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결혼 못하는 남자가 무려 13년이나 지난 작품이었다는 것에 새삼 놀랐습니다만
어찌됐든 여전히 결혼 못한 것으로 나오는 쿠와노 신스케...
전작에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던 하야사카 나츠미와는 이미 헤어진 전여친 정도로 짧게 언급되는 걸로 끝.
이번작에선 완전히 새롭게 엮여지는 여성들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역시나 형만한 아우 없다고, 아쉽긴 하네요.
드라마 자체는 웃기고 재밌었습니다만, 사실상 후속작이라기 보다는 리메이크에 가까울 정도로 전체적인 구성이나 플롯이 전작의 동어반복인지라
보면서 재밌다고 느껴지는 건 그냥 전작에서의 재미요소들을 똑같이 반복하기 때문 밖에 되지 않더군요.
사실상 약간의 설정만 바뀌어서 비슷한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는 형태인지라...
다만 전작을 봤던 사람들은 눈치를 채고 소소하게 웃을만한, '아 그래도 쿠와노 신스케가 그간 성격이 확실히 누그러졌네.' 싶은 장면들은 좋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화내거나 빈정 거릴 상황인데도 전작을 통해 한단계 성장한 쿠와노 신스케가 의외로 순순히 응하는 등의 장면들이 꽤 나오는데, 이게 전작의 팬 입장에선 상당히 재미있으니까요.
반면 그런 웃음요소들이 아닌 멜로적인 면에 있어서 새로운 여주인공인 요시야마 마도카와는, 전작에서의 하야사카 나츠미와 같이 뭔가 제대로 엮여서 화학적 효과를 자아내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도 마지막엔 갑자기 급전개로 둘을 연애관계처럼 만드려는 게 많이 어색하기도 하구요.(전작은 전체 12화였는데 이번엔 10화라서, 분량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겠다싶네요.)
전작이 좋은 작품이었던 건, 단순히 아베 히로시가 분한 괴짜 쿠와노 신스케의 우스꽝스러운 코믹 연기뿐만 아니라, 나츠카와 유이가 분한 하야사카 나츠미와의 미묘한 화학적 효과가 절묘했다고 보는데
이번 작에선 그런 맛이 잘 안살아난 게 아쉬움이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더군요.
전작이 속마음과 다르게 자꾸 미운 일곱살처럼 듣기 싫은 소리와 행동만 골라하는 쿠와노 신스케와, 거기에 늘 곧장 반응하고 싸우면서도 마치 누나나 엄마처럼 그런 쿠와노를 다그치고 혼내주며 실은 그의 속마음은 따뜻하다는 걸 알아주는 하야사카 나츠미와의 그 미묘한 분위기가 아주 적절했는데
이번 작에서의 상대인 요시야마 마도카라는 캐릭터는 그저 쿠와노 신스케와 싸우기만 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면서, 되려 그가 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다른 주변인물들이 설득하는 듯한 모양새더군요.
그러다보니 마지막엔 '갑자기 둘이 왜? 둘은 그저 싸우기만 했잖아?' 라고 되어버리는, 둘이서 자아내는 화학적 효과가 없었고 따라서 결말이 납득이 가지 않게 되어버리는 대본이 가장 큰 문제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전작에선 하야사카 나츠미에게 전부 맡겼던 롤을 이번엔 이혼한 카페 점장인 오카노 유키에라는 캐릭터가 나눠맡게 되면서 그런 부자연스러운 결말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쨋든 사실상 전작의 동어반복에, 달라진 부분들은 전작보다 나아진 게 없는 그런 후속작이 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사실 전작이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낸 작품이었던 지라, 무리하게 후속을 낸다고 하면 캐릭터만 살리고 완전히 후속의 이야기로서 하야사카 나츠미와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 쿠와노 신스케의 결혼생활 이야기라던가 하는 식으로 갔어야 했다고 봅니다.
(사실 그냥 아예 안나오는 게 가장 좋을지도요.)
이번 작은 겉으론 후속작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약간의 설정만 바꾼 리메이크 작에 가깝고, 그나마 전작과 차별화를 두려했던 몇몇 요소들이 다 실패로 돌아갔다는 느낌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전작이 가진 힘, 그러니까 각 에피소드들의 기발함과 재미, 그리고 아베 히로시의 쿠와노 신스케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독보적인 파괴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아주 재밌는 작품임엔 틀림없긴 합니다.
다만 끝까지 보고 나면 전작이 그리워져서 다시 전작을 꺼내보게 만드는 그런 후속작이었네요.
만약 전작과 이번작 둘 다 아직 못본 분이 계시다면 꼭 전작부터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전작인 2006년판 결혼 못하는 남자는 진짜 배우들의 연기부터 각본까지 거의 완벽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지라...
특히 마지막 화에서의 아베 히로시와 나츠카와 유이의 연기는 정말 몇 번을 봐도 다시금 설레게 만드는 그런 명연기였더랬죠...
전작을 굉장히 재밋게 보았고 아직 후속작을 못봤는데 주인공들간의 캐미가 조금 부족하다는 감상평이 걱정되네요... 작성글중 전작이 그리워져서 다시 전작을 꺼내보게 만드는 그런 후속작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와닿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