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오쿠에 대한 소감은 이렇습니다. 셋쇼인 키아라가 나스의 푸시를 받는 자캐딸 캐릭터이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네로급은 당연히 아니고 무난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후반 전개는 좀 깼습니다. 아무리 주인공 패거리한테 져서 약해졌다지만
실제 신화에서 마왕이라고 까지 불렸던 진짜 '신' 을 나스가 만들어낸 가상의 캐릭터가 쥐어짜내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페이트에서 이런 걸 따지면 안 되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아서 왕이 일본의 남고생이랑 사랑을 하더라도 납득이
갔던 페스나랑 다르게 오오쿠의 이야기는 전혀 공감을 얻어내지 못 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카스가노 츠보네의
도쿠가와(아이)를 키운다는 사랑의 주제가 대충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애초에 오오쿠는 1.5부랑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일본 역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파악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게 대체 뭔 개소리야??'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심지어 작가마저
그걸 인식하는 바람에 온갖 일본 역사에 대한 것을 주절주절 설명하는 지루한 내용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일본이 무대인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너무 설명이 너저분한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말이 많습니다. 그냥 적당히 흘려넘기면서 이야기의 서사 만들기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었어요. 갑자기 지나가다 말고 마슈의 일본사 알아보기 코너~ 같은 게 나올 게 아니라요... 그리고 메인 빌런인 카마는
여러가지 의미로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대사가 너무 생각없이 쓰여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너네가 싫은데 그것마저도 사랑할거임 이것만 대체 몇번을 말한거죠. 그리고 오오쿠 이야기의 대전제인 사쿠라의 몸을 통해 이어진
카마와 칼데아의 인연도 문제가 많습니다. 아오츠키가 그린 파르바티 일러가 '나랑 똑같은 얼굴을 가진' 이라는 언급을 할 때마다 시공간이 막
오그라들고 몰입과 분위기가 와장창 깨져버리니까요. 카스가노 츠보네는 그나마 낫지만, 그래봤자 아오츠키죠. 이 사람은 진짜 잘라야 합니다.
아무튼 다시 키아라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전 CCC 콜라보 때까지의 키아라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CCC 콜라보에서 키아라가 그렇게 대단히 멋진 빌런이었던 이유는 이야기의 주역들이 전부 페이트 오리지널 캐릭터라서 그랬던 거였어요.
어떻게보면 나스가 엑스트라 시리즈를 편애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실제 역사에서 따오지 않더라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이만큼
성공을 거두었으니 어떻게 보면 '아서왕의 TS물' 로 유명한 페스나보다도 애정이 갈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CCC의 하이라이트는 대부분 나스와
타입문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주로 큰 활약을 합니다. 키아라를 중심으로 멜트릴리스, 에미야 얼터, 패션립, BB 등등이 그랬죠. 글이 잘 쓰여진 것도
있지만, 페이트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실제 신화의 누군가와 접해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놀았기 때문에 개연성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오오쿠는 페이트 팬 입장에서나 대단함을 알 수 있는 키아라가 인도의 사랑의 신이자 마신인 카마/마라를 가지고 놀아버립니다. 이게 참 묘했어요.
카마가 칼데아에 합류할 계기를 만들려고 키아라를 투입했는데, 굳이 안 그래도 되지 않았을까요... 괜한 사족을 붙여서 키아라의 캐릭터까지 손상시켜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키아라 밀어주기 때문에 결국 카마가 지금까지 한 것이 대체 뭐였나 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인류악 비스트인데 이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습니다. 목적 자체는 분명 인리를 없앨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캐릭터가 워낙 찌질하게 나왔으니 말이죠. 이 부분은 어느정도 작가진이
노린 것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아마 나중에 나올 막간의 이야기같은 것에서도 카마는 당하는 역할만 있다고 했었던가요. 하지만 오오쿠 하나로만 봤을 땐
좀 어처구니가 없고 갑분싸 전개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워요. 불교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김에 제대로 다뤘으면 좀 더 멋진 내용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불도에 대한 고유명사와 그 의미만 채용했을 뿐 카스가노 츠보네의 마지막 대사처럼 딱히 불교스러운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건 이만 줄이고 이벤트에 대한 소감을 말하자면 정말 짜증났습니다. 미로 기믹도 처음 세네번만 흥미로웠지, 끝없는 로딩 지옥이 반겨주더군요.
계속 글만 나오면 상관이 없었겠지만 뭐 1AP 짜리 선택을 할 때마다 3초 정도의 로딩이 걸리고, 심지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2차 보상 등롱까지 주는 걸 계속
끝까지 봐야합니다. 이게 진짜 지긋지긋해요. 메인 인터루드로 나오면 고쳐줬으면 좋겠습니다. 등롱 시스템은 진짜 최악이에요...
마지막으로 카마/마라를 앙리로 상대해 본 소감입니다. 새삼 앙리가 최약체 서번트이긴 하다고 느낀 것이, 100레벨 금포우작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공격력과
종잇장 같은 방어력을 가진 주제에 그나마 있는 장점인 퀵 버프는 턴마다 단계별로 올라가서 특정 타이밍에 바로 써먹기 에매하고, 하필 이 퀵 버프 및 근성은
디메리트로 즉사까지 붙어있어서 스킬에 의한 즉사로 죽기 전에 적에게 죽으면 답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얼터에고처럼 비스트 상대로 1:1 솔로를 찍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고, 서포터가 필수인 서번트인데 서포터가 있으면 앙리에게 카드가 돌아오기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수BB같은 캐릭터까지 채용해야 하는데
오오쿠 버프를 사용하기 위해선 더블 스카디를 포기해야 하죠. 보구는 체력 회복용에 불과하구요. 참 하다 못 해 3스킬의 디메리트인 즉사만 없었어도 솔로잉으로
도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너무 답답했어요. 하지만 같은 비스트lll이라도 몇년 전에 나온 키아라보다 재밌게 어려워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그오에
메인 인터루드로 풀릴 때가 기대되네요. 안 그래도 동네북 이미지인데 키아라의 뒤를 이을 차세대 샌드백이 된다면 고난이도 컨텐츠가 아주 풍부해지겠죠.
확실히 이번 이벤이 스토리 게임성 둘 다 너무 로우했었습니다..... .......어.......잠깐......앙리 마유로 비스트카마를....?
저는 꽤 재밋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