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이버에서 작은 역사발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타브가치라고 합니다.
루리웹 애갤을 둘러보니 엊그제 한참 잘 나가던 페그오 바빌로니아 20화가 킹 하산의 아즈라엘 삭제 등등으로 빅엿을 선사했더군요.
상심한 마음을 달래는 차원에서,(?) 잠깐 짬을 내어 아르토리아 펜드라곤의 복장을 당시 역사적 고증에 어느 정도 맞게끔 재구성하여 그려봤습니다.
페그오 20화 망한 것과 그림 그리는 것 사이에 딱히 인과관계는 없습니다만, 네, 그냥 평소 한번쯤 그려보고 싶었던 차에 어쩐지 모르게 삘이 꽂혀서요ㅋㅋ
제목의 '둑스 벨로룸'은 '군사령관' 내지 '전쟁 지도자' 정도로 번역됩니다. 아서왕을 다루는 초창기 기록에서는 그를 '렉스(왕)'가 아닌 저 호칭으로 칭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무기의 경우 원래는 엑스칼리버만 적당히 원작대로 그리고 말까 하다가, 욕심을 좀 내서 엑스칼리버, 칼리번, 롱고미니아드를 리파인해서 모두 그려 넣어 보았습니다. 롱고미니아드는 사실 제대로 그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상단부 약간과 하단부(하단부 끝은 롱고미니아드 얼터의 끝부분을 가져왔습니다)만 적당히 따라 그리고 말았습니다만, 칼리번과 엑스칼리버는 어느 정도 티가 날 것 같습니다.
고증을 위해 참고한 시각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순서대로 상단 왼쪽은 6세기 로만-브리튼 군대의 복식(맨앳암스에서는 2번 인물을 아서왕의 현실 버전으로 염두에 두고 그려서, 참고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저 그림 속 투구를 쓴 세이버를 그리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만), 상단 오른쪽은 4세기 동로마 기병의 복식(4세기 이후의 복식은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서, 특히 검과 신발을 그리는 데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하단은 후기 로마제국군의 밀랍 모형(벨트 그리기가 어려웠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입니다.
어떤 분들은 야겜 원작인 작품에, 그것도 그 아서왕의 성별을 여자로 바꿔버린 작품에 무슨 고증을 바라냐고 이야기하시고,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만, 그래도 페이트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 시로나 린, 리츠카 등 현재를 살고 있는 시점의 인물들이 지닌 캐릭터적 매력이나 서사의 감동을 제외하면, 역시 역사나 신화 속 인물을 다양하게 끌어와서 재구성하고 적극 활용하는 데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또 롱런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역덕 입장에서는 그래서 복식 고증이 그나마 비슷하게 된, 또는 최소 그 시대 분위기는 어느 정도 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 역사 쪽 캐릭터들이 좋더군요. 용모 묘사는 영 아닙니다만 이스칸다르처럼요.
무튼 어디 그림 올릴 공간도 마땅하지 않아 이렇게 블로그보다 먼저 루리웹에 오랜만에 접속해서 글 올려봅니다ㅎㅎ 20화에서 거하게 말아먹은 페그오가 21화에서 수습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좀 수습해 줬으면 좋겠네요. 다음에도 비슷한 그림 그릴 일이 생기면 또 올려볼까 합니다.
+ 이전 그림을 좀 바꿨습니다. 캐릭터 기준 왼다리 각도를 틀고, 창이 지면에 닿게끔 길이를 늘렸습니다. 무엇보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 투구 쓴 모습과 왕관 쓴 모습을 전신샷 옆에 추가해서 그려 보았습니다. 투구는 위의 시각 자료들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으니 그걸 참고했고, 왕관은... 기존 타입문 공식 일러스트에서 보이는 왕관은 지극히 대중적 형태의 왕관이기는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정작 브리튼의 적수였던(!) 앵글로색슨 느낌이 너무 강하게 풍기는 터라 뭔가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이것저것 검색해 봤지만 역시나 로만-브리튼은 고사하고 켈트 또는 아일랜드 계열의 왕관도 찾기 힘들더군요. 로만-브리튼 시대 사제들이 쓰던 관이 두 개 정도 있는 모양이던데, 왕관도 아닐 뿐더러 일단 디자인이 상당히 구려서 패스했습니다.
좌충우돌 하던 도중 로만-브리튼의 '로만'에 착안,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당시 '로마제국' 그 자체였던 동로마 제국의 관을 참고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6세기 무렵의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모자이크 벽화를 참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관 옆에 양 옆으로 길게 뻗은 두 줄의 보석 끈이 여성 군주인 아르토리아와 묘하게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도 있기도 했고요. 디자인적으로 더 화려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아내 테오도라의 관을 그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군주에게는 역시 군주의 관이 더 격에 맞겠지요.
고증은 언제나 추천입니다 그러면 모드레드는 배때지에 구멍 뚫렸던게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게 되는군요(웃음)
아, 찾았습니다. 이 그림이네요
고증은 언제나 추천입니다 그러면 모드레드는 배때지에 구멍 뚫렸던게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게 되는군요(웃음)
타브가치
사실 트리뷰트 아트의 찔리는 그림과 유사한 구도의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아마 오마주 아닐까 싶습니다) 저게 랜스인지 스피어인지 햇갈릴 정도로 얇으면서 선이 덕지덕지 그어져 있더군요 이걸 가지고 어떻게 알아보라는 건지 이 화가 양반아;;
아, 오마주가 맞을 겁니다. 페제 엔딩의 장면도 아마 말씀하신 그림을 활용한 것 같아요. 그냥 옛날에는 중요 캐릭 제외하면 시각적으로 별 신경을 안쓰다가(가령 멀린도 로브 쓴 사내 정도이지 초창기에는 디자인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죠) 페그오 들어와서 확정짓는 경향이 강한데, 이 확정의 취향이 저랑은 안 맞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나마 멀린은 원탁 멤버들과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만.
타브가치
아, 찾았습니다. 이 그림이네요
저걸보니 언젠가 당시 시대의 고증으로 된 영의를 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 페그오에서는 복식을 영의라고 부르나 보네요. 그러게요. 저도 그런 일러스트가 공식으로 나왔음 좋겠어요ㅎㅎ
고증재현은 좋은 문명
ㅋㅋㅋㅋ그리고 가챠는 나쁜 문명!!!
고증은 추천이야!!
다른 Fate 캐릭터의 고증된 복식도 궁금하네요. 모 파랑 창쟁이라던가...
말씀을 읽으니 저도 다른 캐릭터들을 더 그려보고 싶어지네요. 창쟁이, 금삐까 등등... 그리는 입장에서는 디자인이 너무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쪽이 고증 고민하는 맛이 있기는 한데(헤클이 그래서 그리기 싫더군요. 사자탈 씌우고 활이나 몽둥이 쥐어주면 땡이라;;;), 무튼 더 그려볼게요ㅎㅎ
으아악 파란색 덜렁덜렁
그린다 해도 바지는 입혀야죠 인간적으로ㅋㅋㅋㅋ 오스프리 쪽 켈트 전사들 복원도를 보면 바지는 그리더군요ㅋㅋ
고증하면 인기..엄청날 겁니다.
그러니까요. 저도 타입문이 너무 과장된 디자인에 매몰되지 말고 그냥 담백하게 갔으면 좋겠더군요. 저는 페그오는 안 하고 스토리만 대충 아는데, 고증된 영의 일러스트 세트 같은 게 여러 개 뜨면 정말 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