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월 주말 낮에 재래시장 들렀다 들은거라 다는 못들었는데
할머니가 " 우리집 콩국수가 맷돌로 갈아서 만든 거여" 했거니
할아버지가 " 그러니까 맛이가 없지~ 무릎도 아픈데 믹사-기 쓰라니까"
"썩어뒤질영감이우리가게는 왜-애 맨날오는거여"
"잘 하는 국밥이나 무그러 왔지 맛대가리 없는 콩국수 보러 온게 아녀~"
옆에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은 평상에 쓰려져서 웃고 있는 걸 봐선 앞에 내용이 더 하드했을 거 같은데 못 들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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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0월 초 아침에 재래시장 들렀다가 국밥 내오시는 할머니와 평상에 누워있던 할아버지를 봤다
"쫌시랭이는 뒤져싸서 못나온겨?" 라고 할머니가 물어보시니까
"뒤졌으면 육개장 무러갔지 여길 왜 왔겄어"
"그꼴도보기싫은할아방구가사사건건시비질이여"
"누님이 참으쇼, 동상이 다 그런 거 아녀요?"
얘기 듣다가 곧 동생 할아버지가 왔다
"어르신! 국밥 뜨뜻하고 푸짐하게 큼지막한 데다가 폴아주!"
"뚝배기가 다 뚝배기지 뭔 또 헛지럴이여"
"아이~ 콩국수 대접에다가 싸-악 담가다 딱! 내놓음 되겠구먼"
"뚝배기에다 먹어, 뚝배기가 좋아"
"맷돌보다 믹사기가 좋은데 맷돌쓰는 주인장도 있는데?"
"니새끼는허구헌널 내 국수 가지고 뭐라 그럴껴!!"
"아이~ 이 집 콩국수 먹다 꼴까닥할 뻔 했으니까 그러지~"
"동상, 그런 일도 있었어?"
"읎어, 묵은 즉이 없으"
"니새끼 장례식에 내가 꼬옥 콩국수 올릴거다 썩을놈아"
옆 청과상에서 이거저거 사는 척 하면서 들은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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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난주 점심 때 갔더니 오늘 계시실래 몰래 들어봤다
"언 일로 팥죽을 먹고 그려?" 라고 할머니가 물어보셨다
동생 할아버지란 분이 팥죽을 드시고 계셨다 "새알심이 참 좋아, 뜨뜻허니 내가 또 이걸 좋아하잖아~"
"우리 집에서 국밥말고 찾는게 있는 줄을 몰랐샤"
형 할아버지가 그 때 이렇게 말했다 "마누라도 국밥장사하는디 자꾸 여와서 먹응께 된통 혼났잖여! 힉힉힠히"
"아우 형님 그런 소리 말 하는 거 아니여~ 울 마누라는 국수 끓이는 게 참말로 좋은디 그걸 안 한단 말이여~"
"으이, 국수를 잘한다고?"
"으르신은 국수 생각 말고 국밥이나 챙겨요, 내가 콩국수 질색하는 거 보면 알잖애."
"먹지도 않았음서 거 맨날 말만 그렇게 하네, 동상?"
"형님이 저번에 뒤질라게 맛없다고 해놓고 말이 많어, 참~"
"이건또뭐여?"
"아이 누님, 저놈 맨날 헛소리잖여, 믿으면 안돼, 거짓부렁이여"
"맞어 누님~ 저 형님 콩국수 묵은 걸 내가 본 적이 없으"
"니, 왜 우리집 콩국수 안 묵나?"
"누님 내가 이가 시려서 못 묵어"
"그르냐"
"거 형님 몸 간수 좀 잘하쇼~"
"닌 여서 이르지 말고 마누라 간수나 잘혀"
본의 아니게 어르신들의 가정사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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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제 점심에 형 할아버지를 봤다
"한동안 안올거요"
"왜 어디 다쳤냐?"
"동상이 나가싸서 먹다 가게 사람들한테 한소리 들었나벼"
"그르냐"
대충 들어보니 동생할아버지네도 국밥집을 하는데 나가서 국밥 먹는게 소문이 나서 붙들렸다고 한다
"걔가 어디 있냐"
"왜요 누님 가보실라구?"
"콩국수 보내주려구"
도대체 이 어르신들에게 콩국수란 무얼까
참고로 나도 아직 안먹어봤다
설탕풀어
재밌게 사시네
함 먹어봐~
사실 국밥집 할머니를 만나러 가던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