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과 비교하면 많이 늦은 편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나름의 감상을 적어봅니다
일단 세일럼의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용두사미'라는 말이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군요
(또 다른 욕먹는 장인 2장의 경우에는 용두...용두질...)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이 있고 관련 작품들도 즐겨본 편인 사람으로서
전개 자체는 정말 좋았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촌극과 마경의 개입
이걸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짜여진 운명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주인공들
이런게 크툴루 신화, 코스믹 호러 장르의 묘미거든요
하지만 결말부에 와서 이러한 우주적 공포는 거품처럼 꺼집니다
지금까지의 빌드업이 전부 시시해지죠
승천자인 애비게일은 그냥 조금 강한 서번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부연 설명이 여러개 있긴 하지만 별다른 카리스마 또는 공포심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설정만 있을 뿐 유저의 눈에는 보여주는게 얼마 없으니까요
크툴루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코스믹 호러란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갑작스러운 세계관의 확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일상적인 일이었는데 갑자기 세계의 위기가 된다"라는게 핵심인거죠
물론 세일럼의 사건 역시 비슷한 구조이기는 합니다만
세일럼에는 "갑작스러움"도 부족하고 "세계관의 확장"도 부족합니다
무엇이 위기인지 유저의 입장에서 크게 와닿지가 않아요, 시각적 정보가 너무 한정적입니다
외신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체감이 안됩니다 "게티아도 이겼는데 뭐 어쩌라고"란 생각이 듭니다
극의 배경도 결국 세일럼에서 시작해서 세일럼으로 끝나서 세계의 위기가 전혀 실감이 안됩니다
차라리 7장의 티아마트와 라훔들이 훨씬 더 코스믹 호러에 적합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은 그대로일지라도 뒤틀리는 모습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적을 마주하게 되었다는게 실감이 나거든요
아무튼간에 실망이 참 많았습니다만
전개부분은 개인적으로 1.5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한정된 공간에서 압축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은 기존 페그오 스토리에는 없었던 전개 방식이니까요
에필로그의 경우에는... 워낙 결말이 구려서 그렇지만... 크툴루 세계관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봐줄만은 한데... 모르는 사람들은 이뭐병 소리 나올만하게 만들어 놨더군요
세일럼 얘기는 여기까지고 1.5부 전체를 다 하고 느낀점은
"진짜 짱이야!"싶은 장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홀수장들은 무난하게 재미있는 얘기들입니다만 그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짝수장들은 여러모로 과감한 설정등을 통해 정말로 재밌는 얘기들이 될 수 있었을 법한걸 몇몇 실수들을 통해 말아먹었습니다
다만 확실히 느낀것은 1부에 비해서 전체적인 게임 퀄리티 자체는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어느 장면에서 무엇이 나와야 하고, 전투를 어떤 식으로 배치해야 하는지는 1부 보다 훨씬 개선되었단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무튼 이제 내년이면 2부에 돌입하게 되는데... 얼마나 더 발전된 내용들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사실 몇몇 장은 택본으로 읽어보긴 했지만 읽는거랑 플레이는 전혀 느낌이 다르니까요
2부 기대중!
티아마트 / 라훔 세트가 더 코스믹 호러 같다는 점 심히 공감입니다. 저는 크툴루 신화는 잘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티아마트 쪽이 훨씬 더 절망적이고 위기 같았거든요ㅋㅋ 결국 7장의 장대함과 히메지성 이벤트의 광기만 새삼 주가를 올려 준 세일럼!
러브크래프트 책을 읽고 플레이했으면 좋았군요 늦게라도 읽어봐야겠습니다. 1.5부는 세일럼이 신선했고 일그오를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2막을 위한 새로운 소재를 풀어 놓은 느낌입니다. 아가르타는 뜬금없이 가벼웠고 영령검호는 마지막에 뭔가 떡밥을 풀긴 한 것 같은데 전개가 너무 단조롭고 일본 역사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그렇게 재밌지는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