 행동을 성토하고, 구조 임무를 맡고 현장까지 와서 기우는 선체 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배 언저리에서 우물쭈물했던 구조세력의 무능을 규탄하고, 세월호를 불법 증축하고 상습 과적해서 이윤을 추구했던 청해진해운 회장 유X병언의 반사회적인 탐욕을 극언으로 비난하는 언설 행위는 필요한 일이기는 했으나, 그렇게 비분강개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으로 이 사회 토대의 질병을 정당화할 수는 없었다. 이준석, 김경일(해경 123호 정장), 유X병언에게 독박을 씌워서 뭉개질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충격으로 넋이 빠져 있던 한동안이 지나자 참사 자체를 일상에서 떼어내서 원격지로 몰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슬픔이라는 정서는 전망 없고 폐쇄적인 심리 현상이고 한(恨)에 침잠해 있으면 개인의 삶은 퇴행하고 국가 경제가 오그라져 먹고살기 어려워진다고 말 힘 좋은 논객들이 말했다.
‘일상으로 돌아가자!’가 그 깃발이었고 ‘극복’이 표제어였는데, ‘극복’을 외치는 이 깃발은 사태의 심층구조를 우회했고, 일상 속에서 밥 먹듯이 거듭되는 죽음과 통곡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 참사는 대형 ‘교통사고’이며 그 희생자들은 재수 없이 그 사고에 얽혀든 불운한 소수의 사람들(the unlucky few)이므로 적절한 보상과 조문과 위령의 의전을 베풀어 줌으로써, 이 우연한 사태가 산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고, 소비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악영향을 막아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세월호 ‘극복’ 움직임의 핵심적 논리였다. 이 ‘극복’ 움직임의 상당한 부분이 정치권력에 의해 작동되고 있었다는 것은, 증명할 수는 없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선장 이준석이 기울어진 배에서 도망쳤듯이, 그리고 해경 구조세력이 승객 400여명이 남아 있는 배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듯이, 참사 이후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다시 세월호로부터 탈출했고, 기우는 선체 내부로 들어가서 사태의 핵심부와 직면하지 않았고, 희생자들을 소수자로 몰아서 고립시켰고 타자화했다. 이것은 제2의 세월호 탈출이었다. ‘제2 탈출’의 깃발과 언설은 강력하고 화려했다.
그렇게 해서 한국 사회는 이 거대한 비극의 의미를 내면화하지 않았고, 그 비극의 심층구조를 맞대면하지 않았고 미래를 향한 반성과 실천의 발판을 확보할 수 없었다. 세월호 이후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일상적인 노동과 생산과 생활의 현장 속에서 수많은 이준석, 김경일, 유X병언과 만나게 된다.]
글 잘 썼다
컨트롤 체계가 맛이가서 방향타가 멋대로 우회전 한건가...
정부의 무능으로 살릴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죽은건데 그걸 비아냥대는 쓰레기들
정부의 무능으로 살릴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죽은건데 그걸 비아냥대는 쓰레기들
컨트롤 체계가 맛이가서 방향타가 멋대로 우회전 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