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과거 검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조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검찰을 향해 "한만호 씨 비망록에 육성까지 공개가 됐으니, '우리는 무결점 수사를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의심을 갖고 한번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양승태 대법원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이 무죄로 파기 환송될 경우 당시 여당에 상고법원을 설득하기가 난망하다는 문건을 작성한 것도 나왔다"며 법원 차원의 재조사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이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난 뒤에도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은 그림자'라는 표현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우리도 비망록 외에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도 "한 전 총리 수사는 검찰의 조작사건이라고 본다. 검찰이나 법원이 재조사하고, 재심을 해야 한다"며 "억울한 사람의 진실을 밝혀주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도 전날 권양숙 여사 등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은 결백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조사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놓고 당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현재까지 이 사건은 재심 요건이 안 된다"며 "새로운 증거와 증인은 한 전 총리 측이 준비해야 할 내용으로, 당이 이를 더 키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3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옥중 비망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180석 달성 기념으로 대모님께 효도 좀 해 드리려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울러 "VIP 숙원사업 같은 건가"라며 "갑자기 왜들 저러지?"라고 덧붙였다. "야바위에 속지 말고"라고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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