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고 들어가지만 중국이 왜곡을 안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 영상이 허수아비치기 느낌이 든다는 말임
얼마전 동북공정 근황이라는 제목 형태로 유게 베스트에 올라온 글을 본 적 있을거야
반크 박기태 단장과 인터뷰한 영상(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bi4jdLFjs4Q&ab_channel=channelCKOONY)에 대한 내용 말임.
영상에서는 동북공정의 현 실태를 말하며 마치 고구려를 중국사로 왜곡하는 중국의 주장이 세계 각지에 먹혀들어간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
그런데 여기에 대한 의문 제기가 있어서 가져와봤어
의문 1. 고구려를 중국사로 표기했다는 근거로 보여주는게 구체적 텍스트가 아닌 전부 지도들 뿐이며 이마저도 한나라 혹은 한나라로 추정되는 지도
영상에 근거로 제시된 지도는 모두 3가지야.
위에 지도들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3개 중 2개가 한나라 지도이고 첫번째도 두번째와 영토 모양을 비교해보면 한나라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
박기태 단장은 한나라가 고구려 시기라 설명하지만, 고구려의 건국 시기는 삼국사기 기준으로는 기원전 37년이고 대체로 기원 전후한 시기에 계루부를 중심으로 한 고구려가 성립되었다 봐 (단, 고구려라는 집단은 그 전부터 존재했다고 봄)
후한과 겹치는 부분은 있지만 '한나라가 존재하던 시기 = 고구려가 존재하던 시기'라 말하기는 어려움
무엇보다 저 지도들이 가진 맹점은 대충 한나라라고만 말했지 정확히 언제라곤 말을 안했어. 한 무제 시기라면 한반도 북부가 한나라의 영토로 칠해지는건 왜곡이 아니라 사실에 부합해. 고조선 멸망 시키고 거기에 한사군 설치했잖아. (물론 한반도 전체를 칠한건 왜곡 맞음)
한사군의 범위가 이렇고, 이 중 현토군에 고구려 집단을 담당하는 고구려현이 설치되었지. 얼마 안가 이 고구려현을 부수고 현토군을 몰아내며 성장한 나라가 고구려임.
두번째 지도의 경우 200년이라는 연대가 붙어있기는 하나, 정작 부여가 존재하던 길림 지역은 한나라 영토로 색칠되어 있지 않아. 고구려는 중국사면서 부여는 중국사가 아니라는건 뭔가 앞뒤가 안맞는 소리이지. 동북공정의 결과물을 수용했다기 보다는 한국사에 대해 무지한 서양 출판사 담당자가 한나라 전성기였던 한무제 시기 지도를 들고 왔고, '한무제 때 한반도 쪽으로도 영토를 넓혔대'라는 것만 알고 막그렸을 가능성도 충분해.
즉, 시기도 불문명한 (아마도 한의 전성기였던 한무제 때일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 지도만 들고와서 고구려가 중국사로 왜곡되고 있다 주장하기는 굉장히 조심스러움
의문 2. 평양까지 왜곡된 만리장성은 고구려가 건국되기 전인 연, 진나라 시기 장성일 가능성이 높음
영상에서는 만리장성을 평양까지 왜곡시켜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사로 주장하고 있다 설명함.
영상에서는 구두로 설명하고 있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2018년에 반크 쪽 지적을 보도한 기사(https://www.yna.co.kr/view/AKR20180423066000371)를 보면 여기에 수록된 지도 속 평양까지 왜곡된 장성은 연, 진 시기 장성임
그 사이에 바꼈을 수도 있을까 위 기사에 소개된 지도 중 하나를 찾아봣는데 좋은 의미는 나쁜 의미든 지금도 마찬가지임.
그런데 중국사에 대해 아는 유게이들은 알겠지만 연과 진은 고구려가 건국되기 전에 존재하던 나라임.
그렇기에 고구려가 세워지기도 전에 있었고 그 뒤로는 사라진 장성을 근거로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사로 본다? 이 말은 성립이 불가능하지
그럼 고조선을 중국사로 본다는 말이냐? 그건 아닌게 한나라 장성은 압록강까지 후퇴함. 다시 말해 위만조선 시기 고조선의 존재는 인정하는거지. 저 지도 그리는 애들이 위만조선의 존재는 인정하되 그 이전은 모른다고 보니까 이 사단이 나는거임.
의문 3. 유럽 사이트 사건은 발해에 국한된 문제로 보임
정리해보면 유럽 사이트의 주장은 '발해는 말갈족이 세운 나라라 중국사. 고구려인이 세운 나라라는건 한국인들의 주장'이라는거지 고구려가 중국사라거나 한국과 무관하다 주장하는 부분은 영상만으로는 알 수 없어
중간에 박기태 단장이 Korea 어원이 고구려이고 그만큼 한국과 고구려를 분리가 불가능하다라 반론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그것도 맥락을 따지고 보면 'ㅇㅇ 고구려가 한국사에서 중요한 국가인건 알겠어. 그런데 발해는 말갈족이 세운 국가인데 그게 왜 고구려와 연관있고 너네랑 상관임?'으로 보임
그럼 동북공정 때문에 발해가 중국사로 왜곡되었나는가? 그런 좀 애매한게 '발해가 중국사에만 속한다'로 쓰고 있다면 분명 사이트의 왜곡이 맞으나, 문헌기록에는 대조영이 말갈인으로 기록된 것도 사실이며(물론 이 부분에 대해 학자들은 비판적 읽기로 접근하지) 발해사의 귀속을 놓고는 해외에서는 논란거리야.
일본만 해도 동북공정 나오기 전부터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국가라 설명하곤 했으니까.
의문 4. 한반도를 청의 영토로 표기하는건 동북공정과 무관한 유서깊은 서양의 왜곡임.
중국 애들이 왜곡하는건 '조공국(속국)=식민지/영토'임. 그런데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청의 No.2 조공국인 베트남은 청 제국의 영역으로 표시되어있지 않음.
그렇기에 동북공정과 무관한 왜곡임.
한반도를 청의 영토로 그리는건 유럽 빡대가리들의 오랜 전통임. 1637년 병자호란 패전 후 조선이 항복하며 만주 세력(청)에게 굴복했다는걸 영토로 편입된거로 오인한 아주 유서 깊은 실수임.
요약
1. 짱1깨가 왜곡하고 그걸 홍보하는 것은 사실. 제시한 지도들에 한국 관련 왜곡이 존재하는 것도 맞음
2. 그러나 자료로 보여준건 죄다 한나라 지도. 이마저도 시기를 알 수 없어 고구려와 시기가 겹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음. 이것만으로는 고구려를 중국사로 보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음
3. 만리장성도 평양까지 왔다고 왜곡한건 연,진 시기의 장성일 가능성이 농후. 이때는 고구려 건국 전이라 고구려를 중국사로 수용했다는 근거로 삼을 수 없음
4. 유럽 사이트에서 물먹었다는건 발해 이야기. 그런데 발해는 예전부터 외국에서는 논란거리였음. 영상만 놓고 봤을 때는 고구려가 중국사라는 논리와는 상관없는 문제로 거절 당한거로 보임.
5. 청나라 지도 저건 서양 빡대가리들이 옛날부터 해온 실수임.
6. 반크가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는 것은 사실이고 칭찬 받을 분들인건 확실. 그러나 영상 내용만 가지고는 외국 서적들에서 고구려가 중국사라는 중국의 로비가 통했다는 식으로 설명하기에는 조심스러움
우리는 반크 쪽에서 고구려가 중국사라고 텍스트로 기록된 서양 쪽 교과서/사전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피카츄 배만지기를 하며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줄 요약
위 영상만으로는 동북공정 식 역사관이 세계에 먹히고 있다 같은 절망회로 돌리긴 성급하다
아까 오전에 동북공정 관해서 또 글올라왔던게 기억나서 새벽에 올렸던 글 다시 들고 왔어
서양인들이 그동안 해온거 생각하면 중국말을 들어도 그걸 제대로 반영할리가 없긴하지
서양인들이 그동안 해온거 생각하면 중국말을 들어도 그걸 제대로 반영할리가 없긴하지
울면 한그릇
그런데 유게에서 저 영상 캡쳐글이 베스트 올라가고 절망회로 돌리는 인간들이 많아서 그럼
ㅊㅊㅊ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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