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이사란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김'이라고 나와 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원래 살던 부모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니
귀향이라고 해야 할까
후퇴라고 해야 할까.
패배 혹은 피난? 여하튼.
6년하고도 1개월을 더 살았던 무덤 같은 곳에서
이유야 어떻든 드디어 탈출하게 되었다.
청약 당첨된 아파트에 입주한다든가
전셋집이라도 마련해서 간다든가 이 정도도 안 바랐고
그저 여기보다는 나은 곳으로
햇볕이라도 들어오는 곳으로 옮길 수 있길 바랐건만
그 작은 거 하나 못 이루고 마지못해 떠난다.
이 집을 떠나는 날
제발 기쁜 마음으로 가볍게 나설 수 있기를 기도했건만
무겁고 우울하고 여전히 걱정스럽게 나간다.
6년 묵은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골방에서 자다가 갑자기 죽기라도 했을 때
이 꼴을 집주인이 한참 뒤에 발견한다거나
혹은 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해도 도통 연락이 안 되니까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주소 하나 보고 찾아온다거나
뭐 그런 엿같은 상황은 일단 없어졌다는 것에 만족한다.
어렸을 적에 부모의 집을 떠나 혼자 살아보겠다고
처음 괴나리봇짐 하나 들고나왔던 때가 기억난다.
그때와 지금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행색이다.
나이만 더럽게 먹었다.
그때는 그것도 재미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나도 재미가 없을 만큼 더럽게 나이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