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왼쪽 페이지는 스스로의 heart map을 만든 것입니다. 다행이도 재미있게 색연필까지 써 가면서 만들어보네요.
오른쪽 페이지는 자기소개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이 단어들은 제가 필요하다고 예측해서 쓴 단어들이지만 실제로 그 예측이 안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수업을 해 가면서 아이들이 많이 쓰는 단어를 통계를 내서 빈도가 높은 단어들로 바꾸려고 합니다. 사실 수업을 통해서 계속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저의 최대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이 페이지를 보자마자 아이가 매우 싫어합니다. 모르는 단어를 찾기가 귀찮고, 또 외워서 단어시험을 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나 봅니다. 그냥 아는 단어만 한번 적어보라 하고 또 알 것 같은, 하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 단어는 제가 옆에서 도와줘서 대충 몇 개의 칸을 채워갑니다. 다 알면 좋겠지만 그건 저의 욕심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짐이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왼쪽 페이지는 사람의 성격과 관련된 단어인데 어려워합니다. 당연히 어렵지요. 그래서 딱 다섯 개만 적으라고 합니다. 스스로의 성격을 설명할 때 꼭 필요한 표현 다섯 개,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샤프로 쓰고 싶지 않다고 색연필을 꺼냅니다. 뭐라 쓴 건지 잘 안보이고 돌아버릴 것 같지만 참습니다. talkative라는 단어는 모릅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꼭 알아야 되는 단어라고 알려줍니다. 이 친구는 매우 talkative한 학생이기 때문이죠.
오른쪽 페이지 위에는 Who is he? 게임입니다. 제가 저에 대한 진술 세 가지를 불러주고 그 진술 중 틀린 하나를 찾는 게임이죠. My hobbies are playing football and baseball. My favorite food is rice mixed with vegetables. My dream is to build a school in a poor country. 이렇게 세 문장을 불러줬습니다. 이런 문장들을 듣고, 적어봄으로써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표현도 생각할 수 있죠. 이 아이는 후에 My hobby is doing jump rope. 라고 적을 것입니다.
그 아래는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사실을 불러준 후 누구인지 맞히는 것입니다. She was born in 1990. She is from Bucheon. She once went out with Won Jung Kim. She won a gold medal in winter olympics. 이렇게 네 문장을 불러줬는데 영어로 적기 싫어합니다;;;; 제가 한국어라도 적어주면 좋겠다고 해서 몇 가지 정보를 한국어로 적었습니다. He was born in 1990.을 경험한 학생은 본인이 태어난 해를 이용해서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문장을 만들 수 있지요. 문제의 정답은 김연아였고요. 그 밑에는 드디어 영어로 적었습니다. He went to Dong Gook University. He looks like 이OO. 여기서 이OO은 제 이름인데 뒤에 정답을 알고 아이가 기겁을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He has one younger sister. He is a singer. 이승기를 맞히는지 못 맞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He has one younger sister. 이라는 문장을 통해서 아이는 나중에 I have one older sister. 이라고 스스로에 대한 표현을 할 수 있으면 성공입니다.
왼쪽 페이지는 아이가 스스로에 대한 진술을 적고 제가 그 진술이 맞는지 틀린지를 맞히려고 해봅니다. My hobby is playing jump rope. My favorite color is red. My dream is doctor. 아이는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표현을 한번 적어봅니다. 문법 오류는 저의 계획에 의해 아직은 수정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 밑에는 아이의 친구에 대한 진술을 적으라고 했는데 느닷없이 BTS가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BTS를 데려옵니다. 그런데 적기가 너무 귀찮다고 하네요. 좋아요. 제가 직접 적어줍니다. 아이가 부르는 대로 적어봅니다. He is from Goyang. His tall is 178 and weight is 63kg and he is handsome. 등과 같이 적어봅니다. 아직 문법의 정확성은 좀 미뤄둡니다. 누군지 맞히라는데 저는 아이돌에 관심 1도 없어서 좀 힘들었습니다....
오른쪽 페이지는 유튜브에 있는 자기소개 영상을 가져와서 듣기를 하는 것입니다. 한번 들려주니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이걸 자기가 어떻게 적냐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분명 대부분의 표현은 아이가 알고 있는 표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 너무 빨라서 마치 들리는 표현들이 모르는 표현인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아이를 다독여봅니다. 분명히 가만히, 열심히 들으면 다 아는 내용일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들어보라고. 그리고는 앞에 세 문장 정도를 한 문장씩 끊어서 들려줍니다. 아는 내용이라고 씩씩하게 적어나갑니다. 자신감이 좀 생긴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일곱 명의 사람들의 간략한 자기소개를 들은 내용을 적어나가는 것이지요. 이 듣기 활동은 사실 칭찬을 위한 단계입니다. 만약 일반적인 듣기 문제를 풀게 된다면 문제를 맞히면 잘한 것, 틀리면 잘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듣기의 경우는 한 문장을 듣든, 두 문장을 듣든 아이가 듣고 적은 문장에 대해 잘 들었다고 칭찬하면 됩니다. 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합니다. 이렇게 듣기를 통해서 자기소개를 위한 여러 표현들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듣기에 나왔던 “I am into designing.” 과 같은 표현을 통해 아이가 I am into food. 라고 만들 수 있으면 좋습니다.
오른쪽 페이지는 다른 사람이 쓴 자기소개의 글을 읽고 스스로 그 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하는 단계입니다. 읽고 해석해보라고 하면 지루하기 때문에 저는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서 스스로 읽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자기소개 글을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쓰면 되겠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지도합니다. 취미, 가족, 친구, 좋아하는 것들, 꿈에 대하여 어떻게 묘사할지 다양한 표현들을 익히도록 합니다. 문법적으로는 I am fourteen years old. 라고 적힌 것을 3인칭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목표로 합니다. He is fourteen years old. 라고 바꿔 적을 수 있으면 됩니다.
이제 자기소개에 직접적으로 써 먹을 수 있는 59개의 엄선된 질문들이 나옵니다. 아이는 적기 싫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우선 완전한 문장이 아닌 단답형으로 적어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당연히 되지요. 단답형으로 답을 적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나중에 문장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이 아이에게는 ‘안 된다’는 말을 가급적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영어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에 수업 중 제 말 한마디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만 해도 벌써 자기소개에 들어갈 문장들을 많이 작문하게 되었습니다.
문법요소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위 질문에 현재완료가 나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초등학생 혹은 중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현재완료가 뭐야?” 라고 한번 물어보세요. 아마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제대로 된 답을 못하고 모른다거나 아니면 “그거 들어봤는데? 뭐더라?” 정도로만 이야기 할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 위 질문 중 현재완료가 나와 있는 문장을 가지고 현재완료를 학습하게 합니다. 단순한 학습이죠. 이 내용이 스스로의 글쓰기에서 나오면 대 성공입니다. 그리고 후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완료를 실제 글쓰기에서 아이가 떠올려서 썼고 저는 그 순간 가장 짜릿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른쪽 페이지는 자기소개에 대한 또 다른 샘플 글입니다. 글 내용은 당연히 제가 직접 적었지요. 이렇게 직접 책자를 구성하고 내용을 쓰면 좋은 점은 제가 원하는 표현을 아이들에게 체험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 준비과정은 너무나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들기도 하지만요. 소개의 글을 쓰기 전에 마인드맵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글을 보고 어떤 마인드맵이 선행되었을지 마인드맵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물론 아이는 그리면서 글을 읽어야 되는 독해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겠지요. 한 문장씩 읽고 해석하고 문법을 보는 기존의 방법 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글을 읽어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왼쪽 페이지는 나의 야망에 대한 페이지입니다. 특별히 아이의 꿈과 야망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페이지를 따로 빼 두었는데 아이는 자신의 야망에 대한 글을 쓰기 싫어합니다. 한번 써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환자니깐 일단 참아봅니다. 그리고 쿨하게. “쓰기 싫어?? 괜찮아, 넘어가자.” 부담을 주지 않고 넘어갑니다.
오른쪽 페이지는 지금껏 배운 자기소개에 유용한 표현들을 싹 정리하는 공간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 이것으로 꼼수를 부립니다. 괜찮습니다. 영어를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기만 한다면, 지금 이 영어에 대한 거부감만 사라진다면 성공인 것입니다.
이제 본격 스스로를 소개하기 위한 마인드맵을 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표현들을 배웠고, 다양한 내용을 배웠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 후 마인드맵을 그려갑니다. 아이에게 내용을 구성하도록 했을 때 장점은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가지는 부분을 적을 수 있고 그러면서 영어수업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는 BTS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BTS에 관한 내용을 많이 적습니다. 게임도 좋아합니다. 저는 이름도 못 들어본 게임을 길게 나열합니다. 괜찮습니다. 병만 치료할 수 있다면.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