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런 사람 어디있겠냐만은 인생이 너무 힘들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 많고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들 많은데
너무 힘들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생각해봐도 갈피를 잡질 못하겠다
잘못된걸 알아도 바꿀수 없고 선택할수도 없던것들 뿐이야
내가 태어나기 전
학력을 속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고 사업말아먹고서
음주운전으로 반대편 차선 들이받아 노부부와 함께 가슴이 터져죽어
빚만 남겨버린 아버지가 문제일까
혼자서 아들 둘을 아득바득 키웠지만
일만하며 살아오느라
아이들을 어른처럼 대해버린 어머니가 문제일까
자기 마음에 안들면 무조건 욕하고 떼리고
중학생시절부터
어머니 지갑과 내 지갑에서 돈을 훔쳐가고
게임하느라 영양실조에 걸린 싹수가 노랗던 형이 문제일까
머리가 빨리 커 모든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일그러져서 사람을 대하지 못하게 된
내가 잘못일까
잘못된건 없다
그냥 이런 이야기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있다
초등학생시절
손이 느리다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주도해서 4년간 나를 왕따로 만들어버린 수학선생의 이야기도
덕분에 사귀었던 소꿉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야기도
왕따때문에 옥상에서 첫 투신을 고민하는 초등학생의 이야기도
중학생시절
같은 초등학교 출신의 아이들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고 돈과 물건을 훔쳐가고
내가 그린 그림이나 작품을 망가뜨리는 이야기도
해가 뜰 때까지 키보드를 멈추지 않고 잠을 괴롭히고
게임중독이 심해져서 허구한날 폭력적으로 변해
이유없이 나를 걷어 차고 물건을 버리고
샤프로 전신을 찔러 지워지지 않는 붉은 점을 남긴 형의 이야기도
고된 일에 지쳐 아무리 이야기해도
어째서 맞받아치지 않았냐고 오히려 나를 탓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도
어느 순간 스스로가 일그러져 버렸다는걸 자각하고
무거운 입을 억지로 움직여 정신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에게 무시당한 이야기도
결국 정신이 무너져서
기숙사 딸린 고등학교에서 2년을 맞이할 떄까지
가족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은 이야기도
어느날 자고있는 친형 머리 맡에서 부엌칼을 들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이야기도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나름 유망한 또래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비쥬얼 노블을 만들다가 글작가 친구의 탈주로 프로젝트가 엎어진 이야기도
졸업하고 반년 뒤
윈도우즈 업데이트가 잘못되서 지금껏 쌓아올린
모든 작업물들이 백업도 되지 않았는데 모조리 날아가버려서
하고있던 게임 UI디자인 팀에 참가하지 않게 되고
나머지 반년간 앓아 누웠지만
나에게 돈을 벌어야한다고 압박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도
입대 후 자대에 배치되고
자대 전투체육시간에 오른손을 다쳤지만 치료가 늦어져
평생 후유증을 달게되고 일과시간에 다친게 아니라 산재처리를
받지 못하게 된 이야기도
말년에 갑자기 어머니가 암 4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나 모르는 사이 없는 돈에 대출을 끌어와서
재건축 건물을 사서 빚이 생긴 이야기도
전역 3달을 남기고 스트레스가 터져
걸어다니지 못하게 된 이야기도
전역 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집착때문에
커미션을 준비하며 아는 선생님 학원에 들어가서 강사가 되었다가
갑자기 언질도 없이 팀장이 되고
몇 개월동안 이야기가 없다가 마감 2달을 남겨두고
갑자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고
첫 의뢰서에 맞게 상담을 진행하고
마감 3주를 남기고 콘티를 완성했는데
의뢰기관 대표님이 자신이 원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말해서
내가 반박하려 했지만 그 자리에서 나를 가로막은 선생님의 이야기도
하루 3시간을 자며, 물대신 몬스터 드링크를 마시고
학원 홍보용 일러스트, 내 소개용 프로필 일러스트
의뢰기관이 맡긴 전부 다른 스타일의 웹툰 8개를 작업하다가
결국 과로와 탈진으로 반년동안 쓰러져버린 이야기도
아직도 정친못차리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한여름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폭염으로 다시 반년 쓰러질때까지
주문을 받아버린 미련한 이야기도
정신 못차리고 재활없이 바로 경제활동 하려다가
2달동안 쓰러진 이야기도
그 와중에 독립하지 않고 계속 같은 집에 살면서 새벽까지 노래를 부르고
욕을 하고 키보드 소리를 시끄럽게 내고 경제활동은 하지 않는 형 덕분에
매일 밤 끊이지 않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내 몸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도 힘드니까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를 일그러뜨렸으면서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아이를 낳아야 사람을 안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허울뿐인 이야기도
전부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
있을 법한 이야기다
내가 그 이야기들의 주연이니까
아무리 밝고 귀여운 그림을 그리더라도
일그러진 내 심상을 비추듯 내 그림들은 어딘가 어색하다
그럼에도 그림그리는것이 좋아서 나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린다
어릴적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못해 우연히 찾아올 죽음을 기대하는 와중에도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가 다시 무너진다
이런 곳에 인생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아 봤자 좋은 반응이 있을거라고는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인간으로 망가져 푸념을 들어줄 친구가 없어
누군가 그저 들어주기만을 바라니 여기에 적어본다
미련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웃긴 인생사를
이제 사람들한테 생존신고하고 다시 일하러 가야겠다
살아가야하니까
푸념을 들어줄 유게이가 있짜나!
푸념을 들어줄 유게이가 있짜나!
갠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지만, 적어도 아픔을 겪는게 이상한게 아니라는건 맞는말이라고 생각해.
주위에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차라리 날 잡고 아무것도 안하는거도 좋음. 나 취준생때도 너무 힘들면 억지로 뭐로 놀려고 하지도 않고 걍 하루종일 잠만 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